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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범(왼쪽), 성한표 조선투위 전·현직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조선투위 50주년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50년 전 조선일보에는 박정희 독재 정권의 검열과 언론 통제 속에서도 올바른 신문을 만들겠다며 싸운 기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외친 것은 자유언론, 언론자유 하나였다.
투쟁의 대가는 언론자유와 공정 보도 쟁취가 아니었다. 조선일보 경영진은 그들을 향해 ‘혁명적인 수법으로 기나긴 전통을 미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먹칠과 분열 창원 통합 을 일삼는 사원이 잔재한다면 가차 없이 처단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1974년 12월18일 신홍범·백기범 두 기자를 시작으로 이듬해 3월까지 모두 32명을 순차적으로 파면했다.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 50년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신홍범 전 위원장과 성한표 현 위원장 등 두 사람은 조선투위 50년 역사 취업컨설팅 의 주인공들이다. 오는 6일 조선투위 50주년을 앞두고 두 사람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이뤄졌다.
박정희 유신체제 ‘노골적 찬양’ 게재 편집국장에 따지자 징계 이은 파면 기자들이 “복직·공정보도” 농성하자 1975년 3월까지 32명 줄줄이 파면
“1974년 당시는 박정희 유신체제를 둘러싼 논쟁이 외제차매립 치열할 때였습니다. 우리는 그해 10월24일 ‘언론자유 회복을 위한 선언문’ 채택을 계기 삼아 1단으로라도 제대로 된 기사를 내보내려고 노력했는데, 유신체제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유정회 국회의원의 글이 지면에 실린 겁니다. 편집국장한테 따졌죠. 이 글을 실으려면 최소한 유신 체제에 반대하는 글도 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신 전 위원장)
미국 직장당시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였던 신 전 위원장과 외신부 소속 백기범 기자 두 사람은 중앙정보부 출신 전재구 유정회 의원의 ‘허점을 보이지 말자’라는 글이 그해 12월17일치 지면에 실리자 다음 날 편집국장에게 달려갔다. 말이 기고문이었지 ‘유신 찬양’을 위한 노골적인 헌사였다. 유신체제에 국민적 저항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런 글을 실어야 했냐는 신한마이카대출이자 물음은 기자로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문제 제기였으나 돌아온 것은 징계에 이은 파면이었다. ‘편집권에 도전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결국 두 기자는 18일 ‘조선일보 동료 기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띄우고 회사 밖으로 쫓기듯 나왔다.
편집국 기자들은 두 기자의 편지에 적극 호응했다. 남아 있던 기자들은 두 기자의 복직과 함께 ‘공정 보도’를 요구했고, 회사 쪽의 복직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이듬해인 1975년 3월6일부터는 제작 거부와 편집국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을 향해 ‘가차 없이 처단’하겠다는 선언을 운운한 조선일보는 농성에 참여한 기자들을 줄줄이 파면했다. 당시 한국기자협회 조선일보분회 집행부였던 성 위원장도 1차 해직자 명단에 포함됐다. 해직 당시 성 위원장은 33살의 청년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당시에는 조선일보로 언젠가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막연히 그렇게 믿었던 것 같습니다. 이내 그게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안이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됐죠. ‘아, 그게 아니구나’ 하고요.”(성 위원장)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신 전 위원장이 이어갔다. 그는 “1979년 박정희 암살로 유신체제가 끝났을 때만 해도 희망을 품었다. 그 희망이 12·12 사태 때 한번 깨졌고, 이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며 이제 (복직은) 끝났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19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결성과 함께 실행위원으로 참여했고, 이후 한겨레신문 창간에도 많은 힘을 보탰다.
언협 결성·한겨레 창간에 힘 보태 “조선투위 32명 중 절반이 세상 떠나 조선일보 스스로 정리할 마지막 기회”
32명의 해직으로 끝난 3·6사태 이후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들의 요구는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사과와 원상회복이다. 다만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조선투위를 꾸려 언론자유 운동을 실천해 온 32명의 위원 중 절반인 16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남은 16명도 모두 80대 이상이다. 성 위원장은 “투위 50년이 되는 이 시기는 조선일보가 1975년 당시에 벌어진 그 불행한 사태를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투위 사건을 한마디로 말하면 언론자유를 외치며 올바른 신문을 만들겠다는 기자들을, 언론자유를 생명으로 여겨야 하는 신문사가 쫓아낸 겁니다. 조선일보가 이를 사과하지 않으면 이러한 자기모순과 자가당착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겁니다. 따라서 조선일보가 사과한다는 건 결국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신문으로 태어나겠다는 걸 약속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그게 곧 조선일보가 사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신 전 위원장)
최근까지도 여느 현직 언론인 못지않게, 혹은 그보다 훨씬 치열하게 언론자유 투쟁 현장을 지켜 온 두 전·현직 조선투위 위원장은 언론계를 향한 조그마한, 어쩌면 마지막 바람도 전했다.
“우리야 50주년이면 어떻고 60주년이면 어떻습니까. 투위가 갖는 의의라면 우리가 깃발을 들고 있었다는 건데, 물론 그 깃발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이제 체력도 떨어지고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도 선배 대접을 하며 어떤 자리 같은 것도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는데 이거는 아니다 싶습니다. 조선투위 50주년을 기점으로 이제 앞장서서 끌고 나가는 건, 우리보다 좀 더 젊은 사람들이 해줬으면 합니다.”(성 위원장)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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