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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거꾸로 뒤집기
   독고민운  (19-06-12 02:36)
조회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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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호 < 성균관대 의대 학장·소아청소년과 i101016@skku.edu >의대 강의가 다른 학과와 다를 것이라 예상했다면 오해다. 일반 강의와 마찬가지로 질병 이름으로 시작하는 강의다. 병에 대한 역사에서부터 원인, 증상, 진단과 치료방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전통적인 강의법은 효과적이지 않다. 처음 찾아온 환자의 얼굴에는 병명이 쓰여 있지 않다. 증상을 보고 거꾸로 진단해야 하는데, 막상 학교에서 배운 순서와는 반대여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아의 간과 관련된 A 질환을 강의하는 중 정신이 확 드는 질문을 던졌다. “나랑 내기할래요?”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지금부터 교과서를 펼치고 해당 질환을 가진 환자가 처음에 어떤 증상으로 와서 진단되는지 맞혀 보세요. 맞히면 내가 치킨을 쏘겠습니다.” 못 맞힐 리 없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신난 표정이다. 한 학생이 기발한 질문을 던진다. “몇 명이 맞히면 사주시는 겁니까?”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한 명이요!” 그러고는 게임이 시작됐다. 5분 후 학생들이 답을 적어 머리 위로 올렸다. 책에 기술된 증상인 황달, 피로, 경련이 보인다. 하지만 모두 틀렸다. A 질환의 환자는 그렇게 진단되지 않는다. ‘어느 상황’에 대해 의사가 의심하고 ‘하나의 검사’를 진행해야 진단이 가능하다. 교과서를 보면 ‘어느 상황’은 증상 파트에 언급이 있고 중요한 ‘하나의 검사’는 진단 파트에 적혀 있다. 그러나 이를 연결하는 전문가의 진단 방법은 눈을 씻고 봐도 나와 있지 않다.

그러면 의사는 학교 때 무엇을 배우는가? 책에서 질병을 배우지만 진단은 하지 못하는 의학교육이 지금의 현실이다. 최근 들어서야 많은 의대에서 환자의 실제 ‘임상 표현형’부터 진단에 이르는 과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수의 강의법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실제 상황에 맞는 임상추론을 가르치려면 전통 강의법으로는 어림없다. 실제 상황을 가르치고 여기에 경험이 합쳐져야 의사의 자질이 발전하고 국민의 이득으로 이어진다. 1차 의료기관부터 빠른 진단이 이뤄지면 의료전달체계가 올바로 서고 불신이 사라진다. 지금과 같은 대학병원 쏠림 현상도 해결될 것이다.

내기에서 진 학생들은 풀이 죽었다. 결국 모두에게 치킨을 사야만 했다. 졸업한 학생들과 병원에서 자주 마주치는데, 한 졸업생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던졌다. “교수님, 그때 강의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고맙습니다. ” 좋은 기억으로 남은 걸 보니 거꾸로 뒤집어 가르쳤던 강의법이 미래의 누군가에게 전파가 될 것 같다. 다윈의 자연선택처럼 좋은 문화유전자(밈·meme)는 우리에게 선택받아 내려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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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이상 업종 금융사 운영 그룹
금융위, 통합감독제 시범운영
삼성전자 주식 집중위험 반영 땐
삼성 자본비율 135%로 낮아져
금융 당국이 금융지주사가 아닌 7개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을 평가한 결과를 내놨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의 자본비율이 가장 높고 미래에셋그룹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도 기준치를 넘겼기 때문에 당장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신사업에 진출한다거나 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를 시범운영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금융지주사가 아니면서 2개 이상 업종에 걸쳐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그룹을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7곳(한화·교보·미래에셋·현대차·DB·롯데)이 감독 대상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융위 시뮬레이션(모의실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7개 금융그룹의 평균 자본비율은 181%로 나타났다. 계열사 자본을 단순 합산한 자본비율은 평균 269%였다. 하지만 위험항목을 반영하자 자본비율이 뚝 떨어졌다. 계열사 간 출자로 중복된 자본을 제외하고 계열사 부실이 그룹 전체로 번질 위험도(전이위험)를 3등급(보통수준)으로 가정한 결과다.

모범규준에서 정한 최소 자본비율은 100%이다. 7개 금융그룹은 모두 이 조건을 충족했다. 당장 추가 자본을 쌓거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곳은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220.5%)이 1위였고 교보(210.4%)·롯데(168.2%)·DB(167.2%)·한화(156.9%)·현대차(141.5%)·미래에셋(125.3%)의 순이었다.

고상범 금융위 지배구조팀장은 “미래에셋은 계열사들이 ‘다단계’로 자본출자를 한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생긴 중복자본을 차감한 결과 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A사가 100억원을 B사에 출자하고 B사가 다시 100억원을 C사에 출자했다면 중복자본을 뺀 100억원으로 그룹의 자본비율을 계산했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은 자본비율이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유독 삼성에만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인 ‘집중위험’을 모범규준에선 자본비율 산정에 반영하지 않기로 해서다. 관건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약 28조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이다. 이를 집중위험으로 반영해 계산에 넣으면 삼성의 자본비율이 135%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본 적정성을 높이기 위해 삼성생명·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애초에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사실상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엽 금융위 감독제도팀장은 “지난해 박선숙·이학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금융그룹 감독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집중위험 항목을 적용하는 것은 국회의 논의를 더 지켜본 뒤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그룹 감독법안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올라갔지만 국회가 공전하면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법이 제정·시행될 때까지는 지금의 모범규준을 일부 개정해 연장 적용키로 했다. 적용대상은 기존의 7개 금융그룹이다. 롯데그룹이 카드·손해보험을 매각하긴 했지만 아직 계열 분리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일단 대상에 포함했다.

올해부터는 금융그룹별 위험관리실태에 대한 평가도 시행한다. 올 하반기부터 매년 2~3개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종합등급을 산출하기로 했다. 이동엽 팀장은 “금융감독원과 상의해 평가대상 그룹을 정할 것”이라며 “4등급 이하인 그룹엔 경영개선 계획 제출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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