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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사건기록을 분석하다가 당사자 누구도 주장하지 않은 결정적 사실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판사는 이를 모른 척해야 할까. 아니면 당사자에게 지적해야 할까. 인공지능의 재판 활용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법관은 누구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그리고 더 선명하게 우리 앞에 꺼내 놓는다. 영미법의 법관은 보통법의 전통에서 선례를 해석하고 때로 새로운 법리를 만드는 등 법형성에는 적극적이다. 그러나 사실과 증거의 수집에서는 강한 당사자주의(adversarial system)를 취한다. 법관은 사실을 찾아 나서는 사람보다 경기의 심판(referee)에 가깝다. 산업사회 이후 증거의 편재가 심화되자 미국은 1938년 연방민사소송규칙(FRCP)을 통해 증거개시(discovery)를 확대했다. 법관의 역할 강화가 아니라 당사자의 증거 접근 능력을 강화한 것이다. 대륙법계는 다르다. 법관은 몽테스키외의 표현처럼 '법률의 입'이라는 성문법 적용자의 전통을 갖지만 사실심리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이다. 독일 민사소송법의 석명의무(Hinweispflicht)와 직권 증인신문제도가 대표적이다. 릴게임 황금성 그런데 우리 민사소송은 이러한 독일식 변론주의와 석명제도를 채택하면서도 영미식 교호신문 요소도 받아들였다. 그래서 법관이 덜 개입하면 "사건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한쪽을 돕는다"고 비판받기 쉽다. 인공지능은 이 오래된 긴장을 증폭시킨다. 영미법계에서는 e-discovery와 기술지원검토(TAR)를 통해 전자문서에서 증거를 찾는 '당사자의 무기(Party's Tool)'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 discovery가 '증거의 편재'에 대응했다면 AI는 '증거의 과잉'에 대응한다. 반면 대륙법계에서는 AI가 기록을 분석하고 주장과 답변의 불일치, 누락된 쟁.을 찾아 법관의 석명을 지원하는 '법관의 보조도구(Judge's Assistant)'가 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법관상에 관한 문제가 선명해진다. 과거에는 법관의 시간과 정보처리 능력이라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추상적 논의에 머물렀던 질문이 이제 실제 제도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AI가 당사자가 놓친 쟁。을 찾아낼 수 있는데도 법관은 이를 외면해야 하는가. 반대로 AI가 찾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관에게 모든 쟁。과 진실을 찾아낼 의무를 요구할 것인가. 모바일 바다이야기규칙 중요한 것은 가장 성능 좋은 AI를 법원에 먼저 들여놓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우리가 어떠한 재판을 원하는지, 어떠한 법관을 원하는지를 정해야 한다. 실체적 진실을 적극적으로 발견하는 재판인지, 당사자의 자기책임을 바탕으로 공정한 공격과 방어를 보장하는 재판인지, 그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지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 AI의 역할은 그 선택 뒤에 정해져야 한다. 형사재판에서는 AI가 국가의 진실발견 능력과 감시능력을 동시에 확대하므로 기술적 가능성이 곧 법적 허용성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AI가 수사도구와 재판도구의 경계를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은 법관을 대체하기 전에 법관의 역할을 먼저 묻고 있다. 이제 답해야 할 사람은 기술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다. AI 시대의 사법개혁은 더 좋은 알고리즘을 고르는 일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법관과 재판의 모습을 합의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AI가 우리에게 먼저 묻는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법관과 어떤 재판을 원하는가'이다. AI는 그동안 흐릿했던 법관상과 재판원칙의 선택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권창환 부장판사(수원지법 안산지원)·한국정보법학회 회장 분석하고 주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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