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구상해본다.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을 만들고 인물을 세우고 그 인물이 서 있는 배경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소설가들은 주인공은 물론이고 등장인물이라면 누구에든 이입해보려 한다. 나는 특히 보편적인 인간이라면 완벽하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리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기에 가능한 한 모든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같은 장면을 되짚는다.
회사나 공동체가 배경인 소설을 펼쳐내다 보면 많은 사건을 떠올리고 묘사하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때로는 고요한 호수처럼 일말의 파문조차 보이지 않는 기저에서 갑자기 상상하지 못할 갈등이 솟구쳐 오르기도 한다.
최근 있었던 혐오 표현이 만연한 상황들은 내게도 꽤나 충격적이었고, 여러 스케치와 자연스레 뒤섞여 고민으로 번졌다. 사람의 생각이 다르므로, 갈등을 빚는 사건은 사고처럼 일어난다. 돌이켜보면 혐오와 차별에 결부된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자행되었다. 사회적 민감성을 잃어가는 공동체와 개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내가 상상하는 그런 사회에서는 주변부를 살피지 않고 약자들을 돌보지 않는다.
릴게임 백경
그런 사회에서는 연대가 없고,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팽배한다. 공동체 의식을 잃은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 아니, 자신만 보호하면 된다. 결국 자신의 권리를 위해 타인의 권리를 무시한다. 이런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벌어지는 일이 전쟁이고, 이는 비약이 아님을 인류는 역사로 알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서로 생각이 달라서 벌어진 일’로 가벼이 치부할 수 없고, 온화한 얼굴로 ‘경청하고 있다’고 해서 해결되지도 않는다.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절충。을 찾아야 끝난다. 경청과 숙의는 결국 행동을 위해 필요하고, 관건은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그 과정과 결과가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준다.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다루는 기관이 바로 국가인권위원회 아닌가.
1948년, 국제사회는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은 수백개의 언어로 번역됐고, 60개 이상의 국제 인권 관련 규범이 만들어질 때 기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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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과정에서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는 치열한 반성으로 나온 다짐이라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25년째, 대통령의 업무 지휘를 받지 않는 국가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 기관에서 최근 전무후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간부진의 보직 반납이 한 달 넘게 줄을 잇더니, 부서별로 연쇄 성명을 내고 위원장의 퇴진 요구에 동참했다. 지난주에는 결국 서른 개나 되는 부서 전체가 안창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인권위에서 운영하는 인권교육센터에서는 세계인권선언을 이해하기 좋게 번역한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제30조 이 선언에서 말한 어떤 권리와 자유도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짓밟기 위해 사용될 수 없다. 어느 누구에게도 남의 권리를 파괴할 목적으로 자기 권리를 사용할 권리는 없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등장인물이 되어보자면, 안창호 위원장 역시 핍박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중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자리가 국민의 권리를 짓밟을 목적으로 자기 권리를 오용한 사람을 옹호하라고 있는 자리는 아닐 것이다.
최유안 소설가
최유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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