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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과 학교가 늘어선 거리엔 최루탄 연기가 자욱하다. 소셜미디어엔 시위대를 향해 ‘후추탄’을 쏘는 연방 요원들의 모습이 올라온다. 미국 전역이 축제로 들썩이는 핼러윈에도 충돌이 이어졌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롯한 법집행당국이 시카고를 겨냥해 이민 단속을 벌이기 시작한 지 두달, 시카고 거리 곳곳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이민 단속 인력을 증원하라고 지시한 뒤인 지난달 14일, 연방 요LG유플러스 주식
원이 시카고에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던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운 감도는 시카고…트럼프 ‘권력 확장 실험’의 시험대 되다
지난달 5일 오전, 이민 단속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연방정부 소속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이 한 시민에게 총을 쏜 사건은 시민 저항의 도화선이 됐다토탈소프트 주식
. 한밤중 중무장한 연방 요원들이 헬기를 타고 착륙해 시카고의 한 대형 아파트를 급습해 어머니와 아이들까지 끌고 가는 모습이 중계된 지 불과 며칠 뒤 벌어진 일이었다. 같은 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 주방위군의 시카고 투입을 공식 발표하며 불에 기름을 부었다.
이때 군 투입을 주저하는 백악관 일부 의견을 진압하고 강경 초보주식강좌
대응을 주도한 이가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이다. 시엔엔은 밀러가 국방부에 ‘시카고에 즉시 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밀러는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시카고에서 벌어지는 일은 “국내 테러리즘이자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백악관 일부에선 왜 주저했을까.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 시카고는 오랜 기간 민주실적좋은주식
당 지지세가 강한 도시로,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전통이 뿌리 깊다. 이른바 ‘시카고 사단’을 양성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하다. 밀러는 밀어붙였다. 시카고뿐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포틀랜드, 오리건, 테네시주 멤피스도 마찬가지다.
밀러의 공식 직함은 비서실장 아래의 부비서실장(국토안보보좌관 겸임)이지만, 백악관재영솔루텍 주식
안팎에서는 그가 ‘부통령급 실세’ ‘권력 2인자’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밀러는 트럼프 1기 때 추진한 반이민 정책이 각 부처 실무 선에서 저항에 부닥쳤던 실패를 바탕삼아, 2기 행정부에선 법률, 국토안보, 언론 등 정책 전반에 걸쳐 인사 요직을 측근으로 채웠다. 행정부 고위 실무자들이 밀러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트럼프 2기 들어선 밀러는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핼러윈 행사에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그 자녀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밀러 부비서실장 앞에 그의 배우자인 케이티 밀러가 자녀를 안고 앞서 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의 복심…“건드릴 수 없는 존재”
지난달 말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세관단속국 전국 지휘부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문책성 경질’을 했다. 미국 남부 국경 단속을 하며 과격한 진압 경험을 쌓은 세관국경보호국의 퇴직 관료들을 대신 지휘부로 앉혔다. 여기에도 밀러의 압박이 작용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밀러는 지난 5월 이민세관단속국이 서류 미비 이민자 체포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질책했고, 목표량을 세배 늘려 하루 3000명씩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9월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엘지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단속도 그 여파로 꼽힌다. 밀러의 팀은 매일 아침 백악관, 법무부, 국토안보부 관계자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이민자들을 체포했는지 최신 보고서를 받아본다고 알려졌다.
국무부까지 밀러의 입김이 미치고 있다. 매일 아침 10시께 국무부의 영사 및 난민 업무를 담당하는 소수의 보수 성향 외교관들은 이른바 ‘스티븐 밀러 콜’을 위해 전화를 든다고 한다. 여기서 이스라엘이나 가자 문제, 피살된 극우 정치인 찰리 커크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이들의 비자 취소 등이 논의된다. 현직에 있는 국무부 고위 관료는 가디언에 “이민 문제가 (지금처럼) 미국 외교의 핵심으로 여겨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반골’로 성장
밀러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집착은 각별하다. 트럼프조차 밀러가 말하는 대로 하면 미국 인구는 1억명밖에 남지 않을 것이며, 그 1억명은 다 밀러처럼 생겼을 것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다.
정작 그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부유한 유대인 집안 출신이다. 그의 증조부모는 동유럽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온 이민자였다. 자란 곳은 민주당 성향이 강한 도시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다. 히스패닉과 아시안 등 유색인종 비율이 40%가량에 이를 만큼 높은 지역이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 공립학교로 진학한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자칭 “반골”로 이름을 날렸다. 재학 고교는 히스패닉계 학생들을 위해 안내사항을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로도 방송했는데, 밀러는 영어를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다니는 우등반엔 히스패닉 학생이 없다”는 글을 교지에 실었다. 듀크대 진학 뒤에도 백인 우월주의자 연사를 학내에 초청하는 등의 행보로 논란을 불렀다. 디애틀랜틱은 밀러가 반발을 자아내는 식의 논쟁을 즐겼다는 데 주목했다. 상대 진영의 분노를 유발해, 정치적 이득으로 활용하는 밀러의 ‘트롤링’ 전략이 일찌감치 싹을 틔운 셈이다.
대학을 졸업한 밀러는 정계에 입문해, 반이민 정책 추진에 앞장선 제프 세션스 공화당 상원의원의 보좌관이 되었다. 이 무렵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는 2015년 6월 공화당 경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이민자들이 마약과 범죄를 들여오고 있다. 그들은 성폭행범”이라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밀러는 이때 트럼프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이후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2015년 1월 밀러는 트럼프 캠프의 연설비서관으로 합류했다. 이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 부모와 아이들을 강제 분리 수용하는 ‘무관용 정책’,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 폐지, 비자 발급 절차 강화 등 사회적 논란과 반발을 불러일으킨 정책 뒤엔 항상 밀러가 있었다.
트럼프 재선 실패 뒤 밀러는 ‘아메리카 퍼스트 법률재단’을 창립해 바이든 행정부의 인종차별 대책, 성소수자 학생 보호 정책, 투표권 확대 정책을 비롯해 대기업 다양성 정책 등 진보 정책을 겨냥한 잇단 소송을 냈다. 2기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몇달간 수많은 행정명령을 쏟아내는 물량 전략을 폈는데, 이를 고안한 것도 바로 밀러다. 언론과 법원을 ‘홍수 속에 압도시켜’ 대응 전선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민주당 도시 시카고에 ‘반란’ 규정 나선 밀러
‘트럼프의 책사’ 밀러는 군 투입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내란 프레임’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법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성향 주의 주방위군을 민주당 도시 치안에 투입하는 게 법상 타당한지를 판단 중이다. 만약 법원에서 주방위군 투입을 막아설 경우, 밀러는 다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중 하나로 ‘반란법’(Insurrection Act) 발동이 거론된다. 1807년 제정된 반란법은 내란 발생 시 대통령이 연방군을 국내 치안 유지에 직접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려면, 반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지역 정부는 ‘국내 테러리스트’이자 ‘반란 세력’이 되어야 한다. 트럼프 정부한테 사실상의 ‘미국판 계엄령’을 휘두를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반란’ 대상엔 사법부도 포함된다. 밀러는 사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리면 “합법 반란”이라며 거듭 ‘내란’을 거론해왔다.
1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브로드뷰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앞을 지키고 있는 주 경찰 앞에 시위대가 내려놓은 꽃이 떨어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강경한 반이민 단속, 거듭된 군 투입 시도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부가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하고 행정부의 권한을 시험하는 수단이라고 미국 내에선 보고 있다. 군 투입으로 인한 충돌이 빚어질 경우, 물가 상승, 일자리 문제, 관세 등 경제 정책에서 시선을 돌리고 모든 문제는 ‘불법 이민자 탓’이며 이를 방치한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전략이다. 가이 차잔 파이낸셜타임스 기자는 팟캐스트에서 “최근 시카고, 포틀랜드 주방위군 투입을 둘러싼 수사적 표현이 늘어났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며 “밀러는 시카고 상황을 국내 테러리즘이자 반란이라고 묘사했는데, 또다시 군 투입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평화로운’ 워싱턴에 배치된 주방위군의 임무는 올해 12월까지 연장됐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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