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환경이냐, 성장이냐’는 해묵은 난제를 두고 기로에 섰다.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하는 강력한 기후 목표를 설정하는 문제를 두고, 산업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회원국들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세계 기후 문제를 앞장 서서 이끌었던 유럽이 경제 논리와 정치적 피로감이라는 현실에 부딪힌 모양새다.



폭염 속에서 우산으로 몸을 가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여성들. /연합뉴스


AP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각)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지난 7월 제안한 ‘2040년 기후 목표’ 설황금성나비
정 안건을 격론 끝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이제 공은 다음달 4일 열릴 환경장관회의로 넘어갔다. 이틀 뒤인 6일부터는 브라질 벨렝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린다. COP30은 전 세계 190개국이 한 자리에 모여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점검하는 자리다. 이전 같으면 이런 자리를 이끌었을 EU가 총회 이틀 전까지 내부 목표 설정정기적금
조차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EU는 이미 지난 9월 유엔(UN)에 제출했어야 할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시한도 놓쳤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이 2025년 9월 10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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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에서 EU 집행위원회는 5년 뒤 2030년에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55% 수준으로 줄이고, 2040년에는 90% 줄이는 안건을 논의하고자 했다. 최종적으로 2050년 탄소 중립(Net-zero)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해 실모바일릴게임 접속하기
질 배출을 ‘0’으로 만드는 상태를 말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 목표를 설정해야 중국이 장악한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청정 기술 시장에서 유럽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유럽 각 국가가 소비하는 막대한 중국산 배터리와 패널 대신 직접 공장을 지어 유럽산 패널과 배터리를 만들고, 에너해동선투자클럽
지 안보를 강화하자는 논리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정상회의 직전 서한에서 “중국과 경쟁에서 이길 흔들림 없는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에 있는 칭다오 시노-저먼 생태공원의 패시브 하우스 기술 센터. /연합뉴스


하지만 회원국들 반응은 냉담했다. 에너지 전환에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든다. 배터리와 패널을 생산할 공장을 짓고, 발전소 제반 시설을 깔고, 전력망을 바꾸려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방비 지출이 늘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추가로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90%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31~2050년 매년 평균 6600억 유로(약 960조 원) 투자가 필요하다. 싱크탱크 스트래티직 퍼스펙티브는 연간 1조 5000억 유로(약 2180조 원)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기도 했다.
새 기후 목표를 위해 자동차 연료나 난방비에 탄소세를 더 부과하면 기업과 시민들 불만이 터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령 EU가 2027년 도입 예정인 ‘ETS2’는 건물 난방과 도로 운송(자동차 연료) 부문에 탄소 배출 비용을 물리는 제도다. 가정이 있고, 자동차를 모는 일반 시민 대다수에게 유류비, 난방비 인상으로 직결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ETS2 조치 하나로 2027년 유로존 물가상승률을 최대 0.4%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다 2018년 프랑스를 휩쓴 ‘노란 조끼’ 시위 같은 대규모 반발이 촉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EU 의회 선거를 앞두고 녹색 청년 운동과 기후 운동이 조직한 '인민 기후 행진'. /연합뉴스


글로벌 기후 공조가 약해진 점도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취임과 동시에 파리 협정에서 다시 탈퇴했다. 미국과 중국은 유럽이 주춤하는 사이 값싼 에너지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무기로 관련 산업을 키우고 있다.
EU 로비 단체 비즈니스유럽(BusinessEurope)에 따르면 지난해 EU 산업용 전기 요금은 이미 미국, 중국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미국과 중국이 기후 문제에 나 몰라라 하는데, 유럽만 앞장서자니 역내 국민들에게 내세울 명분이 부족하다. 요스 델베케 유럽대학연구소(EUI) 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를 늦추면서, 글로벌 환경이 기후 문제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했다.



프랑스 낭트 인근 라 레그리피에르풍력 발전소의 발전용 풍력 터빈./연합뉴스


일부 국가는 기후 목표 설정에 자국 기업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달라는 특별 주문을 하기도 했다. 독일은 자국 주력인 화학, 철강 등 에너지 집약 산업 부담 완화를 요구했다. 세계 최대 화학 기업인 독일 BASF 같은 곳은 탄소 배출권 무료 할당을 더 오래 유지하길 원했다.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기후 보호와 유럽 산업 경쟁력을 결합해야 한다”는 선결 조건(enabling conditions)’을 달았다.
폴란드는 ETS2 도입 연기를 요구했다. 이탈리아는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조항 수정을, 프랑스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강화를 주장했다. 에비카 실리냐 라트비아 총리는 로이터에 “기후 보호라는 목표는 좋지만, 유럽이 경쟁력을 잃을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의 시몬 탈리아피에트라 선임 연구원은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 청정 산업화는 가장 유리한 길”이라며 “산업계에 예측 가능한 수요를 제공하려면 각 국이 조속히 기후 목표를 채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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