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라벨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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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관람객의 휴대전화 소음에 따른 심각한 방해 사태로 관객들의 정당한 관람권이 현저히 침해됐다. 문제의 관객에 대한 합당한 제재는 물론, 기획사인 빈체로와 예술의전당의 책임 소재 규명을 요구한다.”
최근 온라인 클래식 음악 동호회에 올라온 ‘관객 공동성명 초안’의 일부다. 이 글에는 취지에 뽀빠이릴게임 공감한다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고, 집단 소송 제안에 소송 비용을 분담하겠다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관객들이 이토록 분노한 이유는 지난 4일,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협연 도중 발생한 ‘역대급’ 휴대전화 소음 때문이다. 고요하고 서정적인 2악장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1층 앞쪽 객석에서 유튜브 영상 소리가 릴게임 울려 퍼졌다. 당황한 해당 관객이 휴대전화를 즉시 끄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소음은 상당 시간 지속됐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공연 도중 연달아 울린 휴대전화 소리에 지휘를 멈춘 지휘자 야니크 네제세갱. 바이올리니스트닷컴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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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뜻하는 ‘관크’(관객+크리티컬)의 주범은 단연 휴대전화다. 지난 6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도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와 서울시향의 협연 직후, 앙코르를 앞둔 정적 속에서 난데없이 불경 낭송 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범인은 역시 관객의 휴대전화였다. 릴게임방법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지 못한 해당 관객은 결국 2부 공연을 보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영국 버밍엄 심포니홀 무대에 선 세계적인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는 노래를 부르던 중 관객의 스마트폰 촬영에 격분해 공연을 중단했다. 그는 “관객이 휴대전화를 치켜들면 집중력이 깨져 몰입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 릴게임갓 뜨렸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해당 공연장이 ‘오래된 관행을 깨겠다’며 사진 촬영과 짧은 녹화를 허용하는 새로운 규칙을 도입한 직후 발생했다. 논란이 커지자 공연장 쪽은 촬영은 다시 금지하되,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프로그램북’을 보는 것만 허용하는 선으로 한발 물러섰다.
“도대체 우리는 휴대전화 없이 딱 한시간만이라도 살 수 없는 겁니까?” 2023년 5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지휘하던 야니크 네제세갱은 연주를 멈추고 객석을 향해 이렇게 일갈했다. 3악장 시작 1분 만에 휴대전화가 울려 연주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비슷한 구간에서 또다시 벨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네제세갱은 이후 인터뷰에서 “그때가 벌써 네번째 벨소리여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그의 작심 발언을 새긴 가방 등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며 관객 에티켓 캠페인에 활용하기도 했다.
‘공연장의 훼방꾼’이 된 휴대전화를 막기 위한 대응책도 각양각색이다. 일본의 대표적 클래식 전용관인 산토리홀은 내부에 전파 차단기를 설치해 통신 신호를 원천 봉쇄한다. 전화나 문자는 차단되지만, 비행기 모드에서도 작동하는 알람이나 미디어 재생까지 막을 순 없다는 한계는 있다. 국내에서도 2001년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에 전파 차단기를 설치했으나, 긴급 재난 문자 수신 불가에 따른 안전 문제와 현행법 위반 소지로 인해 2003년 철거된 바 있다.
물리적인 통제 방식을 도입하는 곳도 늘고 있다. 서울 충무로 옛 대한극장 자리에서 공연 중인 이머시브(관객 참여형) 연극 ‘슬립 노 모어’는 입장 시 휴대전화와 스마트워치를 잠금장치가 달린 전용 가방에 넣어 메고 다니게 한다. 밥 딜런 등 일부 가수들은 ‘욘더’라는 특수 파우치를 도입해 공연장 내에서 휴대전화를 꺼낼 수 없도록 강제하는 ‘폰 프리 콘서트’를 진행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