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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5-09-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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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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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탄핵과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심판을 받았지 않나. 앞으로는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의 독주를 제대로 견제하는 야당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데 여전히 함께 싸울 적극적인 동지도 안 보이고, 반전 모멘텀이 될 수 있는 정국에서 전략도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 과거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
국민의힘은 지금 '바람 앞 등불' 같은 위기 상황이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 참패한 후 약 500일 동안 더불어민주당에 정국 주도권을 속수무책 내주며 연전연패하고 있다. 결국 12·3 비상계엄 사태로 다시 찾아온 '탄핵의 강' 앞에서 정권마저 뺏기고 소수야당으로 전락했다. 이 짧은 기간에 국민의힘에선 일반대출연말정산 당 수장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포함 '7번'(황우여→한동훈→권성동→권영세→김용태→송언석→장동혁)이나 교체됐다. 위기를 수습해야 할 컨트롤타워조차 무너지는 모습만 보여온 셈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월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야당말살 정치탄압 특검수사 규탄대회 국민은행 금리 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고성국·전한길 등 유튜버들 청구서 내밀어
문제는 당 앞에 놓인 미래마저 가시밭길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장동혁호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내우외환 상태다. 밖에선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이 '내란 척결'을 명분으로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진보 정당 전세담보 들과 손잡고 '더 센 특검' '내란특별재판부' '검찰 개혁' 등 각종 개혁안으로 국민의힘을 전방위 압박 중이다. 그나마 대통령-여야 대표 회담을 거치며 수위가 낮아졌으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카운터파트인 정청래 민주당 대표 등 범여권 핵심 인사들은 "국민의힘 정당 소멸"까지 언급하며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거여(巨與)는 위헌 논란이 있는 내란특별재 개별원가계산 판부까지 밀어붙이고 있는데, 제1 야당 국민의힘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밀리며, 반사효과를 누리지도 지지층 결집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내부에서도 '장동혁 리더십'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장 대표는 특검 대응 내부 전략이 녹록지 않은 만큼 '장외투쟁'이 산업은행 예금금리 라는 배수진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①'국민 여론'은커녕 ②'패스트트랙 충돌' 트라우마가 있는 원내 인사들마저 적극 호응하지 않으면서 장 대표와 함께 싸워줄 '동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③여기에 원외에서는 고성국·전한길 등 강성 유튜버들이 '팬덤 청구서'를 내밀며 정치에 개입하면서 당의 발목을 잡으려는 모습이다. 이 같은 삼중고 속에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반전 결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민주당이 일방 통과시킨 3대(내란·김건희·채 해병) 특검은 이미 정치보복 도구로 전락했고 야당 탄압은 끝이 없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원회관, 지역구 사무실, 자택까지 닥치는 대로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오만하고 위험한 정치 세력에 국가 권력을 내준 우리 국민의힘의 과오가 더욱 한탄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구속 위기에 뾰족한 대응책 없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9월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 발언대로, 현재 국민의힘은 원내에서만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 윤상현 의원 등 현역 의원 최소 11명이 특검 수사 대상에 한꺼번에 올랐다. 특히 당내 핵심 주류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9월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구속 기로에 섰다. 원외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등 굵직한 인사들이 민주당으로부터 특검 수사를 요구받고 있다.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이지만 소수야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몸으로 때우기'식 임시방편 외엔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일단 장동혁 지도부는 최근 압수수색 전운이 감돌았던 국회 본청 복도에서 의원들을 집결시켜 연좌농성을 벌이며 특검을 저지했다. 여기에 장 대표는 직접 '길거리'로 나서 대여(對與)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장외투쟁 무대는 국회 앞이 될 것이다. 세부 계획은 논의 중"이라며 "의원뿐 아니라 원외당협위원장들도 함께 농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원내에선 장 대표와 함께 강경 투쟁을 이끌 동지가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자 다른 정치적 이해타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다. 일단 당내 주류·중진들부터 강경 투쟁에 소극적이다. 6년 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트라우마가 깊게 남아있어서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은 민주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을 막으려다 대거 기소된 전적이 있다.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은 현재까지 해당 사건 관련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내란 특검법에도 '위계 또는 위력으로 특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기에 의원들 입장에선 후환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또 일부 친윤(親윤석열)계 의원은 자신들에게도 특검 소환장이 날아올 수 있다는 위기감에 더욱 몸을 사리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의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특히 중진들이 특검의 개별 의원실 압수수색을 저지하는 데 소극적"이라며 "'한번 소송에 시달리면 얼마나 골치 아픈 줄 아느냐'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귀띔했다.
반대로 장 대표와 한배를 탔다가 노선이 달라진 친한(親한동훈)계는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팔짱을 끼고 지켜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장 대표가 내건 '이재명 정부의 조기 종식' 기조에 동의하지 않거나 장 대표의 '극우 친화적 이미지'에 반감을 가진 당내 비주류 인사들도 지도부를 지원사격하는 대신 최대한 언론 스피커 노출을 줄이며 침묵하고 있다. 결국 당내 고질적인 계파 갈등의 후유증이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장동혁 지도부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전면에 나설 바엔 차라리 지역으로 하방해 텃밭을 갈며 다음 총선 대비를 택하는 의원들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도 시사저널에 "제가 만약 의원이었어도 지금 시점에선 정무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장 대표와 송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인사들이 원내 동지도 없이 고군분투해야 하는 셈이다.
'강성 투쟁' 외엔 마땅한 전략이 없는 점도 당내 패배주의를 더욱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여당의 입법 독주에 저항할 마지막 수단으로 꼽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사실상 소용없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어차피 토론 개시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찬성으로 토론을 강제 종료할 수 있어서다. 최근에도 국민의힘은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에 맞서 연달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약 190석에 달하는 범여권 진보 연대의 벽에 막혀 법안 처리를 막지 못했다.
'수' 싸움에서 밀리면 여론이라도 동원해야 하는데, 그 '민심'마저 녹록지 않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대선 기간이던 6월 1주 차를 변곡점으로 민주당과 지지율 격차가 더블스코어까지 벌어졌다. 이후 전당대회까지 치렀음에도 여전히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9월 1주 차 조사(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2.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민주당은 41%, 국민의힘은 24%를 기록하며 양당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상태다.
특히 해당 조사에서 지방선거를 가를 캐스팅보터층에서의 국민의힘 성적표는 더욱 처참하다. 중도층에선 민주당 39%-국민의힘 18%로 양당 지지율 격차가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지역별로 봐도 수도권 핵심인 서울은 민주당 46%-국민의힘 21%, 선거 결과 바로미터로 꼽히는 충청은 민주당 36%-국민의힘 26%로 압도적 열세다. 심지어 국민의힘 텃밭으로 꼽히는 PK(부산·울산·경남)마저 민주당 38%-국민의힘 27%로 나타났다. 민심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계엄의 강'과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고 여기는 셈이다.
나경원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9월3일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특검의 압수수색 시도에 대항해 농성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대여투쟁 대신 '패널 인증제'로 집안싸움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장 대표의 동지를 자처했던 강성 지지층은 지난 전당대회의 '청구서'를 들이밀며 장 대표를 딜레마에 빠트리는 모습이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성 유튜버들은 장동혁 지도부를 향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다른 우파 정당과 나눠야 한다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최근 장 대표가 '중도에게 매력적인 정당'을 공언하고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통합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이다. 신혜식씨는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에서 장 대표를 "정치 쓰레기"라고 비난하며 "윤 어게인 세력의 표를 받았으면 윤 전 대통령을 먼저 만나고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하는데 거꾸로 됐다. 장동혁이 여러분을 배신하고 이재명에게 굽신거리는 상황이 될지 모르겠다"고 저격했다.
이 같은 딜레마 때문에 장 대표의 메시지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어느 지지층을 잡으려 하는지 전략이 모호한 상태다. 국민의힘 전략조직 내부에서도 당장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 포섭' 등 승리를 위한 포석조차 진행하기 어렵다는 고충이 새나오고 있다. 당 전략조직 관계자는 "지금은 '민생' 이슈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민주당의 '내란특별재판부 논란' 등을 공격하기 적기인데, 오히려 강성 지지층은 '패널 인증제' 등에 더 열광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슈 주도권을 가져오기는커녕 극우 이미지만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당내 동지도, 민심도, 지지 세력도 도와주지 않는 '사면초가' 속, 장동혁 지도부는 다시금 강경 일변도로 갈 수밖에 없는 도돌이표 상황에 직면했다. 일각에선 정청래호 민주당이 강경 노선으로 국민의힘을 때리는 것이 당내 입지를 다져야 하는 장 대표 입장에선 '공공의 적' 역할을 해주는 만큼 오히려 고마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과거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이 형성했던 '적대적 공생' 구도가 다시금 만들어진 셈이다.
해당 구도가 이어질수록 양당 중 불리한 쪽은 국민의힘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장동혁 체제로 가게 되면서 정청래 대표가 더 힘을 받게 됐다.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이라고 몰아붙일 것이고 국민들도 호응할 것"이라며 "이런 구도라면 민주당 장기 집권의 길이 열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전략조직 관계자는 "레토릭 공세 외에 손에 잡히는 전략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난 총선과 대선의 악몽이 지선에서까지 재현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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