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에 전시된 오인환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 전시가 열리는 도시마다 성소수자의 모임 장소를 조사해 향 가루로 글씨를 쓰고 태우는 작품이다. 뒤로 보이는 작품들은 아시아 최초 퀴어 미술 재단인 선프라이드 재단의 소장품들이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현대 예술에서 소수자 정체성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서구·백인·남성 중심의 세계 질서가 주류 서사를 이끄는 동안, 대안적 미감을 추구하고 그 질서에 균열을 내려는 예술가들이 흑인과 여성, 성소수자(퀴어) 등 주변부 정체성의 서사를 탐색한다. 스스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로 소수자로서 경험을 절감하는 이들은 글과 그림으로, 영상과 설치로 조그마한 목소리를 내고 이해를 구한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도 그런 전시 중 하나다. 홍콩의 미술 수집가 패트릭 선이 설립한 아시아 최초의 퀴어 미술 재단 '선프라이드 재단'이 아시아 여러 도시에서 벌이는 순회전 '스펙트로신테시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스'의 네 번째 판으로, 재단의 소장품과 함께 한국과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퀴어 작가를 대거 참여시켜 총 74팀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장을 꽉 채우고도 넘쳐 지하 극장의 무대 뒤편, 작은 사무실, 화장실과 복도까지 채운 작품들은 '사회 내에 어디서든 존재하지만, 눈에는 드러나지 않는' 성소수자의 숨구멍 역할을 자처한다. 전시가 문을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연 18일 전시장에서 만난 패트릭 선 대표는 "사실 서울이 보수적이라 들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전시장에 와 보니 희망찬 분위기"라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고 있어서 시의적절할 때 진행되는 전시 같다"고 말했다.
정은영의 영상 작품 '병든 서울'은 12·3 비상계엄 반
바다이야기사이트 대 집회 현장에 나타난 퀴어 시민들의 활동을 농악과 테크노 음악 등과 연결해 묘사한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김아영의 '다시 돌아온 저녁 피크 타임'은 웹툰 작가 1172와 협업해 '딜리버리 댄서' 연작 속 세계관에 등장하는 두 여성을
바다신2릴게임 연인 관계로 묘사한 벽지 작품이다. 가운데에 설치된 게임 시뮬레이션 내에서 등장인물을 직접 움직여볼 수 있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전시장에는 젠더의 이분법에 균열을 내는 대작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은영의 영상 작품 '병든 서울'은 12·3 비상계엄 반대 집회에 존재감을 드러낸 '퀴어 시민'의 활동을 농악과 테크노 음악에 연결한 초대형 영상으로 선보인다. 김아영은 인기 연작 '딜리버리 댄서' 세계관에 등장하는 2인의 여성 등장인물을 여성 간의 로맨스를 다루는 '걸즈 러브(GL)' 웹툰 문법으로 재해석한 대형 벽지 작품을 내놨다.
한편으론 퀴어 정체성의 취약하고 불안정한 처지에 대한 자조와 위로의 정서도 나타난다. 오인환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은 향 가루를 전시장 바닥에 부어 글자를 쓰고 전시 기간 내내 향을 태우는 작품인데, 글씨의 정체는 전시가 열리는 도시(이번 전시는 서울)의 게이 바와 클럽 이름이다. 선 대표는 직접 작품을 소개하며 "게이에겐 익숙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전혀 무의미한 단어의 나열이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성소수자 공간과 집단의 기억을 소환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한국에서 기관 단위로 열리는 첫 대규모 퀴어 전시'를 표방했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선프라이드 재단 소장품을 중심으로 작가 김성환과 함께 구성한 1부와, 이용우 홍콩중문대 교수가 기획자로 나선 2부로 구성돼 작품 하나하나를 둘러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비(非)퀴어 입장에선 평범한 마음으로 볼 전시는 아니고 '혐오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선 대표는 아시아를 돌며 퀴어 전시를 여는 이유에 대해 "성소수자 권리가 가장 신장된 대만과 태국에서조차 직업상, 사회상 차별 등이 남아있다"면서 "이런 주제의 예술이 더 많이 노출되고 얘기될수록 세상의 생각도 조금씩 바뀔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