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5,000만 국민들이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던 그날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에 나섰다.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난데없는 그 한마디
골드몽릴게임릴게임 에 광복 이후 80년간 힘겹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는 송두리째 흔들렸다.
불행 중 다행히도 불법 계엄의 공포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민들은 기꺼이 거리로 나서 무장한 군인과 경찰에 맞서며 폭력 없이 계엄 해제를 촉구했고, 국회는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 190명의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을 합법적으로 통과시켰다.
릴게임이후 국민의힘의 한 차례 표결 보이콧 속에 국회는 계엄 후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는 4월 4일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결정했다. 6월 3일 조기 대선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선출됐다. 국민은 탄핵과 정권 교체를 통해 계엄 세력을 정치적으로 단죄했다. "대통령은 헌법을 유린해 대한민국을 위기에
릴게임꽁머니 빠뜨렸지만 국민은 헌법 질서 위에서 그 위기를 극복해냈다"고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12·3 불법 계엄 사태의 의미를 짚었다.
그로부터 1년, 대한민국은 한발 더 나아가고 있는가. 3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여야 원로, 정치학자, 평론가들은 "국민은 헌법 가치를 다시 새겼고, 사회는 빠르게 일상을 회복했지만, 정치만은 양극단으로 갈라져
알라딘게임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며 후퇴하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진단했다.
국민들은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에 맞서 민주주의를 질서 있게 회복시키며 대한민국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정작 통합을 선도해야 할 정치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계엄 세력 배출과 동조에 대한 반성을 여전히 주저하는 야당, '적어도 계엄 세력보다는 낫다'는 도덕적 우월감에 취해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일방통행을 일삼아온 여당은 1년 내내 충돌하기 바빴다.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늦춰지는 것도 사회적 갈등을 더 가팔라지게 하는 근본 원인이다. 이처럼 일상화된 대치 속에 무소불위권력으로 내달릴 위험성을 내포한 대통령제를 어떻게 손볼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멈춰서 있다. 다시 12월 3일을 맞는 대한민국의 답답한 현실이다.
지난 6월 4일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윤석열 못 끊는 야당, 독주에 취한 여당
불법 계엄 사태를 겪고도 우리 정치는 왜 여전히 달라지지 못하나. 전문가들은 일차적 책임은 여전히 반성 없는 윤 전 대통령과 쇄신하지 못하는 야당에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강성 야당 지도부는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불법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부정선거 등을 옹호하는 발언들로 우리 사회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데 앞장서는 모습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탄핵된 두 번째 대통령이지만 그의 잘못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중하다"며 "그런데도 본인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기라도 했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지금 윤 전 대통령과 그 비호 세력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태세다. 우리 사회가 이 엄청난 일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계엄 자체는 누가 뭐래도 윤 전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그런 부끄럽고 창피한 일을 막지 못한 국민의힘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여태껏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으니 지금 국민의힘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싶을 만큼 무기력한 상황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1년 일지. 이지원 기자
다만 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좀 더 통합을 도모하는 책임 있는 국정 운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김 전 의장은 "지난해 12월 4일부터 벌어진 이른바 '정신적·사회적 내란'의 책임은 이 땅의 모든 지식인과 언론, 그리고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잘못과 별개로 집권세력의 책임 역시 크다는 얘기다.
특히 국민이 새 정부에 기대한 건 혼란 수습과 민생 안정인데, "이재명 정부는 내란 프레임을 이용해 사회 분열을 키우고 있다"(김 전 의장)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 내란 가담 여부를 기준으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재검증 작업을 시작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여당이 한 일 중 기억에 남는 건 내란 청산뿐"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시즌2'와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과반 의석을 점한 집권 여당의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힘을 가진 이들이 그 힘을 자제하지 못하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 1년간 반복돼 왔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입법권을 사실상 독점한 상태로 검찰·언론·사법개혁 등 자신들이 원하거나 유리한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여당이 사법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원행정처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특히 우려했다. 김 전 의장은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삼권분립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FKI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격랑의 세계,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열린 2025 코라시아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민주주의 위기 막은 그때처럼 시민의식 깨워야"
문제는 여야 공히 소수 강경파가 당내 여론을 주도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며 통합과는 갈수록 더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도층은 상대와의 갈등을 도리어 체제 강화에 이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른바 적대적 공생이다. 이내영 교수는 "양당이 극단적으로 싸우면서 그 막다른 싸움이 상대방 탓이라고 정당화하는 악순환이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양극단의 주장이 공고화하고 재확산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양극화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치가 불러올 수 있는 최악의 결말을 우리는 1년 전 이미 경험했다. 문희상 전 의장은 "계엄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양극단 정치였고, 그렇기 때문에 계엄의 상처로부터 완전히 극복하려면 정치 자체의 복원이 절실하다"며 "공멸로 가는 동물의 정치가 아니라 공존으로 향하는 인간의 정치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계엄을 막아냈던 그때처럼 시민의식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내영 교수는 "계엄과 민주주의 몰락의 위기를 시민들이 가까스로 막아냈다면, 이제는 그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여야 모두에 '진영의 논리를 넘는 정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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