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내일은 오늘보다 맛있는 인생, 멋있는 삶이 되길 바랍니다. 라이프스타일 담당 기자가 한 달에 한 번, 요즘의 맛과 멋을 찾아 전합니다.
노트디자인스튜디오의 'Hidden Tints' 프로젝트. 노트디자인스튜디오 제공
인간의 활동 무대가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인공지능(AI) 시대, 오프라인 공간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지난달 25일 개막해 이달 1일 성료한 국내 최대 리빙·라이프스타일 전시회 '서울
바다이야기릴게임2 리빙디자인페어'에서도 급격한 기술 발전의 소용돌이 속 '경험'의 가치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페어 개막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변화의 시대, 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한 세미나 역시 그런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 묵직한 이야기의 첫 연사로 세계적인 크
황금성슬롯 리에이티브 그룹 '노트디자인스튜디오'의 설립자 요하네스 칼스트룀 공동대표가 마이크를 들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현재 스튜디오 내에서 공간 부문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아이디어 중심의 협업 문화를 바탕으로 여러 실험적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이번 페어를 통해 한국의 좌식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새 작업도
게임몰 공개한 그와 서면 인터뷰를 갖고 '공간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기능적 편안함 갖춘 공간에 신선함 더해… 수평적 소통으로 아이디어 협업
노트디자인스튜디오는 2008년 요하네스 칼스트룀과 크리스티아노 피가치니가 '부드러운 한 방(Gentle punch)'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세운 회사다. 최고경
야마토게임 영자(CEO)를 두지 않고, 4명의 공동대표를 포함한 구성원 19명이 수평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기업 문화를 지켜오고 있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2000년대 초반 이후 공간 디자인을 천착해온 칼스트룀 대표는 여러 문화권에서 활동해온 경험을 살려 스튜디오에 영감과 동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다이야기게임기 지난달 26일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세미나에서 '디자인에서의 협업'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요하네스 칼스트룀 대표.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제공
무엇보다도 '기능적 편안함'을 갖춘 공간에 '신선함'을 더해 사용자에게 '예상치 못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게 노트의 목표라는 게 칼스트룀 대표의 설명. 그는 "건축과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제품, 그래픽 디자인, 브랜드 전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는 다학제적인 접근으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자 한다"며 "노트가 디자인하거나 만드는 모든 것은 감각을 자극하고 진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의미 있는 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탐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칼스트룀 대표가 공간이 지닌 서사와 감각적 색채의 결합을 중시하는 것 또한 같은 이유다. 19세기 사무실을 주거용 아파트로 리모델링한 '히든 틴츠(Hidden Tints)' 프로젝트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역사적 건물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파스텔톤의 핑크·블루·그린 등 현대적 색채를 입히는 작업이었다. '숨겨진 색조'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존 벽면의 오래된 벽지 색감을 활용한 접근 방식이 높은 평을 받아, 2018년 저명 디자인 잡지 디진(Dezeen)이 주관하는 디진어워즈에서 '올해의 주거 인테리어상'을 수상했다.
헬스케어 전문기업 '네코 헬스(Neko Health)'와의 협업도 칼스트룀 대표에겐 큰 보람이었다. 네코 헬스가 개발하는 전신 스캔 기술이 사용자로 하여금 편안하고 아늑한 경험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내부 전체를 따뜻한 색감으로 채웠다. 의료기기 특유의 차갑고 기계적인 이미지를 벗겨내기 위해 완만한 곡선이 두드러지도록 설계하되 깔끔한 마감으로 전문성을 강조했다. 칼스트룀 대표는 "예방의학 기업 분야에서 새로운 공간 유형을 개발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주변과 호흡하는 디자인 중요… 한국의 '툇마루'에 감명받아
노트디자인스튜디오의 건축 프로젝트 'Villa Ottsjo'. 노트디자인스튜디오
노트가 중시하는 또 다른 가치는 '지역성'이다. 노트의 첫 건축 프로젝트이자 스웨덴 북부 산악지대에 지어진 '빌라 오트회(Villa Ottsjo)'는 현지에서 조달한 소나무와 대리석을 사용하고 주변 생태계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오트회 프로젝트의 의의를 묻는 질문에 칼스트룀 대표는 "장소적 맥락이 중요한 출발점이었다"며 "환경적 가치를 더하면서도, 거대한 통창을 통해 실내에서 산악지대의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사람들의 로망을 구현해냈다"고 답했다.
그런 노트가 한국에서 포착한 고유의 공간적 특징은 바로 툇마루와 마루였다. 실내와 실외 사이 중간 영역, 미묘한 높낮이 차이, 바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생활 방식 등이 여전히 현대의 공간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가장 인상 깊은 건축 사례로는 서울 종로구 북촌의 복합문화공간 '예올'을 꼽았다. "형태적으로는 매우 절제돼 있지만 공간이 이어지는 순서와 흐름을 통해 강한 긴장감을 만들어냄으로써 전통적인 한국의 공간 원리가 어떻게 현대적인 건축 언어로 해석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는 이유였다.
서울 종로구 북촌 예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이미 몇 차례 국내 가구 업체들과 협업한 적 있는 노트는 올해 페어 현장에서 알로소(Alloso)와 손잡고 제작한 '디딤(DIDIM)' 컬렉션을 선보였다. 의자에 기대앉으면서도 바닥 생활을 같이하는 한국인의 독특한 생활양식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소파 제품이다. 칼스트룀 대표는 "한국 브랜드들은 강한 문화적 정체성과 미래지향적 디자인 비전이 결합된 점이 매우 매력적"이라면서 "지역적 자신감과 국제적 개방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의미 있는 협업이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칼스트룀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그는 "스타일이나 미학이라는 틀로만 한정할 순 없다"면서도 "세심하게 만들어지고 분명한 목적을 지닌 것"이라고 말했다. "그 목적은 기능적인 것일 수도 있고 감정을 불러일으켜 우리의 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공간을 디자인할 때 시각에만 의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공간은 보기에도 좋아야 하지만 촉감·소리·향기까지 모두 조화를 이뤄야 해요. 우리의 다른 감각들도 시각만큼 중요합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