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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5-08-2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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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는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는 간판 심야 토크쇼증권공부
인 <더 레이트 쇼>의 폐지를 결정했다. ⓒ 갈무리
지난 7월17일 미국 지상파 채널 CBS의 간판 심야 토크쇼인 〈더 레이트 쇼(The Late Show)〉가 폐지 결정을 내렸다. 당장 간판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와의 계약이 끝키지노릴게임
나는 2026년 5월까지는 유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콜베어가 잘려서 정말 좋다. 그가 가진 재능은 시청률에도 못 미친다”라며 독설을 날렸다. 며칠 뒤 콜베어는 〈레이트 쇼〉에서 시작하는 말을 통해 트럼프의 해당 발언을 소개했다. 이어 화난 말투를 흉내 내며 “이봐요 선생, 어디 감히? 재능도 없는 사람이 이렇게 재치 있는 풍자를 날리겠냐고!슬롯총판
” 하더니, 대뜸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 “그냥 엿이나 처드세요(Go fuck yourself).”
우리에겐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다. 비판적 방송 프로그램과 진행자를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일순간에 날려버리는 건 우리도 워낙 자주 겪는 일이라 딱히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수페타시스 주식
개인을 조롱하고 그런 조롱에 대해 욕설로 답하는 방송을 내보내는 건 적어도 아직까진 우리에게 낯설다. 이날 콜베어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CBS를 향해서도 우리에게 익숙할 법한 표현과 익숙하지 않은 말을 뒤섞었다. “CBS는 언제나 내게 훌륭한 동반자였다”는 칭찬이 전자에 속한다면, “우리 〈레이트 쇼〉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데도 폐지하겠다는 게팡멀티릴게임
어떻게 순전히 재정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후자에 속한다. 의례적인 ‘이별 소감’이야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손 치더라도, 평소보다 덜 신랄한 어투이긴 했지만 자신을 ‘고용한’ 채널에 대한 간접적 비판을 할 수 있다는 건 꽤 신선한 놀라움을 준다.
〈더 할리우드 리포터〉 7월18일 보도에 따르면, CBS는 “오로지 재정적인 이유로”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야방송 시간대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광고매출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지 이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성과, 혹은 계열사인 파라마운트에 연관된 사안들이 폐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오히려 더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영화사 파라마운트가 다른 스튜디오인 스카이댄스를 인수하는 8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연방 미디어 규제기구인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의 승인이 필요하다. 게다가 CBS는 2024년 대선 당시 경쟁 후보인 해리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인터뷰를 조작했다며 트럼프로부터 20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고 약 1600만 달러를 물어주는 선에서 소송을 막았다. 콜베어는 자신의 방송에서 이를 “크고 두툼한 뇌물(a big fat bribe)”이라며 신랄하게 꼬집은 바 있다. 7월14일 방송이었으니, 프로그램 폐지 결정이 공표되기 사흘 전이었다.
CBS 입장에서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에 불과하다는 해설도 가능하다. 〈앵클러 미디어〉 7월23일 보도에 따르면, 제작을 맡고 있는 콜베어 제작팀은 지난 6월 말 이미 그 내용을 접했는데, 당시 콜베어가 2주간 휴가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복귀 후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퍼크〉 7월18일 보도 역시 콜베어의 제작팀이 7월4일에 이를 처음 통고받은 뒤 7월16일 최종 결정이 내려졌는데, 바로 다음 날 콜베어가 이를 공개해버리자 CBS 측이 난감해했다는 후문을 전한다.
설혹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여전히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남는다. 〈뉴욕타임스〉가 7월17일에 보도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의심’과는 달리 CBS와 트럼프를 동시에 비꼰 콜베어의 7월14일 발언이 프로그램 폐지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설명 정도만 가능할 뿐, CBS가 여러모로 트럼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저간의 사정이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독립적 규제위원회인 FCC는 당대 행정부로부터 전혀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조건에 있지 않으며, 대통령 트럼프는 미디어 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그 자신의 것은 아닌) 권한을 틀어쥐고 특정 프로그램을 억압할 수 있다. 미디어 기업은 어쩌면 굳이 물어주지 않아도 좋았을 거액의 배상금과 대통령이 싫어하는 프로그램 및 진행자의 목을 잘라 ‘진상’함으로써만 자신들이 바라는 바를 얻게 되리라는 인식을 바꾸지 못한다. 이번 일은 ‘상업적으로 생존할 수 있기에 권력의 억압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다’는 미국식 언론 자유 모형이 환상에 가까운 것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의 폐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Photo"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3/sisain/20250823084835321hzqm.jpg" data-org-width="1280" dmcf-mid="xXAroaf5ie"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3/sisain/20250823084835321hzqm.jpg" width="658">
7월21일 미국 뉴욕 에드 설리번 극장 앞에서 시민들이 <더 레이트 쇼>의 폐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Photo
모방할 게 없어 윤석열 따라 하나
후진적인 한국과 선진적인 미국이라는 오래된 환상 역시 이미 꽤 오래 전부터 깨져나가고 있었다. 풍자 코미디언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콜베어는 트럼프로 하여금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에 꽂히게 만든 장본인이다. 콜베어는 2005년부터 뉴스 형식을 빌린 풍자 코미디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진짜 뉴스’의 근엄하지만 속 빈 강정 같은 보도를 풍자함과 동시에 그 안에 등장하는 권력자와 유명인들의 허상도 까밝히는 것이 이 가짜뉴스의 포맷이자 의도였다. 누구나 ‘가짜’임을 아는 뉴스 형식의 풍자적 속성이 바로 당대 가짜뉴스의 본령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2016년 미국 대선에 나온 트럼프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류 언론에 대항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단어를 전용해버린다. 이를 통해 그는, ‘당신들이 의존하는 권위 있는 언론은 죄다 거짓을 말할 뿐이며, 대안적 진실은 오로지 트럼프 자신의 입을 (실은 트윗을 날리는 손가락을?) 통해서만 나온다’며 역설했고, 정치적으로 혁혁한 성공을 거뒀다.
대통령이 거짓을 남발하면서 다른 것을 가짜라며 때려잡는 이 후진적 사례의 시간적 선진성을 열심히 따라 한 것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이었다. 그러자 이제는 재선한 트럼프가 윤석열의 선진적 후진성을 모방한다. ‘바이든-날리면’ 사건 이후 언론사에 남발한 고소고발 건이라든가, TBS·YTN·MBC로 이어진 ‘방송국-날리면’ 전략, 그리고 TV조선 재승인 심사를 꼬투리 잡아 한상혁 전 위원장을 내쫓고 자신의 홍위병을 앉히기 위해 수행했던 일련의 ‘방통위-날리면’ 사건은 한때 ‘선진적으로 후진적이었던’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절치부심하던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이제 다시 ‘왕좌의 게임’을 시작한 트럼프는 윤석열을 모방했다. 최근 엡스타인의 성착취 스캔들에 자신이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을 자신의 해외순방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들을 상대로 100억 달러 민사소송을 청구한 것은 덤이다. 또 편향성을 이유로 미국 공영 라디오인 NPR과 공영방송국 PBS에 대한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후진성 따라잡기 경쟁’이라는 아이러니는 사뭇 진지하고 또 너무나 치열해서 이젠 선후를 가리기조차 어려워졌다.
7월29일 스코틀랜드 순방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Photo
다른 한편 나는 미디어 역시 미국과 한국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의 탈을 쓴 극우적 정치 선정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성공한 폭스뉴스를 고스란히 본뜬 것이 이명박이 탄생시킨 종합편성채널(종편)이다. 그나마 미국은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지상파 채널과 케이블 CNN에 ‘맞서’ 케이블 뉴스 하나에서 대박을 쳤다면, 한국은 대통령 이명박이 나서서 종편 채널 4개와 뉴스 전문 채널 하나를 한꺼번에 허락해줬고, 대통령 윤석열이 나서서 YTN까지 민영화시켜버렸으니, 단순 산술로 치자면 무려 대여섯 배나 (보수를 표방한 정치 선정주의 미디어 확산을 위해) 애를 써준 셈이다. 또 미디어 산업 측면에서 퇴물이었던 AM 라디오를 되살려 극우적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데 성공한 미국의 선례는 한국 극우 유튜브를 통해 적극적으로 모방되었다. 미국의 극우 라디오가 ‘점잖은’ 공화당을 ‘급진 극우적’ 공화당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면, 한국의 극우 유튜브는 윤석열로 하여금 내란을 시도하게 하고 국민의힘으로 하여금 그 내란을 옹호하는 전선에 들쥐 떼처럼 뛰어들게 했다. 역시 후발주자는 단순 모방에 그치지 않고 원본을 뛰어넘는 기세까지 보여주어야 뭐라도 제대로 하는 느낌이 드는가 보다. 후생가외(後生可畏·젊은 후학들을 두려워할 만하다)의 이런 맹렬함과 진심은 다시 원본에도 영향을 미쳐, 이젠 누가 누구를 모방하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해진다. 매트릭스의 철학자 보드리야르가 말했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의 시대를 다시 한번 열어젖히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레이트 쇼’ 쇠락이 말하는 것
그런 면에서, 사실 나는 “오로지 재정적인 이유로” 콜베어의 심야 토크쇼를 폐지했다는 CBS의 해명을 그저 그런 변명으로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심야 토크쇼는 미국 지상파 네트워크 채널들에게는 오랜 기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콜베어가 2015년부터 키를 쥐고 운영해온 CBS 〈더 레이트 쇼〉는 유명 진행자인 데이비드 레터맨이 1993년에 시작한 심야 토크쇼에서 비롯됐고, CBS로 하여금 이른바 ‘레이트 쇼 프랜차이즈’라고까지 부르는 강력한 원형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레터맨은 그 전까지 지상파 채널 NBC의 인기 심야 토크쇼인 〈레이트 나이트(Late Night)〉를 11년간 이끈 바 있다. NBC는 또 다른 유명 진행자 제이 레노가 이끄는 〈더 투나잇 쇼(The Tonight Show)〉를 통해 막강한 전통을 이어왔으며, 3대 지상파 네트워크 채널 가운데 나머지 하나인 ABC도 그에 상응하는 유명 진행자와 심야 토크쇼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이들 심야 토크쇼의 광고매출 총합은 2018년 4억40만 달러 규모에서 2024년 2억220만 달러 규모로 위축되었다. 지난 6년간 총 광고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콜베어와 이별을 선언하면서 “매년 4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 CBS가 새빨간 거짓말로 점철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리라고 짐작하는 이유다.
물론 줄어드는 광고매출에 대비하여 제작비를 조정하는 등 다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콜베어가 결별을 발표한 7월17일 방송은 올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해당 에피소드는 유튜브로도 500만명이 보았으며 콜베어의 욕설이 담긴 클립은 유튜브 조회수 1000만을 넘겼다. 게다가 여타 심야 토크쇼의 시청률까지 상승 견인하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이 현상이 그저 잠시간의 반향 정도로 그칠 수야 있겠지만, 사실 콜베어의 개인적 인기는 여전하며 그의 풍자 코미디는 유튜브와 기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엄청나게 소비된다. 심야 토크쇼의 줄어드는 시청률을 비꼬면서 콜베어의 재능까지 비웃었던 트럼프에 대해 “그냥 엿이나 처드시라”고 직격을 가한 콜베어의 호기는 단지 욱하는 마음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 이런 대중적 지지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2022년 9월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윤석열.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다수 가정이 고된 하루를 마감하며 시청했던 지상파 텔레비전의 심야 토크쇼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어려워 보인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줄어들고, 거대 미디어 기업의 초라해진 수익은 고작해야 나이 든 세대의 버리지 못한 습관에 들러붙어 있을 뿐이다. 그 어떤 언론보도보다 트럼프식 막가파 정치에 대해 가장 날카롭고 대중적으로 수용성 높은 비판을 수행하면서 정치 관련 정보의 전달과 태도 형성에 기여하는 건 콜베어의 풍자 코미디이긴 하나, 이를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로 옮겨서라도 과거와 같은 제작 규모에 바탕을 두어 품질과 영향력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심야 시간대 텔레비전 앞에 모여 ‘집중하는’ 시청자의 규모와 밀도에 상응하여 지불되던 고액의 광고료를 유지하는 건 스트리밍 매체를 통해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내용물의 품질을 유지하거나 창의성을 제고하는 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이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과연 그 많은 돈은 어디를 향해 흐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다시 내용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콜베어-날리면’ 사건은 ‘상업적으로 성공해야만 미디어의 독립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미국식 언론자유의 환상도 날려버렸으며, ‘재정적으로 안정될 때에만 미디어의 창의성과 독립성이 가능하다’는 좀 더 보편적인 언명의 가치를 진지하게 되짚어봐야 할 여러 이유를 남겼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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