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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 ?대구지하철화재참사 22주기 추모식이 열린 18일 오전 김태일 전 2.18안전재단 이사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조정훈
인천국민주택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영령들께 엎드려 통곡하며 용서를 구합니다. 올해도 억울하게 죽어간 192위의 혼백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데, 옆에서는 북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아수라도 이런 아수라가 없고, 무간지옥이라면 이런 무간지옥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이 저축은행특판예금 런 초현실적 장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해원을 호소하며 단식을 하는 자리 옆에서 짜장면을 먹는 일베도 있었고, 최근입니다만 군사쿠데타로 피를 뿌렸던 도시에서 비상계엄 내란을 지지하는 무도한 집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저 모습은 그보다 더합니다. 매년 2월이면 되풀이되는, 끝날 것 같지 않은, 지긋지긋한, 우리에게는 끔찍한 형벌입니다. 어찌 할부금융상품 하여 이렇게 비정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인근 상인들 추모 반대 집회에 "야속하지만 원망하지 않아"
그러나 영령들이시여! 우리는 저분들이 야속하지만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이 악몽 같은 상황을 만든 것은 대구광역시이기 때문입니다. 대구시는 지하철 화재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팔공산 동화지구 상인들에게 서로 다른 기대를 하도록 국민주택 청약자격 했습니다. 대구시는 이곳 상인들에게는 추모 시설이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 약속하고, 희생자 유가족들에게는 추모 시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하면서 은밀한 합의를 추진했습니다. 저 192그루의 나무 밑에 묻혀있는 희생자 일부의 유골은 이런 과정에서 모셔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조리극 같은 모순의 실타래를 풀어야 아파트전세담보대출조건 할 책임은 대구시에 있습니다. 이곳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짓는 데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참사 당시 사고 수습을 위한 국민 성금 가운데 수십 억 원의 돈이 투입되었습니다. 시민안전테마파크 내부에는 시민안전 체험을 위한 참사 당시 불탄 전동차 잔해를 옮겨다 놓았습니다. 이곳이 대구 지하철 참사를 기억하며 시민안전 문화를 형성하는 안전문화 공원으로 만들어졌고 또 앞으로 그런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은 너무 분명합니다.
▲ ?대구지하철참사22주기 추모식이 열린 18일 오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앞에서 팔공산 동화마을 상인들이 추모식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 조정훈
우리가 대구 지하철 참사를 기억하는 것은 대구시민의 희생을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뿐만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지역사회를, 그리고 우리나라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고 안전한 세상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자는 의미가 큽니다. 희생자 가족들이 단지 위로받자고 기억하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 사회 모두가 과거에 겪은 아픔과 당당하게 대면하고 그것을 치유하며 회복과 성장을 도모하자는 것이 목표인데 그것은 '기억'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상처를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켜 도시 발전의 힘으로 만든 사례들도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히로시마는 원폭의 기억을 평화의 도시로, 제주도는 4.3의 기억을 평화의 섬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가꾸었습니다. 우리도 이 가슴 저미는 슬픔을 쓰다듬으며 대구를 '안전과 생명의 도시'로 가꾸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상처는 우리에게 진주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계신 시민 여러분, 정치인 여러분, 행정 기관장 여러분, 대구가 이렇게 되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려면 이 아픔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고,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대면하고, 미루지 말고 껴안고, 앞으로 나서기 바랍니다. 안전과 생명이라는 가치 앞에는 여와 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일 수 없습니다.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는 자유, 민주, 평등, 평화 등 모든 가치에 선행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출발입니다. 이분들의 아픔을 듣지 않고 안전과 생명의 도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유가족들의 소송에 법원은 외면... 동의하기 어려워"
▲ ?대구시 동구 용수동 시민안전테마파크 안에 있는 수목장 장소. 이곳에 대구지하철화재참사 희생자 유골 일부가 수목장으로 묻혀 있다.
ⓒ 조정훈
▲ ?대구지하철화재참사 22주기 추모식이 열린 18일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수목장 묘역에서 한 유족이 희생자의 이름 앞에 조화로 만든 꽃과 나비를 꽂고 있다.
ⓒ 조정훈
최근 유가족들이 대구시를 상대로 소송을 했습니다. '대구시와 유가족들 사이에 있었던 이면합의에 따라 이곳에 수목장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소송이었습니다. 법원은 유가족들의 주장을 외면했습니다. 저는 법원이 유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적극적 관심과 증거해석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법원에 대해 야속하다는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비정한 세월이라더니 비정한 법원입니다. '심장은 도려내되 피는 흘리지 말라'는 판결이 생각납니다. 거대한 권력 대구시와 약자인 재난피해자 사이에서 법원이 내린 법률과 증거의 해석은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재난피해자들을 무작정 연민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재난피해자를 지지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안전과 공동체의 정의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재난피해자가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재난피해자를 지지하는 일이 정의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더 법원의 판단을 구해 볼 것이라 하니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합니다. 법은 따뜻해야 하고 약자의 편에 설 때 정의로운 것입니다.
▲ ?18일 오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린 2.18대구지하철참사 22주기 추모식이 끝난 후 유족과 유족 대표들이 추모탑 앞으로 이동해 추모하고 있다.
ⓒ 조정훈
그리고, 이 자리에 오신 각계의 지도자들께서는 법률적 영역과는 별개로 이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대구시는 한 때 이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이 지역 상인들과 '추모사업과 지역 발전 사업을 연동하여 단계적으로 이행하자는 합의'를 한 바 있습니다. 대구시가 놀라운 정치적 역량을 보인 것이었는데 언제부턴가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단계적 이행계획'이 잘 추진된다면 대구시와 대구지역사회의 능력에 대한 박수갈채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부터 2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지역사회가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되돌아보면서 대구를 안전과 생명의 도시로 가꾸어 가도록 합시다. 하여, 대구 지역사회에 연민과 공감이 넘치는 열린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192위의 영령들 앞에 엎드려 약속드립니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초대이사장(전 장안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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