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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종종준 (25-09-15 15:26)
 조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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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종종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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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鄭麟趾, 1396년~1478년)는 조선 초기의 문신이자 학자였다. 태종 때 과거에 합격하면서 관직에 입문했고 세종 때는 훈민정음 해례 등의 보급에도 이바지한 관료였다.
세조 때 영의정에 오른 정인지는 술을 너무 좋아했다. 주사(酒邪)도 심했다. 술만 마시면 하늘보다 높았던 왕에게 아무 말이나 했던 모양이다.
한번은 세조가 경회루에서 환갑이 넘은 신하들을 모아 잔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술에 취한 정인지는 자신을 '나'라고 하고 세조를 '그대(너)'라고 부르고 말았다. 이후 정인지를 극형에 처하라는 상소가 빗발쳤지만 세조는 술에 취해 실수한 것이니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며 용서했바다이야기5만
다. 세조실록에 실린 내용이다.
정인지가 특히 좋아한 술은 혼돈주였다고도 한다. 혼돈주는 요즘 흔히 말하는 폭탄주라고도 하는데 딱히 맞는 말은 아닌 듯하다. 고문헌에 기록된 혼돈주는 세 종류로 나누어진다.
『속동문선』(1518년 조선 중종 때 신용개 등이 『동문선(1478년)』 이후 40여 년간에 저술된 시문들을 추가한 바다이야기 pc버전
속편)에는 조선 중기 정희량이 지은 한시 「혼돈주가(渾沌酒歌)」가 나온다. '귀양살이 이래로 술을 집에서 빚어 마시는데, 거르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그대로 마셔 이름을 '혼돈(渾沌)주'라 하니, 이것은 옛 법을 숭상함이다'.
거르지도 짜내지도 않고 그대로 마신다고 했으니 원주인 전내기를 그대로 마시는 것이다(요즘은 대규모 상업양조장에선 원기신정기 주식
주에 물을 희석시켜 알코올도수를 낮추어 출시한다). 알코올도수도 제법 높았을 듯하다. 술을 빨리 취한다는 면에서 보면 요즘 소맥과도 닮았을 법하다.
다음은 1813년 이후로 추정되는 저자 미상의 『승부리안주방문』에 기록된 혼돈주 빚는 법이다.
'백미 6되를 가루 내어, 2되 탕기로 8탕기를 끓여서 식거든 좋은 섬누룩 1되RP상품
, 석임(술을 만들 때 쓰는 효모) 1되를 넣어 빚는다. 그리고 3일 만에 찹쌀 4되를 깨끗이 씻어 찌고 술밑을 걸러 섞어 넣어 3일이면 쓸 수 있다. 여름에 빚기 좋은 술이다'.
백미 여섯 되로 밑술을 빚고 3일 후에 찹쌀 네 되를 쪄서 덧술을 하는데 3일 후면 마실 수 있다고 했다. 단순하게 탁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는 술이 아니었다는 알라딘게임다운
뜻이다. 이후 『리생원책보주방문』, 『양주방』, 『홍씨주방문』, 『각방별양』 등 혼돈주가 등장하는 문헌에도 혼돈주 빚는 법은 비슷하게 등장한다. 밑술에 누룩과 석임을 사용한다는 것과 덧술 3일 뒤에 걸러 마시면 향기가 있고 맛이 맵다는 것, 여름에 빚기 가장 좋다는 내용도 같다.
이후 1936년의 조리서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실린 혼돈주(混沌酒)는 다르다. 요즘 다른 두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만드는 법과 같다. 이 책에 실린 혼돈주는 소주와 막걸리를 섞은 술을 말한다.
소주와 막걸리를 섞는 조심스러운 방법을 보면 10여년 전 유행했던 맥주칵테일인 더티호와 비슷한 면이 있다. 먼저 벨기에 밀맥주인 호가든을 반 컵 따르고 뒤집은 숟가락 위로 기네스 흑맥주를 조금씩 따르면 밝은 색 밀맥주와 어두운 색 흑맥주가 층이 생겨 동시에 두 맥주를 즐기는 방법이다. 따르는 속도조절을 잘못하면 두 술이 섞여버려 만들기를 실패한다.
혼돈주(混沌酒)의 재료는 소주 한 잔과 찹쌀로 빚은 막걸리 반 사발이다. 좋은 막걸리 반 사발에 좋은 소주 한 잔을 따르는데, 따르는 방법이 특이하다. 조심스럽게 막걸리 사발 한 옆으로 일 분 동안 따라야 한다. 이렇게 하면 소주가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막걸리 위로 말갛게 떠오른다. 이렇게 마시면 한 사발을 비울 때까지 막걸리와 소주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혼돈주를 만들 때는 막걸리는 차고 소주는 더워야 좋다. 소주로 홍소주를 넣으면 빛깔이 곱다고도 했다.
이 술을 마실 때 주의사항도 적어 뒀다. 아무리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라도 다섯 잔 이상은 더 마실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취하는 술이라는 것이다.
『속동문선』의 혼돈주도 전내기로 독한 술이다. 이양주로 빚는 『승부리안주방문』의 혼돈주도 마찬가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막걸리에 소주를 섞었으니 더 독했을 것이다. 한국의 소맥문화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것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고나면 이해할 수 있을 만하다.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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