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두헌. 본인 제공
“숨은 늘 곁에 있었지만, 우리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살죠.”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이두헌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치유 음악회 ‘숨, 브레스’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1980년대 밴드 다섯손가락의 리더로 ‘풍선’ ‘새벽기차’ 같은 히트곡을 남긴 그에게도 이번 무대는 낯설고도 큰 도전이다.
오는 25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가족’과 ‘치유’를 주제로, 이두헌밴드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함께 9곡을 국악관현악으로 재
바다이야기고래출현 해석해 들려주는 자리다. 공연은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정서적 피로와 고립을 겪는 이들에게 음악으로 회복의 시간을 건네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두헌은 이번 작업의 출발점에 오는 16일 12주기를 맞는 ‘세월호의 기억’이 놓여 있다고 털어놨다. 공연 제목인 ‘숨’도 거기서 비롯됐다. 그는 “거기서 숨을 못 쉰 사람들이지 않나. 입만 막
바다이야기다운로드 아도 고통스러운데, 그 많은 사람이 점점 물이 차오르는 배 안에 있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괴롭다”며 “호흡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가 얼마나 의식하지 못하고 사는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통의 기억은 공연 준비 과정에서 ‘가족’과 ‘치유’라는 더 넓은 주제로 확장됐다. 가까운 존재이기에 더 큰 상처를 남기고, 동시에 그 상처를 다시 보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듬을 수 있는 존재 또한 가족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이두헌이 공연 리허설을 하고 있다. 이두헌 제공
이번 무대에서 처음 공개되는 신곡 ‘세모난 지붕’은 그 생각을 가장 또렷하게 담은 곡이
바다이야기합법 다. 세모난 지붕은 배를 상징한다. 세상을 떠난 이들과 남겨진 가족의 목소리를 두 화자로 나눠 담았다. 이두헌은 “저 멀리 보이는 세모난 지붕,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그리워하는 망자와 ‘너는 이 땅에 다시 오지 마라, 나는 여기서 운다’고 말하는 가족의 마음을 함께 넣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한 ‘대신’, ‘그대와 함께 걷다 보니’ 역시 떠나간 사람과
바다이야기프로그램 남겨진 사람의 감정을 다룬 곡들이다. 그는 “결국 소중한 사람은 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요즘 내가 쓰는 노래의 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핵심은 국악관현악과의 결합 방식에 있다. 이두헌은 처음엔 밴드 편곡 위에 국악기를 덧입히는 무대일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김성진 예술감독이 편곡을 맡은 실제 작업은 전혀 달랐다. 판소리 소리꾼, 정가 가객, 메조소프라노 성악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의 노래를 다시 불렀고, 밴드 역시 국악기 편성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데모를 들었을 때는 내 노래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런데 계속 듣고 악보를 보니 내 음악 안에 국악적인 요소가 숨어 있더라고요.” 그는 “‘새벽기차’나 ‘풍선’조차 국악기로 들으니 원래 국악 같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새벽기차’ ‘풍선’ 같은 대표곡과 더불어 ‘그대와 함께 걷다 보니’ ‘미안해요, 용서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등 최근 곡이 함께 오른다.
치유음악회 ‘숨, 브레스’ 포스터. 경기아트센터 제공
국악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충북 영동 출신 어머니를 따라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영동은 국악이 일상 같은 도시였다”고 회상했다. 다섯손가락 2집에 실린 연주곡 ‘빈 지게’에도 이미 그런 흔적이 남아 있다. 또 한 사람, 그에게 강한 자극을 준 이는 선배 음악가 김수철이었다. 같은 소속사에 몸담았던 시절, 김수철은 집에 국악기를 들여놓고 소리 체계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두헌은 “그 형이 북을 보여주고, 우리말과 소리의 체계를 설명해주던 게 충격이었다. 나도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그 형이 먼저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번 작업을 통해 그 오랜 마음이 뒤늦게 큰 규모로 실현되는 셈이다.
그는 이번 공연을 자기 음악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했다. “이 나이에 음악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는 게 고맙더라고요. 양악 오케스트라는 이미 익숙한데 국악은 내 전공이 아니니 악기법(어떤 악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이론)부터 전혀 새로운 세계였어요.”
이두헌은 이번 공연을 “히트곡을 국악풍으로 포장한 무대”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한국 음악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국악은 더 이상 낯설고 먼 음악이 아니에요. 와서 들어보시면 압도될 수 있을 거예요. ‘이게 그냥 한국의 음악이구나’ 하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