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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4-12-30 12:28)
 조회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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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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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반 백성의 술 마시기의 증진과 술의 가치의 융성과 번창함을 도모하며 세계 평화를 영원히 유지하기 위하여 이에 ‘술 나라의 헌법(酒國憲法)’을 발포하노라. 발포일(술 하사한 날): 1929년 2월 1일 술 나라의 왕 어명 술 나라의 각 국무 대신 서명 ―. 이 헌법을 위반하는 자는 1년간 금주국禁酒國에 유배한다. ―. 이 헌법은 발포일로부터 시행한다. 제1조. 술 나라는 일반의 술을 마시는 백성으로 영원히 유지한다. 제2조. 술 나라의 영토는 전 세계로 하되, 미국과 같은 금주국은 특별식민지로 한다. 제3조. 술 나라는 취하면 왕도 없고, 술에는 장사도 없다. 발주기관 제4조. 심신이 미약한 사람, 미성년 남녀, 기독교 신자는 입적을 불허한다. 제5조. 술 나라의 수도는 철옹성으로 정한다. 제6조. 3잔 이상을 마실 자격이 있는 자와 술의 나라에 세금(술값)을 납입한 자는 누구나 주권자가 된다. 제7조. 술 나라에 등록(입적)한 자는 그 정도 여하에 따라서 술의 왕, 술 대통령, 술 대장, 술 첨지, 탁주 병정, 알코올 %포인트 박사, 큰술꾼 등 영예로운 지위와 별명을 부여한다. 제8조. 술 나라의 계급은 공, 후, 백, 자, 남의 5등급으로 하여 아래와 같이 칭한다. - 술잔이 비도록 잘 먹는 사람은 공작 - 큰 잔으로 넉넉하게 먹는 사람은 후작 - 백 잔을 능히 먹는 사람은 백작 - 자기 손으로 술 따라 마시는 사람은 자작 - 함부로 따라 마시는 사람은 남작 제9조. 술 나라 가중평균수신금리 국민은 자기 몫의 술 단지를 가질 의무가 있다. 제10조. 술 나라 국민은 남의 술을 얻어먹고, 반드시 술을 사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제11조. 술의 잔수는 짝수로 마시지 않는 원칙에 의하여 반드시 홀수의 잔 수로 하되 1잔, 3잔, 5잔, 7잔, 9잔으로 하고, 이 이상은 술 나라 국민의 체질, 재력, 기호에 따라 자유 방임한다. 제12조. 술 마시기의 인터넷바로대출 좋은 시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1. 천 리 타향에서 친구를 만났을 때 2. 바람이 불고 가랑비 내리는 저녁때 3. 여관에서 혼자서 무료하게 있을 때 4. 눈이 하얗게 내린 밤에 달이 밝을 때 5. 꽃이 피거나 낙엽이 떨어질 때 6. 근심에 젖어 우울하거나 슬플 때 7. 통쾌하여 감정이 북받쳐 올라올 때 (단, 끼니때 밥에 곁들여 한두 잔 먹는 술과 해장 서민금융총괄기구 술은 수시로 시행함) 제13조. 사람이 술을 먹되 술이 사람을 먹지 않게 해야 한다. 제14조. 수염이 많은 사람은 잔을 비울 때마다 반드시 수건으로 입 주위를 깨끗이 해야 한다. 제15조. 애인이 있는 사람은 술을 마신 후에 반드시 양치를 잘하고 ‘키스’해야 한다. 제16조. 술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괘씸죄로 다스린다. 제17조. 술을 은밀하게 혼자 마시는 사람은 무기한 단체 술자리에 참석을 불허한다. 단 반성하는 자세가 있을 때는 정상을 참작하여 재량으로 감해줄 수 있다. 제18조. 술을 마시고 말다툼, 몸싸움을 하여 술 나라의 공안을 방해하거나, 구토를 하여 공중위생을 방해하는 자는 즉시 술자리에서 퇴장을 명한다. 제19조. 술자리에 늦게 도착한 사람은 술 3잔을 연거푸 마시게 하는 관습법에 따라 처벌한다. 단, 특수지방에서 시행하는, 소위 황해도 곡산에서는 늦게 온 자에게 동석자가 저마다 주는 3잔을 마시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므로 이 법 발포일로부터 폐지한다. 제20조. 술을 마신 뒤에 노래나 춤, 그밖에 장난을 잘하는 사람은 큰 잔을 상으로 준다. 제21조. 아래에 해당하는 자는 술 나라의 열 가지 칠푼이로 인정한다. 1. 술 잘 안 먹고 안주만 먹는 자 2. 남의 술에 제 생색 내는 자 3. 술잔을 잡고 잔소리만 하는 자 4. 술 먹다가 딴 좌석에 가는 자 5. 술 먹고 따를 줄 모르는 자 6. 상갓집에서 술 먹고 노래하는 자 7. 잔칫집에서 술 먹고 우는 자 8. 남의 술만 먹고 제 술은 안 내는 자 9. 남의 술자리에 제 친구 데리고 가는 자 10. 잔치 술자리에서 축사를 오래 하는 자 제22조. 술 나라 당원의 걸음걸이 보행은 갈지之자 혹은 현玄자 모양으로 하여도 상관없지만, 대중교통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제23조. 술 나라 국민의 모자는 삐뚤게 써도 특별히 단속하지 아니한다. 제24조. 술 나라 국민의 얼굴이 붉게 되어도 단속하지 아니한다. 제25조. 술 나라 국민은 적어도 주머니 속에 일금 50전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노상 방뇨로 벌금을 받기 쉬우니까.) 제26조. 술 나라 국민은 교양의 필요 상 조선 시대의 시조 가곡 ‘장진주’, 두보의 ‘음주팔선가’, 진나라 유령이 술의 덕을 칭송한다는 ‘주덕송’ 등을 하루 1회씩 낭독해야 한다. 제27조. ‘술이란 본성을 해치게 하는 미친 약이다’라는 옛 해석을 고쳐서 ‘술은 미친 본성을 없애는 약이다’로 해석하되, 이를 어기는 자는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로 인정한다. 제28조. 술 나라의 정당은 술을 즐기는 백성들의 국민당과 술을 빚는 사람들의 국수당이외에 다른 당의 설치는 불허 한다. 제29조. 이 법은 술의 나라 당원의 다수 결의가 아니면 변경할 수 없다.
▶ 해설 겨울이 오고, 곧 연말연시가 찾아온다. 송년회나 신년회를 빌미로 여기저기서 술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즈음이다. 이제 슬슬 술꾼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에게, ‘술나라 헌법’의 존재와 준수를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바로 차상찬이 95년 전 쓴 ‘주국헌법’ 이야기이다. 차상찬이 온 생애를 잡지 발간에 바쳤던 건 유명한 사실이다. 그는 늘 개벽사의 붙박이 귀신처럼 존재했다. 최영수는 1946년 ‘민성’ 4월호에 “선생의 생애는 사업과 생활에 있어 함께 빈한하였다. 담배 한 갑 못 사 피우면서도 개벽사에 딸린 방구석에서 물뿌리(담뱃대)를 깨물어 뜯으며 일을 하셨다. 선생이 조선의 잡지계에서 불후의 이름을 남기기까지의 그 노력은 인위의 경지를 떠난 것”이라고 언급했다. 개벽사가 기울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차상찬은 홀로 개벽사를 지켰다. 그런 그에게 위로가 되어 준 것은 바로 ‘술’이었다. 그는 ‘애주기’라는 글에서 춘천 읍내에서 술을 마시고 자라우 마을까지 걸어오던 길에 호랑이에게 쫓긴 에피소드를 언급한 적이 있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뻔했던 상황에서도 ‘술나라 왕’인 자신을 보호하려 따라왔다고 유쾌하게 당시를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한 ‘술나라 왕’은 바로 ‘애주기’보다 7년 앞서 발표한 이 ‘주국헌법’의 내용과 관련 있다. ‘술나라 헌법’의 발포자는 ‘술나라 왕’이고 이 글을 쓴 필명 ‘주천자’, 즉 술나라 천자가 차상찬 자신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하는 차상찬의 면모를 언급한 이로 윤석중을 들 수 있다. 1925년 4월 불과 14세의 나이로 ‘어린이’에 ‘오뚝이’라는 작품이 입선되며 연을 맺은 그는 1933년에는 개벽사에 입사해 ‘어린이’의 편집인을 맡기도 하였으니 차상찬과의 인연도 꽤 오랜 것이었다. 1985년에 발간된 ‘어린이와 한평생’이란 책에서 그는 “개벽사를 이끌어 나가던 청오 차상찬은 하루하루가 ‘조마조마’였다. (……) 이런 초조를 풀어주는 곳은 선술집밖에 없었다. 저녁 무렵이 되면 저절로 발길이 그리로 옮겨지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차상찬은 늘 검열에 시달렸고, 불안을 마음에 달고 살았다. 또한 당시 유명인들을 다양하게 언급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고, 그 역시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천도교의 위세와 함께 점점 기울어지는 개벽사를 지키며, 자신마저 아프면 안 된다는 사명감은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술보다 더 완벽한 위로는 없었다. 술 앞에서만큼은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한국 근대사 최고의 술꾼으로 알려진 ‘변영로’와의 일화도 유명하다. 윤석중과 함께 선술집에 갔던 차상찬은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린 변영로와 시비가 붙었다. 요지는, 개벽사 잡지가 ‘변영로가 술을 마시다가 변소에 가는데 발을 헛디뎌 친구 부인이 자는 마루에 쳐 놓은 모기장을 밝고 넘어졌다’는 내용을 매년 여름 실어 그를 곤란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 탓에 엉뚱하게도 ‘변아무개가 술김에 벌거벗고 친구 아내 모기장으로 기어 들어갔다’고 소문이 났으니 변영로로서는 억울했을 것이다. 그날 차상찬에게 대드는 친구를 말리려다 이관구는 변영로에게 뺨까지 맞았으니 참 소란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억울했어도 변영로는 그 술주정만 두고 보면 차상찬의 ‘주국헌법’에 의해 감옥행이 분명했을 것이다. ‘주국헌법’에서 차상찬은 지금의 시선에서 봐도 미소 짓게 하거나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내용을 많이 담아냈다. 이 시대의 주당들이 한 번쯤 읽고 마음에 새겨도 좋을 내용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술자리로 향하는 모든 이들은 자신이 술 나라의 백성임을 잊지 말고, 이 헌법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95년 전, 술나라 왕, 차상찬의 명이기 때문이다. △현대어 번역=강원문화교육연구소 △발췌문헌=주천자 ‘酒國憲法’(주국헌법), 1929년 2월 ‘별건곤’ 4권 2호(‘차상찬전집 7’, 379∼383쪽) △해설=이현준 한림대 강사·차상찬기념사업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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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찬 #술나라 #개벽사 #현대어 #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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