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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 지적이 올바른 정보에 기반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원산지 인증제 폐지' 논란에 기름을 부은 국힘 의원들이 원산지 인증제와 원산지 표시제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원산지 표시제와 원산지 인증제는 전혀 다른 제도다.[사진｜뉴시스]
지난 9월 26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가 국회에 농협 정기적금 '원산지 인증제 폐지'를 담은 식품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자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들끓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식당과 배달음식에서, 유치원ㆍ학교ㆍ군대 급식 현장에서 식품 원산지 인증제가 사라지면 결국 값싼 수입품 으로 바뀌고, 아이들 급식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 시중은행 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10일 입장문을 통해 "원산지 인증제는 소비자의 신뢰를 보장하고, 국내산 농축산물을 보호하며, 수입 재료에 대한 국민 불안을 줄이는 식품 안전망"이라면서 "원산지 인증제 폐지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역시 14일 농림부에서 제출 새마을금고 받은 자료를 토대로 "최근 5년간(2021~2025년 7월) 음식점과 집단급식소에서 농축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총 1만232건이 적발됐다"면서 "국내산으로 둔갑한 외국산 식재료가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데, 정부는 합리적인 설명도 없이 원산지 인증제 폐지를 밀어붙여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주장만 놓고 보면 원산 임대아파트 전세 지 인증제를 폐지하면 우리나라 식품안전체계가 당장이라도 붕괴될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산지 표기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농림부가 '원산지 인증제'를 담은 식품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제출한 후 한달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런 우려는 유튜브ㆍSNSㆍ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하다하다 ' 유승한내들 이재명 정부가 중국산 식재료의 유통을 위해 이런 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등장했다.
하지만 '원산지 인증제 폐지'가 그만큼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올바른 정보와 타당한 분석에 기반해서 내놓은 비판과 우려도 아니다. 무슨 말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 맹점 ① 인증제ㆍ표시제 뒤섞은 국힘 = 우선 국민의힘 의원들은 '원산지 인증제'와 '원산지 표시제'를 뒤섞어 사용했지만, 두개는 전혀 다른 제도다. 원산지 표시제는 소비자가 농수산물이나 음식점에서 쓰는 식재료의 원산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끔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공지하도록 한 제도다(1993년 도입). 원산지 표시 의무 위반, 그에 따른 먹거리 안전 위협, 외국산 식재료의 국내산 둔갑 등의 문제는 모두 원산지 표시제와 관련한 내용이다.
[사진｜연합뉴스]
원산지 인증제는 음식점이나 식품 제조업체가 식재료의 95% 이상을 '동일한 국가'의 생산품으로 사용하면 정부가 '해당 국가의 원산지가 맞음'을 보증해주는 제도다(2015년 도입). 이는 의무가 아니다. 음식점이나 식품 제조업체가 신청하면 검증 절차를 거쳐서 인증해준다.
예컨대 한 음식점이 국산 식재료를 95% 이상 사용하면 나머지 5%가 외국산이어도 '이 음식점의 식재료는 국산임'을 인증받을 수 있다. 제도의 취지는 국산 농수산물의 수요 증대다. 음식점이나 식품 제조업체가 인증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쌓으면 판매가 증가해 국산 농수산물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계산에서 도입했다. 식품안전과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인증제와 표시제를 구분하지 않고 비판한 탓에 혼란만 양산했다. 실수라면 능력이 없다는 지적을, 고의라면 국민에게 왜곡된 가짜뉴스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맹점 ② 명분 있는 인증제 폐지 이유 = 사실 원산지 인증제를 폐지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실적이 기대치를 한참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원산지 인증제를 실시한 이후 10년간 식품 제조업체 52곳(253개 품목)만 인증을 받았다. 음식점이나 집단급식소의 인증 건수는 제로다. 이들이 신청한 사례도 없다. 농림부가 실적이 없는 음식점과 집단급식소의 원산지 인증제를 폐지하겠다고 결정한 이유다.
농림부 관계자는 "인증을 받기가 쉽지도 않지만, 인증을 받아도 큰 이득이 없다고 생각하니 신청이 없었던 것"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일부에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섣부른 주장이다. 원산지 인증제는 인증을 통해 소비자 신뢰가 쌓이면 업체가 더 많은 소비자를 유치하고, 그 자체가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신청이 0건이니 제도의 실효성은 알 길이 없다. 수요가 없는 제도에 행정력을 쏟느니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원산지 표시제'에 행정력을 쏟는 게 훨씬 낫지 않겠는가."
■ 맹점 ③ 인증제 폐지 비판 누워서 침뱉기 = 꼬집을 점은 또 있다. 현 정부가 원산지 인증제 폐지를 먼저 추진한 것도 아니다. 농림부 관계자는 "원산지 인증제를 둘러싼 논의는 2~3년 전부터 계속해왔다"면서 "그동안 제도 개선을 통해 유지해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지난해에 폐지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정부에서 사실상 폐지하기로 돼 있었단 얘기다.
심지어 농림부가 식품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원산지 인증제를 폐지하겠다고 입법 예고한 건 올해 6월 2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틀 전이다. 그동안 입법 예고된 내용에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않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제야 국민 먹거리 안전을 운운하는 게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 문제는 원산지 표시제와 관련이 깊다.[사진｜뉴시스]
이처럼 원산지 인증제 폐지 논란은 정치적 공세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문제는 그런 공세 탓에 정작 중요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부 측의 설명대로라면 원산지 인증제의 취지는 국산 농수산물의 판로 확대이지만 10년간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인증제와 표시제를 교묘히 섞어 사회적 혼란을 부추길 게 아니라, 인증제를 대체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게 옳은 경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어민의 큰 애로 중 하나가 판로 확보이고,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 심지어 기업들까지 다양한 국산 농축수산물 소비 촉진 캠페인을 벌이지만 늘 한계가 있다"면서 "근본적인 판로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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