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치유와 평화의 한마당’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장종우 기자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네 앞에서 약혼자와 어머니를 겁탈해버린다’고 했어요. 그때는 ‘그것만은 안됩니다'고 애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이 재일한국인 유학생들을 간첩으로 몰았던 ‘11·22 사건’의 피해자 이철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대표는 지난날 받은 모진 고문을 생각하면 목이 메었다. 남산 지하실에서 몽
황금성릴게임사이트 둥이와 갖은 고문을 견디기를 39일. 더는 버티지 못한 이 대표는 스스로 거짓 자백서를 쓰고 사형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아직도 당시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된 게 너무 분했습니다. 완전히 인간성을 다시 회복하려고 얼마나 몸부림쳤는지 모르겠습니다.”
‘11·22 사건’ 50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국가폭력
릴게임5만 피해자들과 그들의 조력자 150여명이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 모여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치유와 평화의 한마당’를 열었다. 이들은 서로에게 치유와 위로, 격려의 말을 건네며 다시는 국가폭력이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했다.
11·22 사건은 1975년 11월22일 김기춘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이 “북괴의 지령에 따라 국내 대학에 침투한
바다이야기예시 간첩단을 검거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재일동포 유학생 13명과 한신대·부산대 등 국내 대학생 등 21명이 검거됐다. 이중 15명이 최종적으로 사형과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이날 행사장에선 다른 국가폭력 피해자들도 생생한 증언을 내놓았다. 1975년 서울대 의대생이 16명을 간첩 혐의로 구속된 ‘서울의대 간첩사건’의
바다이야기게임장 피해자인 강종헌씨는 당시 영장도 없이 체포됐다. 강씨는 이날 “당시 검사가 ‘반공이 국시인 대한민국에서 피고인과 같은 공산주의자·간첩은 생존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에서의 차별과 비인도적인 삶에 질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찾아온 조국에서, 생존을 허락할 수 없다니 무슨 말인가”라며 분노했다. 11·22 사건을 포함해 1970~80년대 빈번히 일어난
릴게임바다이야기 재일동포 간첩사건 피해자 중 사형수는 9명, 무기수는 19명이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치유와 평화의 한마당’에서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피해자들을 도운 일본인 조직 ‘구원회’ 일원들이 박수를 받고 있자. 장종우 기자
‘짐승의 시대’에 피해자들이 결국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국경을 뛰어넘은 시민사회의 연대 덕분이었다. 군사정권 하에 상당수 재일한국인들이 간첩으로 몰리자, 일본 각지의 시민들이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원회’를 속속 조직했다. 이철 대표 또한 1975년 12월 ‘이철이 중앙정보부에 연행됐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뭉친 일본 시민들의 도움으로 서울올림픽 폐막식 다음날인 1988년 10월3일 석방됐다. 이렇게 석방된 양심수들은 다시 구원회에 합류해 감옥에 남은 이들을 위해 싸웠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했다. 이철 대표는 “오래 전부터 모든 재일동포 사건을 하나로 묶어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해왔다. 내일 국회에서 열리는 50주년 행사에서 정부와 국회에 ‘재일동포 및 국내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양기 국가폭력생존자회 부회장은 “수많은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며 “이재명 정부는 국가폭력으로 망가진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게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외쳤다.
사건 50주년 당일인 22일 오후 3시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과 재일동포 음악인을 중심으로 피해자의 인권회복 투쟁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음악 콘서트가 열린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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