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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아이가 죽음에서 살아나는 기적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내적 평화에 이르기를 바랍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용만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 이사장(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로 '메일린의 기적'을 꼽았다. 프랑스의 평범한 3살 짜리 소녀 메일린은 집에서 먹은 작은 소시지 하나가 목에 걸려 기도가 막혔다. 45분 동안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는 바람에 혼수상태에 빠졌다. 희망이 없었다. 모든 의학적 데이터는 '뇌사'를 가리켰다. 의료진은 '식물인간' 판정을 내렸다.
캐피탈할부조건그러나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기도가 모였다. 그리고 메일린은 40일 만에 살아났다.
말 그대로 기적이 일어났다. 바티칸 교황청은 △즉각적일 것 △완전히 치유될 것 △의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할 것,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례에 대해 신학적인 검토를 한 후, 교황의 결제를 거쳐야 비로 스파크s 중고 소 '기적'으로 공인한다. 1년에 평균 10여건 정도의 기적이 교황청에 등재된다. 메일린의 이야기도 몇 년에 걸친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기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로마를 찾은 박 이사장은 우연히 이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비무장지대(DMZ)의 철조망을 직접 십자가로 만들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할 정도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일본핸드폰연체 박 이사장은 메일린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직접 메일린을 찾아가 만났고, 기적의 모든 흔적을 되짚었다. 기적을 접하는 과정에서 얻은 마음의 평화를 나누고 싶었다. 메일린의 아버지가 딸의 경이로운 회복을 담담하게 회고한 책 '메일린의 기적'을 썼고, 박 이사장은 기적의 현존을 국내에 소개하는 '브리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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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메일린의 이야기를 소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이야기를 들은 뒤 자다가도 생각이 날 정도로 메일린의 이야기를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께 부탁해 아이와 가 로스쿨 등록금 족을 수소문해 만났어요. 메일린의 아버지는 베트남계 프랑스인이고, 어머니는 생후 6개월에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인입니다. 함께 미사를 보고 식사를 하면서 꼭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4달 만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11개 도시를 발로 뛰면서 4만 1000km를 오간 끝에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지난해 12월 가톨릭 평화방송 '죽음에서 돌아오다, 메일린의 기적' 2부작으로 방영됐다) 모든 신자들에게는 선교의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길거리에서 스피커로 시끄럽게 이야기하고, 믿으라고 하고 이런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교를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큐멘터리도 만들고 책도 펴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신앙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인상깊었던 것은▶바티칸 교황청 시성부(기적 심사 부서)에서 많은 기적을 접하면서 이때까지 알던 신앙이 뒤집히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적은 막연하게 '옛날에 있었던 신기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시신경과 안구가 괴사되었던 사람이 불과 3~4일 만에 멀쩡히 시력을 회복하는 등 현대 의학으로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잇따라 접하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교황청의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친 기적 직접 보게 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메일린의 이야기는 어떤 울림을 준다고 생각하나▶마음의 평화는 누가 달래주고 감싸주고 해야만 생기는게 아닙니다. 인간을 넘어선 절대자의 개입을 인정하게 되면 평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인정하면 겸허해지고, 마음이 온유해집니다. 취재 과정에서 굉장히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습니다. 3살 먹은 딸이 갑지기 죽음의 상태에 빠지는데 나 자신은 정상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다른 사람들은 웃고 떠드는데, 내 딸은 죽음의 문턱에 놓여 있다고 하면 군중 속에 '내동댕이쳐진 고독함'을 견딜 수 있을까요. 그런데 취재를 끝내고 '기도의 힘'이 불러일으킨 기적을 보니 너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사진 = 마음산책 제공
-기도의 힘은 어떤가▶기도의 힘은 신에게 자신의 의도를 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메일린의 아버지 에마뉘엘 트란은 메일린이 죽음의 문턱에 놓이기 이전에는 신앙을 가지지 않았지만, 자신이 수없이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메일린을 위해 기도하는 과정에서 기도의 힘을 느끼게 됐습니다. 신앙이 없는 분들에게도 기도는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과 대화하는 그 순간, 간절히 무엇인가를 바라는 그 순간은 (기도가 끝나도) 자신에게 남아 있습니다. 신과의 대화가 자신에게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면서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면, '신의 향기'가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을 오롯이 드러내고, 그 과정이 쌓이면 인간의 성숙을 촉진하는 가장 좋은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기적은 어떤 사람에게 일어나는가▶그건 일관성이 없습니다. 순수한 아이도, 세상 풍파를 다 겪은 사람이나 성직자, 불량배 등 누구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기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도 규명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할 수 있다면 신앙과 신에 대한 논쟁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측도, 추론도 불가능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신(의 영역)이라고 믿습니다.
-이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이 이야기를 접하고, 알리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은총을 받은 사람을 꼽는다면 나 자신입니다. 세례는 1986년에 받았지만, 이후 20년 동안 냉담자(종교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신자)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초자연적이고 초현실적인 기적을 접하면서, 충격을 받고 신앙을 되돌아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접하시는 분들도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바랍니다.
대담=임동욱 정책사회부장 겸 문화부장 dwlim@mt.co.kr 정리=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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