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이상 시 해설서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 출간 계기로 한겨레와 인터뷰하던 박상순 시인.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그럼, 수요일에 오세요. 여기서 함께해요. 목요일부턴 안 와요. 올 수 없어요. 첫 연을 읽는 순간 알 수 있다. 언젠가는 ‘함께‘가 아니겠구나, 누구 하나 여기에 없겠구나, 그리고 입 밖으로 차마 꺼내어 말할 수 없는 그 ‘끝’이 우리에게도 공평하게 오겠구나.
이 시는 시작과 동시에 끝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이
골드몽릴게임 에는 역설적으로 무궁무진함이 있다. 無窮無盡. 끝이 없고 다함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당신의 눈빛과 달빛과 파도와 입술에 무궁무진하게 갇히고 싶지만, 반복되는 무궁무진함의 어지러움 속에 영원히 머물고 싶지만, 월요일 가고 수요일 오듯, 시간은 흐른다. 사랑이 흐르고 사랑이 변한다.
그래서 모든 연애는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포하고 있다.
바다이야기룰 언젠가 끝이 오고야 말리라는 아슬아슬하고도 아득한 예감과 함께 사랑은 시작한다. 모든 연애시(詩)는 이별시(詩)이다.
그것은 우리가 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고 변하는 두 존재가 만든 관계는 어떻게든 변하기 때문이다. 지붕이 언젠가 무너지는 것처럼 불타올랐던 노을이 사그라지는 것처럼 가슴에 묻어버린 죽은 사람을 자꾸만 떠올리는 것처럼 포도밭의
바다이야기게임 포도가 영글어 포도주가 되는 것처럼 낡은 구두와 뼈가 먼지가 되는 것처럼 사랑 또한 변한다. 사랑하던 두 사람 또한 그렇다. 사랑이 식어버리고 녹아버리고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동안 우리들 또한 자주 잊고 잃어버리고 놓치고 서서히 병들어간다. 유일한 사실은 사랑이 한때 거기 있었다는 것. 단 하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고 영화 ‘봄날
바다이야기 은 간다(2001)’의 상우는 물었지만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일지 모른다. 사랑이기 때문에 변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불완전한 우리는, 미성숙한 우리는 그럼에도 무궁무진에 빠지고 둘 중 누구 하나의 심장이 멈추고 목뼈가 부러질 그 사랑을 결국 시작하고야 만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어렴풋하게 그 끝을 짐작할 수밖에 없는 예감에 충만함 속에서도 자꾸
바다이야기무료 만 당신의 부재를 느낀다. 당신 때문에 완전해진 내가 당신 때문에 불완전한 존재가 된다.
사랑은 이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 것. 시작과 끝. 천국과 지옥. 행과 불행. 이해와 몰이해. 봄과 겨울. 삶과 죽음. 당신의 존재에서 나는 당신의 부재를 본다. 내 옆에 멀쩡히 살아 숨 쉬는 당신의 존재를 끝없이 의심한다.
지금 어디야? 무슨 생각해? 수요일도 목요일도 나에게 올 거지? 이 눈빛과 미소와 펄떡이는 심장이 다 내 거라고 한 번 더 말해줄래?
이렇게 우리는 자꾸만 유치한 질문을 던진다. 매 순간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고 일상 속에서 어떠한 조짐을 기어코 찾아낸다. 하지만 아무리 다정한 대답을 들어도 당신을 온전히 가지기는커녕 당신을 이해하는 일조차 실패할 것이라는 감각. 그래서 다시, 사랑하는 나의 세계 속에서 지붕이 내려앉고 재앙이 시작된다. 고통과 기쁨을 양손에 쥐고 헐떡이는 이 모습은 사랑에 빠진 우리들이다. 그러니 내 앞에서도 나를 애타게 찾아대고 그리워하는 상대를 우리는 기꺼이 사랑해야 한다. 두 팔 벌려 꼭 안아줘야 한다. 그는 내 존재 너머 부재까지 함께 사랑하느라 늙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끝을 알면서도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사랑에 충실하다. 무궁무진한 떨림과 포옹과 설렘 속에서 서 있다. 그리고 동시에 불완전한 마음을 지니며 산다. 그러니 사랑하는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다. 불완전한 존재가 불완전한 사랑을 하고 불완전한 미래를 만든다. 세상은 겨우 이런 사랑들로 이루어져 있다.
떨림과 포옹이 거기 한때 있었다는 사실. 그것만이 무궁무진한 사실이다.
한여진 시인
한여진 시인 l 2019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에세이 ‘떡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2025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제 그 무엇도 아닌 ‘사랑’을 들을 차례. 작가들이 숨어 애송하는 연애시의 내막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