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륨이 풍부한 대기에 둘러싸인 외계 행성 LHS 1140b(오른쪽)의 상상도. 왼쪽 뒤에 보이는 별이 이 행성이 공전하는 차가운 적색 왜성이다. 그 앞에 공전하는 또 다른 암석형 행성도 검은 。으로 보인다./Melissa Weiss/CfA
천문학자들이 지구처럼 작고 암석질이고 생명체가살 만큼별과 적당한 거리를 둔 외계 행성에서 대기를 관측했다. 그동안 지구보다 훨씬 크거나 극도로 뜨거운 외계 행성에서 대기를 관측한 적이 있지만 생명체가 살 조건을 갖춘 행성에서 대기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하버드대 지구·행성과학과의 로빈 워즈워스(Robin Wordsworth) 교수와 콜린 체루빔(Collin Cherubim) 박사 연구진은 “지구에서 약 49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암석형 외계 행성 LHS 1140b의 대기에서 헬륨이 빠져나가는 것을 관측했다”고 1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상층 대기는 헬륨 풍부, 산소 계속 쌓일 듯
LHS 1140b는 질량이 지구의 5.6배, 반지름은 1.73배이다. M형 왜성이라 불리는 작고 차가운 별인 LHS 1140을 공전하고 있다. M형 왜성은 태양보다 질량이 작은 별로, 태양계 주변에 있는 별의 76%를 차지한다. 표면 온도가 낮아 붉게 보인다고 적색 왜성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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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성은 2016년 제이슨 디트만(Jason Dittmann) 플로리다대 교수가 처음 발견했다. 태양계 밖에 있는 외계 행성은 크기가 작은 데다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없다.
디트만 교수는 이른바 별표면 통과(transit) 현상을 이용해 행성을 찾았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 달이 지나가면서 태양이 빛을 잃는 일식이 생기듯, 태양계 밖의 별 앞으로 공전하는 행성이 지나가면 역시 지구에서 보기에 별이 잠시 어두워진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이후 2024년 칠레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매갈란 클레이 망원경으로 LHS 1140b와 그보다 더 작고 안쪽 궤도를 도는 LHS 1140c가 모두 적색 왜성 LHS 1140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관측했다.
LHS 1140b가 별 앞을 지나가자 헬륨에 흡수되는 파장대에서 별빛의 밝기가 떨어졌다. 연구진은 몇 가지 가능한 설명이 있지만, 신호의 형태와 강도를 고려할 때 이 헬륨이 행성 자체에서 나왔다고 결론을 내렸다. LHS 1140c가 통과할 때는 그러한 신호가 관측되지 않았다.
대기 성분이 누출되는 현상은 지구에서도 일어난다. 연구진은 다른 관측 정보를 토대로 이 암석형 행성이 헬륨을 지속적으로 보충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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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헬륨은 이미 모두 소진됐을 것이다. 연구진은 이 행성이 30억년 동안 대기를 유지했다고 추정했다.
대기는 행성을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고, 온화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기후 주기를 조절하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연구진은 이 행성의 상층 대기가 헬륨이 풍부하고 수소가 고갈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는 가벼운 수소가 먼저 우주로 빠져나가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헬륨이 남게 되는 대기 분별(fractionation) 모델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또 현재의 유출 속도로는 산소, 질소, 탄소처럼 무거운 원소들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대기에 계속 쌓이게 된다고 예측했다.
트라피스트(TRAPPIST)-1 항성계는 적색 왜성을 공전하는 행성 7개로 구성된다. 이 중 3개(TRAPPIST-1e, f, g )가 거주 가능 지역인 골디락스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7개 행성 모두 대기가 관측되지 않았다./NASA
◇6300여 외계 행성 중 대기 확인은 처음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태양계 밖에서 외계 행성 6300여 개를 발견했다. 이 중 지구처럼 암석형인 행성은 40%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다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환경을 갖고 있지는 않다. 어떤 행성은 별에 너무 가까이 붙어 공전해 표면 온도가 너무 뜨겁고, 너무 먼 곳에서 공전해 온도가 너무 낮은 행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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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S 1140b는 생명체 거주 가능 지역인 이른바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에 있다. 이 말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환경을 비유하는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유래했다. 표면 온도가 생명체에 필수적인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범위에 있다는 의미다.
골디락스 영역에 있는 암석형 외계 행성은 24~45개로 알려졌다. 그중 대기가 확인된 행성은 없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불과 41광년 떨어진 트라피스트(TRAPPIST)-1이라는 적색 왜성계에는 행성이 7개 있고, 그중 3개가 골디락스 영역에 있어 주목을 받았지만 모두 대기의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LHS 1140b에 헬륨을 누출하는 대기가 있다는 사실만 알 뿐, 대기 자체의 크기와 구성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기대와 달리 지구와 전혀 다른 모습일 가능성도 있다. 지구와 금성은 크기가 매우 비슷하고 둘 다 대기를 가지고 있지만, 금성의 표면 온도는 섭씨 460도를 넘어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다만 LHS 1140b를 발견한 디트만 교수는 별의 유형을 고려할 때 이 행성의 온도가 지구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앞으로 4~5년 동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이 행성의 대기에서 물을 탐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까지 확인되면 대기가 안정적인 상태이고 생명체 존재 가능성도 높아진다.
참고 자료
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ea9708
지구에서 약 49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