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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수호자들] [10·끝] 진실의 수호자들이 말하는 '100년 조선일보에 바란다'
"확인된 사실 얻는 길 막히면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어"
"권력자들이 엉망으로 할 때마다 요란하게 호루라기 불어댔으면"
"몇몇 언론 극단적 정파 스피커역… 혼란기일수록 사실만 보도를"
조선일보는 창간 100년을 맞아 지난 1월 1일부터 '진실의 수호자들' 시리즈를 연재했다. 인터넷·소셜미디어를 통로로 거짓이 뉴스로 유통되는 현실에서 거짓을 가려내고 사실과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게재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앞으로 100년을 위해 언론과 신문, 조선일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유권자들 올바른 판단 돕는 일, 정보 홍수 시대에 언론의 역할"▲조 스티븐스 미 프린스턴대 언론학 교수, 전 워싱턴포스트 탐사 기자아버지는 공장 노동자셨다. 6학년까지만 교육을 받았다. 애팔래치아 산맥 아래 교실 하나짜리 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는 주변에도 못 갔다. 책 읽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이런 아버지는 퇴근길이면 집 앞 주차로에 배달된 지역신문을 소중한 물건인 양 집어들고 귀가했다. 그러고는 단어 하나하나, 페이지 한쪽 한쪽을 집어삼키듯이 읽었다. 종종 신문에 연필로 뭔가를 끼적이면서. 신문은 아버지에게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려주는 유일한 창구였다. 아버지는 신문을 통해 선거에서 누구를 찍을지, 혹은 절대로 표를 주어선 안 될 몹쓸 악당은 누구인지도 배웠다. 대학교에 갈 기회가 없던 아버지에게 신문은 학교가 되어주었다. 나에게 그 기억은 깊이 새겨져 있다.
그 신문의 1면 맨 위에는 안개 속 등대에서 한 줄기 빛이 뻗어 나오는 그림이 이런 글귀와 함께 그려져 있었다. '빛을 비추면 그들은 알아서 길을 찾을 것이다.' 난 그 문구가 정말 멋지게 느껴졌다. 지금 떠올려도 그렇다.
나는 자라서 기자가 되었다. 그리고 사실을 따라다니면서, 내가 아니면 아무도 세상에 드러내지 않을 이야기를 쓰는 일을 했다. 사실을 밝혀내고 유권자가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돕는 일이 즐거웠다. 유권자가 '사실로 확인된 사실'을 얻을 길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작동할 수가 없다.
조선일보가 100년 동안 한국의 저널리즘을 지켜왔음을 축하한다. 나의 아버지 같은 독자가 있음을 기억하면서 직접 확인한 믿을 만한 사실을 미래에도 계속 전파해주길 바란다.
"권력이 숨기려고 애쓰는 진실을 깊이 있게 파헤쳐야 잘못 고칠것"▲월터 로빈슨 미 보스턴글로브 선임기자, 보스턴글로브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 전 팀장, 퓰리처상 수상나는 꼬맹이 때 '페이퍼 보이'(신문 배달원)로 일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신문부터 펼쳐 읽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났다. 그런 따끈따끈한 소식을 자전거에 싣고 달리면서 사람들에게 아침 일찍 알리는 일이 즐거웠다. 영어엔 '역사를 관람하는 맨 앞줄'이란 관용구가 있다. 나는 언론이야말로 역사가 이뤄져 가는 모습을 가장 앞줄에서 보고 전해주는 존재라고 믿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제대로 된 언론은 권력자와 정부가 보여주려고 내세우는 것보다는 숨기려고 애쓰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캐낸다. 저널리즘이란 권력자와 정부가 정말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그 깊은 진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일이다. 단점을 까발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그들이 잘못을 고칠 것 아닌가. 훈련된 기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눈에 불을 켜고 캐고 다닐 때 권력자는 긴장한다. '그들'이 일을 엉망으로 할 때마다 조선일보가 지금처럼 요란하게 호루라기를 불어댔으면 한다.
"인류 비판적 사고 능력 유지시킬 심층적 분석기사 만드는 게 정론"▲다니엘라 루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인공지능연구소장인공지능과 로봇을 연구하는 나는 인간과 기계는 무엇이 다른지 관심이 많다.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능력 중 하나는 비판적 사고다. 그런데 나는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주의 집중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또 인터넷에 유통되는 정보 중에 상당수가 거짓이라는 점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인류의 '뇌'가 제대로 된 궤도를 더 벗어나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사실, 실질적인 진실로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언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언론은 우리가 어떤 현상에 대해 깊이 생각할 틀을 제공해준다. 또 세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려준다. 1분짜리 유튜브 동영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언론이 무엇보다 인류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끌어올릴 심층 분석 기사를 열심히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인간이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잃지 않도록, 조선일보가 돕길 바란다.
"공정하고 정확한 사실보도 위해 100% 쏟아부으면 독자는 신뢰"▲라스무스 클레이스 닐슨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총괄 디렉터, 옥스퍼드대 교수영국은 물론 미국·한국 등 주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지금 정치는 극단적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마다 선동을 위해 거짓 정보를 뿌린다. 가짜 동영상까지 동원해가며, 잘못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자도 적지 않다. 이런 사회에서 언론이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몇몇 언론은 극단적 정파의 '스피커' 역할을 하며 싸움판에 뛰어들기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혼란기일수록 언론은 '사실만을 보도한다'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한다. 독자는 장기적으로 언론사가 공정하고 정확한 사실 보도를 위해 노력의 100%를 쏟아붓는다고 믿을 때 언론을 더 신뢰한다. 다행히 '좋은 저널리즘'에 비용을 지급할 뜻이 있는 시민이 늘고 있다. 조선일보가 앞으로도 좋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진실을 찾아 이를 알린다'라는 오랜 가치를 말이다.
"기사 만들기 위해 큰 비용 들어 친절하게 취재 과정 알려줬으면"▲시난 아랄 MIT 경영대학원 교수정보가 쏟아진다. 조선일보는 거짓과 사실이 마구 섞여 유통되는 혼란스러운 시대에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어쩌면 '정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 때일수록 진실과 사실에 충실해지려는 언론사들이 보도를 통해 전달하는 정보의 '정체'를 더 투명하게 알릴 것을 제안한다. 즉 어떤 정보를 어떤 과정을 통해 얻었고, 출처는 어디이고, 그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어떤 저널리즘적 윤리와 기준을 적용했는지를 더 많이 설명했으면 한다. 이른바 정보를 '레이블링(labeling·표지 붙이기)'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하라는 뜻이다.
신문은 전문성을 갖춘 수많은 기자가 아주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수많은 사람을 만나 치열한 질문을 던진 끝에 밝혀낸 사실을 담고 있다. 독자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이토록 큰 비용이 들었음을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가 이런 취재 과정을 더 친절히 독자에게 알려줬으면 한다. 이를 통해 시민사회가 무엇을 믿고 공유할지 그 길을 찾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보수·진보정권 안가리고 견제하는 용기있는 언론으로 계속 남아주길"▲제러미 캐플런 뉴욕시립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가장 좋은 소독제는 햇빛이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자주 인용하는 문구다. 저널리즘의 역할을 은유적으로 설명한 말이기도 하다. 언론은 사회에 '공해'가 발생했을 때 그 혼돈 가운데 빛을 비춤으로써 사실을 드러내고 상처를 치료한다. 이런 기능은 민주주의에서 특히 더 중요하다. 투표할 권리는 유권자들이 사실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질 때만 올바른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특정 정치 세력의 편을 들거나 어떤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해선 안 된다. 독자 눈치를 지나치게 보아서도 곤란하다. 시민사회는 완전히 독립적인 언론을 필요로 한다. 언론이 스포츠 팬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 스포츠 팬은 맹목적이다. 하지만 기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이나 정권이 비리를 저질렀을 때 그 잘못을 있는 그대로 보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언론이 전쟁터에서는 적군까지도 치료하는 의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는 보수·진보 정권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권력을 견제하고 치열하게 사실을 보도해 왔다고 알고 있다. 그런 용기 있는 언론의 100주년을 축하하면서, 앞으로도 진실에만 충성하는 언론으로 남기를 바란다.
[정리=김신영 기자 s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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