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일의 미래 연구소(Institute for the Future of Work, IFOW)’는 기술변화가 노동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영국의 싱크탱크다. 이곳에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발행한 ‘피사리데스 보고서: 미래의 일과 복지에 대하여’는 201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경의 주도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워릭 비즈니스 스쿨의 학제 간 연구팀이 2022년부터 3년간 연구를 수행한 결과물이다. 이 연구팀은 18세기와 1
바다이야기부활 9세기 초 산업혁명과 러다이트 운동을 겪은 영국의 노동시장을 ‘인간과 기술 간의 끊임없는 조정과 마찰의 역사’로 보며, 오늘날 AI 전환기에 기업과 정부·시스템의 역할과 대응 방법을 살폈다.
과거 비슷한 보고서들이 기술 도입에 따른 일자리 상실에만 집중했다면, 피사리데스 보고서는 기술 도입이 노동
10원야마토게임 자의 삶의 질과 사회적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즉 단순히 일자리를 지키자고 주장하는 걸 넘어서서 학습 기회, 참여권, 자율성이 보장되는 ‘좋은 노동’을 정의하고, 시장의 자율에만 맡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연구는 2026년 3월, ‘인공지능·로봇공학 연구상(AI & Ro
게임릴사이트 botics Research Awards 2026)’에서 ‘영향력 부문 최우수 연구 프로젝트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시사IN〉은 IFOW의 세멜리 하지로이주 수석연구원과 케스터 브레윈 커뮤니케이션 및 교육개발 담당 부책임자와 이메일로 서면 인터뷰를 했다. 보고서에서 제시된 사례와 분석도 함께 소개한다.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보고서는 ‘기술혁신과 그것에 따른 결과는 피할 수 없다’는 ‘기술결정론’과 다른 결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의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기술변화는 불가항력적이라는 주류 담론과 달리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혁신은 사회경제적인 변화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상호
릴게임온라인 의존적이다. 보고서가 수집한 증거에 따르면 기술변화는 일자리 전체를 없애기보다 업무를 재편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들은 업무 강도가 증가하고, 업무에 연결된 상태가 상시적으로 유지되고, 더 많은 감시에 노출된다고 느끼거나 지속적으로 재교육 압박을 받는다고 보고했다. 이와 동시에 기술은 사려 깊게 도입될 경우 안전성·유연성·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었다. 이는 도입된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업이 기술을 도입할 때 직무를 어떻게 설계하고 기술을 어디에 배치하느냐에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워릭 비즈니스 스쿨의 제임스 헤이턴 교수가 주도한 연구에서는, 일자리·역량·업무 질에 대한 연쇄효과 등을 포함한 AI 자동화의 결과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채택하는 경영진의 철학과 의도, 조직문화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술의 영향은 ‘선택의 결과’다.
헤이턴 교수의 연구는 다양한 규모의 기업 1012곳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신기술을 도입한 업체 11곳을 방문하며 사례 연구를 병행했다. 기술 도입이 직무 만족도를 상승시키고 자율성을 증대시키는 긍정적 사례부터 긍·부정이 혼재된 사례, 부정적 사례 등이 소개된다. 이를테면 영국 경찰청에서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해 범죄 분류 및 팀 배정, 유치장 관리 및 목격자 진술서 업로드, 증인 관리 등 반복적인 행정업무 등을 로봇이 대신하도록 했다. RPA는 경찰 내 ‘디지털 직원’으로 일하며 고유의 직원 번호를 부여받고, 사람이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같은 로그 기록을 남긴다. 그 결과 경찰들은 더 많은 사건에 출동하고, 피해자와 더 오래 시간을 보내며, 추가 증거를 수집하는 등 고가치·대인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복강경 수술을 하는 다빈치 수술 로봇이 도입된 N병원은 긍·부정 효과가 혼재된 사례다. 외과의사들은 그동안 장시간 불편한 자세로 서서 복강경 수술을 하느라 근골격계 질환을 흔히 앓곤 했는데, 로봇 도입을 통해 그러한 직업병 발생 가능성이 줄었고, 다른 수술 등과 관련된 숙련 향상 기회를 얻으며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 반면 수술 간호사들은 자신이 수행하는 일의 흥미로운 부분들을 로봇에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성과에 기여할 기회도 줄어들었다는 박탈감을 느꼈다. 병원은 간호사에 대한 재교육을 장려했지만 비용과 시간, 재교육에 따른 미래 전망이 부족해 적극적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일한 기술이 도입되어도 직군에 따라 정반대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역할 재설계가 일부 집단에게만 이루어진 결과다.
AI·자동화는 특정 직업군, 세대나 성별, 지역에 불균등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한국 역시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사례 중에서 기술 전환에 따른 ‘노동시장 마찰’이 첨예한 논란을 일으킨 곳이 있나?
웨일스의 포트 탤벗에서는 기술 전환으로 인한 갈등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24년에 타타스틸의 포트 탤벗 용광로 4호가 문을 닫았다. 타타스틸은 이제 석탄 용광로에서 전기 아크로 용광로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며 2027년 말 새로운 용광로가 완공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숙련 기술이 저탄소 전기 제철이나 신규 직업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무로 옮겨갈 역량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노동자들은 어떤 기술이 새롭게 필요한지, 어디에 일할 기회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기업과 노동자들이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정보 격차가 발생하고 이런 마찰들이 방치되면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숙련도와 기업에서 요구하는 숙련도의 불일치, 장기 실업, 지역 공동화가 고착될 수 있다.
포트 탤벗은 ‘피사리데스 리뷰’가 경고하는, ‘지역 혁신 준비도(RI·Regional Innovation Readiness)’가 낮은 지역의 전형이다. RI는 기술 적응을 돕는 교육 환경 등 ‘인적자본 투자’와 고속 인터넷·모바일 네트워크 접근성 같은 신기술 도입을 뒷받침하는 ‘디지털 인프라 수준’ 등을 측정한 값이다. 보고서는 혁신 준비도가 낮고 노동차 참여가 배제된 곳에서 노동 전환이 일어날 경우 나쁜 자동화 일자리만 남아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피사리데스 리뷰의 연구 사례 중 직원 참여 없이 하향식으로 알고리즘 시스템을 도입한 물류기업의 실패 사례가 도시 전체 단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선단체 기부 물품을 수거하는 S기업은 경로 최적화를 위해 알고리즘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수십 년 경험을 가진 운전기사들의 교통 지식을 무시하고 시스템이 강제로 경로를 지정하게 했다. 운전기사들은 자율성과 주도성을 박탈당했다. 효율성 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이 기업은 물품 기부자들에게 짐 크기와 형태로 기부 물품 포인트를 계산해서 부여했는데, 이 계산을 자동화한 결과 인간 베테랑 운전기사들의 직관보다 정확도가 오히려 떨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고층에서 무거운 가구를 운반하는 등의 난도 높은 업무에 매니저가 재량적으로 추가 보상을 해주던 관행이 시스템 자동화로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업무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할 창구도 사라졌다.
IFOW에서 발간한 피사리데스 보고서는 AI 및 자동화 기술 도입이 노동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민간기업이 로봇을 도입할 때, 국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떤 근거로,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을까?
보고서는 업무 자동화가 직무 과제·노동자 삶의 질·노동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기업의 기술 도입 방식에 정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명백한 것은 기술 도입은 순수한 ‘기술’로 그치거나, 사적인 결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AI 도입으로 노동자의 삶이 불안정해지거나 업무 강도가 높아질 때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공공의 피해가 된다. 따라서 기술 전환 시대에 좋은 노동의 조건을 연구하는 것은 그저 사람들이 고용되어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좋은 일자리는 사회적 번영을 이끄는 핵심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신기술을 도입하면서도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공공조달 및 기타 정책 도구를 활용해 보상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에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세제 구조 전환이다. 현재 세제는 노동에 높은 세금을 물리고 로봇을 포함한 자본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 구조는 기업에게 인간 노동 대신 자동화를 선택할 유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노동 과세를 줄이고 물리적·디지털 자본과 인프라, 혹은 그것의 대여에 세금을 늘리자고 말한다. 인센티브 설계 역시 중요하다. 중소기업에 직원 훈련비용의 130%를 공제해주는 ‘스킬·역량 기업 세금공제(super-deduction)’ 등의 방안이다. 둘째, R&D 투자 방향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영국 R&D는 사람의 작업을 대체하거나 감시하는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 이보다는 노동자가 의미 있는 판단을 할 수 있게끔 재량을 늘리고 창의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끔?기술개발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한다. 셋째, 공공조달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국가나 지방정부, 공공기관이 민간으로부터 물품·용역을 구매하거나 민간과 공사 계약을 체결할 때 직원 참여·공정 임금·훈련 투자 등 ‘좋은 일자리 원칙’을 이행하는 기업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조달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IFOW에서는 알고리즘·AI 도입 시 노동자 참여를 중심에 두는 ‘좋은 노동 알고리즘 영향 평가(Good Work Algorithmic Impact Assessment)’를 개발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좋은 노동 알고리즘 영향 평가는 기술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을 넘어 노동자의 데이터 주권과 심리적 안전 등을 중요한 가치로 다룬다. 예를 들어 노동자의 움직임이 로봇 및 AI 시스템 훈련에 사용된다면, 노동자들이 본인의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권리를 주장할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알고리즘 영향 평가는 기술 도입 단계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체크 리스트를 제시한다. ‘수집하는 데이터가 해당 업무 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인가’ ‘업무 외 시간이나 휴게 공간에서의 데이터 수집은 원천 차단되어 있는가’ ‘알고리즘이 노동자의 성과를 측정할 때 성별, 연령 등에 따른 편향이 개입될 여지는 없는가’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노동자의 임금 삭감이나 인력 감축의 근거로 오용되지 않는가’ 등이다.
현대자동차 울산 3공장 노동자들이 생산 라인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업에 강제할 방법이 있나?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영국 노동조합총연맹(TUC) 등이 사용자 측과 단체교섭을 할 때 IFOW의 헌장 내용을 단체협약서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함으로써 기업 내 법적 효력을 갖고자 시도하고 있다. 실제 IFOW에서도 좋은 노동 알고리즘 영향 평가를 여러 버전으로 재구성했는데, 그중에는 노동조합 대표자를 위한 버전도 존재한다. 이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노동조합이 알고리즘 설계 과정에 참여해 속도나 효율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과 휴식을 우선순위에 두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피사리데스 리뷰의 후속 작업으로 최근 발표된 논문들은, 전체 노동력에 걸쳐 이해관계자들의 완전한 참여가 이루어질 때만 AI와 자동화로부터 최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같은 대표 기구는 노동자들이 자동화 과정에 참여하도록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것은 더 높은 생산성과 더 나은 일자리를 동시에 달성하는 최선의 경로이다. 우리의 결론은 단순하다. 설계 단계부터 모든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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