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거의 다 좌경화 됐잖아요. 전 유튜브 보면서 계몽됐어요.”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했다”는 박영신(가명·37)씨. 박씨가 처음부터 보수 정치에 관심이 많은 건 아니었다.
그를 바꾼 건 유튜브,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유튜브 알고리즘이다. 그는 “2020년 교회에서 동성애 관련 강의를 듣고 궁금해서 유튜브를 뒤지기 시작했다”며 “동성애를 반대하는 콘텐츠를 검색하다가 한 기독정치 채널을 구독했고, 그 이후부터 정치적 보수 성향이 짙은 채널들이 추천됐다”고 전했다. 그가 말한 채널들은 대체로 12·3 비상계엄을 지지하고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옹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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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본 유튜브 연결 지도


박씨의 경험은 우연이 아니었다. 국민일보가 지난 두 달간 진행한 알고리즘 실험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취재진은 구독자 10만명 이상인 기독정치 유튜버들을 한 묶음으로 릴게임골드몽 분류해 ‘가군’으로 설정했다. 가군에는 취재진이 기독교인의 시청 패턴을 확인하기 위해 새로 개설한 실험용 계정에서 추천된 4개 채널과, 유튜브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에서 최상위권으로 집계된 기독정치 채널 1곳이 포함됐다. 기독정치 유튜버 중 진보 성향인 10만 유튜버는 파악되지 않았다.
비교 대상으론 두 그룹을 편성했다. 하나는 설교 10원야마토게임 (갓피플TV) 찬양(FIA) 간증(새롭게하소서) 채널로 구성된 ‘나군’, ‘다군’은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서 매우 보수(극우) 성향 교인들이 가장 많이 본다고 답한 정치 채널 세 곳(성창경TV, 그라운드씨, 배승희변호사)이다.
취재진은 각 채널에서 최근 1년 동안 조회수가 높은 영상 5개에 달린 댓글 작성자가 가군 나군 다군에서 얼마나 겹 야마토통기계 치는지 파악했다. 데이터는 유튜브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자체 수집했다. 이른바 댓글 기반 네트워크 분석이다.
기독정치 채널은 신앙 채널보단 정치 채널에 가까웠다. 가군·다군의 연결 점수(50점)는 가군·나군의 연결 점수(11점)보다 5배 높았다. 나군과 다군 사이의 연결 점수는 3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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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특수 누린 기독 유튜버


12·3 비상계엄은 기독정치 유튜버들에게 특수였다. 가군 각 채널의 ‘조회수’ ‘구독자’ 등 2년치 데이터를 주 단위로 수집한 결과, 계엄 전까지 완만하게 유지되던 지표들이 지난해 12월 3일을 기점으로 일제히 치솟았다. 권오성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계엄이란 외부 사건이 기독정치 유튜버들에게 ‘큰 장이 섰던’ 시기”라고 평가했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는 J목사의 채널은 계엄 직전 누적 조회수가 2300만회였는데, 올해 12월 기준 9500만회로 상승했다. 1년 만에 누적 조회수가 4배 넘게 뛴 셈이다. 계엄 전후 각 1년치 주간 평균 조회수는 37만회에서 134만회로 약 3.6배 증가했다.
가장 극적인 성장세를 보인 유튜버는 K씨의 채널이었다. 분식 기업 대표인 K씨가 2019년 개설한 이 채널은 계엄 직전까지 누적 조회수가 22만회에 불과했는데, 지난 7일 기준 누적 조회수가 1300만회를 돌파했다. 1년 사이 누적 조회수만 60배 가깝게 폭증한 것이다.


교회 공동체엔 무슨 일이


계엄 이후 기독정치 유튜버들의 영향력은 온라인을 넘어 교회 공동체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서울의 한 교회에서 남선교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신민준(가명·43)씨는 “계엄 이후 교회 단체 채팅방이 수차례 폭파됐다”고 전했다. 두 명의 집사가 “좌파가 나라를 흔들고 있다”며 보수적인 기독정치 채널과 이른바 극우 유튜버 영상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인들이 자중을 부탁했지만, 오히려 두 집사는 소속 교회 주일예배엔 빠지면서 광화문 집회에 나간 모습을 SNS에 주기적으로 올렸다. 교인들이 이를 지적하자 다툼이 벌어졌고 공동체 차원에선 정치 콘텐츠 공유 금지를 선언했다. 결국 두 집사는 교회를 떠났다. 신씨는 “정치가 뭐라고 믿음의 형제들끼리 헐뜯게 하는지 안타깝다”고 전했다.
박진규 서울여대 교수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전부터 있었던 한국교회의 극단적 보수화 흐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은 그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시금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그간 소홀히 여겨왔던 공공성과 시민성에 대한 교육을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성 손동준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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