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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랑라래 (25-08-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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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이 다시 기로에 섰다. 오는 13일 발표되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퇴직연금 의무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은 2005년 도입된 뒤로 여러 차례 활성화 대책이 나왔지만 큰 틀이 바뀐 적은 없다. 단계적으로 퇴직연금이 의무화되면 기존 퇴직금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한편,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도 가입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와 함께 퇴직연금에 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민간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오 대표는 국민연금·기초연금과 더불어 퇴직연금이 ‘연금바다이야기게임장
3총사’로 노후소득을 두텁게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7월31일 진행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되, 그간의 논의 경과와 현황 등을 덧붙였다.

① ?퇴직금은 후불임금인가, 공적연금인가?
1961년 법정 제도로 안착할 당시 퇴직금의 성격은 기업복지였다. 매 1년마다 한달치 월급을 더 주는 ‘후불임금’으로,증권카페
사실상 실업급여의 기능을 했다. 1995년 고용보험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후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퇴직금을 노후연금으로 전환시키자는 논의가 이어졌다.
2005년 퇴직연금 제도의 도입은 큰 전환점이 됐다. 퇴직금과 퇴직연금 중에 고를 수 있고 퇴직연금에 가입됐더라도 퇴직할 때 일시금 혹은 연금 수령 중에 선택하도록 했바른손게임즈 주식
다. ‘퇴직급여’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선택권을 준 것이다. 다만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가입 대상의 26.4%(가입 대상 노동자 기준은 53%, 2023년 기준)에 그친다. 아직 제도 설계와 현실의 간극이 크다.
② 퇴직연금 의무화가 추진되는 이유?
우선 정부는 해마다 임금체불액의 40% 안팎이 퇴직금이라는 데 주목올쌈바
한다. 지난해 임금체불액 2조448억원 가운데 40.2%에 해당하는 8229억원이 퇴직금이었다. 퇴직연금은 사업주가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기관에 적립금을 납입하지만, 기존 퇴직금 제도는 사내 적립도 없이 장부상으로만 기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비일비재한 일이다. 퇴직연금을 의무화해서 이런 문제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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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노후 대비에서 퇴직연금의 역할을 키울 필요가 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2층 구조만으로는 부족하다.(참고로, 올해 3월 기준으로 65살 이상 노인 인구 가운데 국민연금 수령 비중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평균 수급액도 월 67만원 수준이다.) 퇴직연금이라는 3층 구조가 필요하다. 연금개혁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이런 흐름은 서구 국가들에서도 유사하게 보인다.

③ 다른 나라들도 고령화에 대비한 것인가?
그렇다. 세계은행이 다층 연금 체계를 제안한 바 있고, 유럽에선 산업별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협약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곳들이 많다. 대체로 3층 연금 구조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오히려 퇴직연금의 역할이 더 크다. 나라에 따라 사용자와 노동자가 매칭하는 방식으로 적립금을 쌓기도 한다. 한국은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를 강제하는 법정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도 연금으로 구실을 제대로 못 한다.
퇴직연금의 덩치는 결코 작지 않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입이 47조3천억원 정도 된다.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60조7900억원)과 차이가 크지 않다. 금융업권에서는 2050년을 전후로 퇴직연금 누적 적립금(2024년 말 기준 431.7조원)이 국민연금 적립금을 넘어서서 국내 최대 기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연금은 갈수록 지출 규모가 커지는 반면 퇴직연금은 아직 도입 역사가 짧아 적립금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퇴직연금이 다층 연금체계의 한개 층이 되도록 해야 한다.
④ 그럼에도 연금 수령 비중이 너무 낮다. 왜 그런가?
퇴직연금을 다달이 연금으로 타는 비중은 13%(이하 2024년 기준)에 불과하다.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원인은 빈약한 적립금에 있다. 일시금으로 타간 이들의 평균 수령액은 1654만원에 불과하다. 연금 수령 계좌에 평균 1억4694만원이 들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적립금이 적은 이유는 중도해지·중도인출이 많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둘 때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적립금이 이체되는데 이때 해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퇴직금 중간정산이 되는 것처럼 퇴직연금도 주택자금과 의료비 마련 등 몇가지 사유에 한해 중도인출을 허용한다.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금이 쌓이기 어려운 구조다. 무엇보다 이직 때 해지를 규제하지 않으면 퇴직급여가 노후연금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와 지난 달 31일 퇴직연금 개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⑤ 수익률은 왜 이렇게 저조한가?
최근 퇴직연금 제도 개선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저조한 수익률이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연환산 수익률은 2.86%로 국민연금의 8.13%에 크게 못 미친다. 10년간으로 넓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제는 개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요구로 이어졌다.
현재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과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 중에 선택하도록 돼 있다. 누적 적립금의 절반 정도는 DB형(49.7%)이다. DB형은 나중에 받을 돈이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근속연수’로 정해져 있는 것을 말한다. DC형과 달리 중도인출이 안 된다. 회사는 매년 한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최소 적립금 이상을 퇴직연금 계정에 납입한다. 운용에 따라 수익이 나면 회사가 갖지만 손실이 나더라도 회사 책임이다. 이 때문에 은행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하는 비중이 93.2%에 달한다. 수익률이 많이 오를 수가 없는 구조다.
DC형(27.4%)은 회사가 적립금을 계정에 넣어주면 노동자가 직접 운용방식을 정한다. 투자수익을 올리면 노동자가 챙기고 손실도 노동자가 감수해야 한다. DB형에 견줘 회사 쪽의 관리 부담이 덜어지는 탓에 중소기업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임금피크제에 돌입한 노동자들이 DC형으로 갈아타기도 한다. 임금이 깎이기 전에 그간 적립된 퇴직급여를 받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운용한다고 해서 DB형과의 수익률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투자 경험이 많지 않고 전문성도 없는 직장인이 일일이 공부를 해서 운용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DC형도 실적 배당형보다는 원리금 보장형 비중(76.7%)이 훨씬 높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자는 제안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⑥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되면 수익률 좋아질까?
이미 국회에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자는 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 등)이 발의돼 있다. 핵심은 기존 계약형 방식과 기금형 중에 가입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금은 국민연금처럼 전문운용기관에 맡기도록 했다. 투자 전문성 확보와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장기 투자와 비용 절감(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 등) 등으로 연 6~8% 수준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다. 이는 퇴직연금 의무화라는 정책 방향과도 맞물려 있다. 수익률이 저조한데 제도를 강제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직원 30명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주가 납입한 돈을 모아 공동기금을 조성한 사례(푸른씨앗)를 참고하면 좋다. 저소득 노동자에 대해선 정부가 사업주 부담금의 10%를 지원한다. 근로복지공단의 책임 아래, 정부·노사단체·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영위원회에서 자금운용계획을 세운 뒤 민간 운용사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수익률은 지난해 6.5%, 올해 상반기 7.5%(연환산)로 일반 계약형 퇴직연금보다 높았다. 2022년부터 시작해서 사업장 2만8261곳, 노동자 12만7984명이 가입돼 있다.

⑦ 국민연금공단에 맡기면 안 되나?
퇴직연금공단을 새로 만들 수도 있고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할 수도 있다. 다만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할 경우엔 ‘공룡화’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다 담지 말라’는 말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운용 기구를 달리하면 된다. 그래도 공룡화가 우려된다면 일단 시범적으로 위탁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민간 금융업권의 반발이 클 거다.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가 퇴직연금인 탓이다. 이를 넘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⑧ ‘퇴직금만은 건드리지 말라’는 여론도 있다. 제도 개선에 따른 저항이 크지 않을까?
퇴직금은 ‘내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사적 자산에 대해 국가가 과도한 개입을 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연금으로 유도하느라 중도인출을 엄격하게 규제하면 그에 따른 불만도 클 것이다. 주택자금이나 전세보증금 마련, 자녀 결혼 비용 등 생애주기에 따른 자금 수요가 있을 때 퇴직급여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퇴직연금을 의무화하기 전에 기금형을 먼저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제도 개편 초기에는 공공, 민간이 모두 기금운용에 참여하는 경쟁 구도로 시작한 뒤에 점차 운용 주체가 공공기관으로 수렴되는 경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늘려가고 수익률을 개선하면 노후연금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질 것이다.
⑨ 퇴직급여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한 대책은?
현재 퇴직급여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근속 1년 이상인 모든 사업장의 노동자가 받는다. 특수고용직(특수형태근로 종사자)과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근속기간 1년 미만 노동자에 대해서도 보편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정부가 퇴직연금 의무화를 추진할 때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도입 초기에는 정부가 사업주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⑩ 앞으로 정책 추진 전망은?
2014년부터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한 여러 대책이 나왔고 단계적 의무화 방안도 여러 차례 추진됐다. 2012년부터 신생 사업장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이 의무화되기도 했지만 강행 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제도 개선을 추동할 적극적인 이해관계자가 없었다. 기금화가 되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논의에 참여할 통로가 생기고, 공적연금 성격을 가미하면 가입자들의 관심도 높일 수 있다. 산별노조가 기금화의 주체로 나서는 것도 권장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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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연의 초고령사회의 질문들은? 지난 연말 우리는 65살 이상 노인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섰습니다. 한때 폭발적 인구 증가가 걱정거리였던 나라가 지금은 빠르게, 그것도 전속력으로 늙어가고 있습니다. ‘인구 국가비상사태’의 본질은 인구 감소보다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동에 있습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초고령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 사회에 던져진 질문을 격주로 하나씩 톺아봅니다.

황보연 논설위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