지난 4일 ‘한글 점자의 날’을 맞은 가운데 의약품·식품·의료기기·의약외품 등에 점자 표시를 확대해온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식약처는 관련 품목의 점자 표시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점자 표시 관련 표준화된 규격·방법·표시위치 등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왔다. 특히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약외품에 대해 장애인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치약, 마스크, 생리대 등 의약외품은 국민 일상과 밀접한 생활 의료제품으로 ‘약사법’에 근거해 43개 품목군이 지정·관리되고 있다. 식약처는 의약외품에 대해 철저한 품질검사와 안전관리 체계를 수립 해 왔다. 식약처는 의약외품 43개 품목군 중 시·청각장애인 등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3개 품목군(생리혈의 위생처리 제품, 콘택트렌즈관리용품, 외용 소독제), 15개 품목에 대해 점자·코드 표시를 의무화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의약외품 점자·코드 표시 제도’를 통해 제품명 등 의약외품 안전정보를 장애인이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식약처는 “ 의약외품의 선택과 안전 사용 과정에서 장애인 등 정보취약계층의 불편과 위험을 최소화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의약외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의약외품인 생리대와 의약품 포장재에 점자로 상품명이 표기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약처는 법 시행 전인 2023년 3월부터 장애인 단체, 업체 등과 함께 ‘장애인 의약외품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협의체에서는 점자 등 표기 의무화 대상 품목 선정, 점자 등 표기 세부기준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 품수출입협회, 학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등이 협의체에 참여한다. 지난 5월 열린 회의에서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시각장애인 권리를 위한 식약처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며, 음성·수어 영상이 잘 제작돼 의약외품 안전정보를 잘 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의약외품 점자·코드 표시 의무화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협의체를 더욱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식약처는 의약외품 바코드를 이용해 장애인 등이 의약외품 허가 정보를 글자·음성·수어 영상 등으로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의약외품 모바일 간편검색 서비스’도 구축했다. 또 보다 편리한 안전정보 확인을 위해 기존 바코드에서 QR코드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모바일 간편검색서비스 QR코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의약외품 모바일 간편검색 서비스는 ‘의약품 안전나라 바로가기’를 설치해야 하지만, QR코드의 경우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식품의 알루미늄 캔, 일반의약품 포장재 등에 점자가 표시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의약외품 제조·수입업체가 의약외품 안전정보를 음성·수어 영상으로 제작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의약외품 안전정보 음성·수어 영상 제작 안내서’도 지난 5월 발간했다. 주요 내용은 △의약외품 안전정보 음성·수어 영상의 제작 절차 및 방법 △제작 시 고려사항 △수어 통번역 시 유의사항 안내 등이다. 의약외품 음성·수어 영상을 통해 제품명, 장애인의 의약외품 안전사용 정보, 효능·효과, 용법·용량, 사용상의 주의사항, 저장방법 등이 안내된다.
장애인 단체 등과 적극적으로 정책 소통을 하는 것도 장애인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정책 중 하나다. 식약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함께 장애인의 날(4월 20일), 농아인의 날(6월 3일), 흰지팡이의 날(10월 15일) 등 각종 기념일을 계기로 카드뉴스를 제작했고, 퀴즈 이벤트 등을 통해 대국민 접점을 넓혀 왔다. 점자안내문, 디지털포스터 등도 배포했다. 식약처는 올해 의약품·의약외품의 점자 등 표시가 적합한지 여부를 조사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기도 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시각·청각장애인에게 식품과 의료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제품에 점자 등이 표시될 수 있도록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사용 음성·수어 영상. 식약처 제공



수어에 없던 전문용어 개발해 안내영상 제작인슐린 주입기·혈당 측정기 등40개 의료기기 영상코드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외품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식품·의약품·의료기기 등을 구매하고 사용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점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왔다. 식약처는 식의약 규제혁신 추진과제 중 하나로 점자 표시 확대를 추진했다.
우선 식품 분야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3년 6월부터 점자 표시 근거가 마련됐다. 식품의 다양한 용기·포장 재질과 형태에 따른 세분화된 점자 및 음성·수어 영상변환용 코드 표시기준을 담은 ‘식품의 점자 표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올해 6월 식품 관련 전문용어 456개를 수어로 개발해 식품 표시 관련 수어 영상 제작 매뉴얼을 제공하고, 점자 표시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를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의약품 분야는 의약외품과 마찬가지로 안전상비의약품 및 일부 의약품 포장 등에 점자와 음성·수어 영상변환용 코드 표시 의무화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식약처는 의약품에 대해 장애 유형, 연령 등을 고려한 점자 및 음성·수어 영상 표시 활용법과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의약품·의약외품 점자 표시 의무화는 약사법 개정에 따라 시행됐다.
의료기기도 지난해 6월 시행된 의료기기법에 따라 기재사항에 점자 표시를 권장하고 있다. 식약처는 기존 수어 체계에는 없는 의료기기와 관련된 전문용어를 수어로 개발해 의료기기 안전 정보를 수어 영상자료로 제작할 계획이다. 또 올해 인슐린 주입기, 혈당 측정기 등 40개 의료기기를 선정해 안전 정보에 대한 음성·수어 영상변환용 코드를 제공하는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화장품에도 점자 외에 음성·수어 영상변환용 코드 표시를 병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 지난 7월 2일부터 시행됐다. 식약처는 지난해 시작한 ‘화장품 e-라벨 시범사업’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변환 기능을 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해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업체가 13개로 확대됨에 따라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채태기 한국농아인협회장은 “식약처의 노력으로 식품, 의료제품 등에 점자나 음성·수어 영상변환용 코드 표시가 확대되고 있어, 장애인들의 생활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