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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온유는 첫 소설집 <약속의 세대>에서 삶의 위선과 만용, 부끄러움을 비롯해 우리가 관계 속에서 목도하지만 차마 꺼낼 수 없었던 다양한 감정을 통찰력 있게 그려낸다. 문학동네 제공
바다신2 다운로드 젊은작가상 대상 백온유 첫 소설집
‘덫’에 걸린 것 같은 사람들 이야기
거짓된 믿음에 기만당한 삶 그려
“쓸 때 ‘현격한 낙차’를 위해 고민”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어머니의 사고 소식을 들은 지영은 고향 한서로 향한다. 서울에서 안동까지 기차로 한 번, 다시 안동에서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쳐야 도착하는 시골인 한서. 지영은 성인이 된 후로 사흘 이상 이곳에서 머문 적이 없지만, 아버지와 남동생 대신 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주일가량 한서에 머문다. 그런데 지영의 어머니
릴게임한국 는 왜 사고가 난 걸까. 병원에 도착한 지영이 묻는다. 머뭇거리던 어머니 대신 아버지가 말한다. 산에서 “덫에 걸렸단다”.
백온유의 첫 소설집 <약속의 세대>에는 수록작 ‘나의 살던 고향은’ 속 지영의 어머니처럼 알 수 없는 ‘덫’에 걸린 것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누군가를 믿고 무언가와 약속하지만, 어느 순간 배신 혹은 기만을
릴게임종류 당한다. 불시에 자신을 옭아매는 덫과 만나는 당혹감, 믿고 있던 세계가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 소설집을 채운다.
‘광일’은 아내에게 집에 일찍 들어가기로 약속했으나, 갑작스레 찾아온 손님들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장거리 영업을 하게 된 택시기사 박광일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현진건의 작품에서 김첨지가 맞이한 최후의 불행처럼, 박광일이 종국에 맞이하게 될 최악의 일을 상상하며 긴장하고 읽게 된다.
문장은 군더더기 없고 구성은 정교하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능력이 꽤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소설이 그러하듯 인물들은 독자가 알지 못하는 비밀 비슷한 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백온유의 소설에서는 이 부분이 특히 두드러진다. 소설가 김연수는 책 추천사에서 “봉인됐던 비밀이 하나둘 풀려난다. 백온유는 현명하게도 그 직전이나 직후에 이야기를 끝냄으로써 소설을 완성한다”고 했다.
26일 전화로 만난 백온유는 “장편을 쓰다가 단편으로 넘어왔다. 단편 안에서도 기승전결이 필요한데, 처음에 감을 잘 못 잡았다. 그때 예전에 한 선생님이 ‘독자에게 하이라이트를 각인하려면 앞부분은 고요하고 서사를 쌓는 과정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며 “이야기를 쓸 때 ‘현격한 낙차’를 위해서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2017년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은 <정교>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2020년 <유원>으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페퍼민트> <경우 없는 세계> 등을 통해 청소년과 성인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영어덜트 소설’의 대표 주자로 꼽혔다. 지난해엔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제16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그가 순문학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써내는 작가라는 것을 증명했다.
백온유는 “의도한 것은 아니나 청소년 소설로 등단한 뒤 청소년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모든 작가들이 그런 기회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던 기회가 작가로서 큰 자산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동화와 청소년 소설은 놓지 않고 꾸준히 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인 ‘반의반의 반’도 이번 소설집에 실렸다. 할머니와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모녀 삼대의 이야기로, 할머니 영실이 몰래 숨겨둔 돈 오천만원이 사라지며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미스터리한 구조이나 돈의 행방보다는 돈에 투영된 인물들의 욕망과 갈등을 자극적이지 않은 전개로 풀어낸다.
“솔직히 말해. 넌 알고 있었지? 진리가 아니라는 것 말이야.” “이게 진리가 아니면 안 돼. 나랑 엄마는 이걸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다 걸었어.” 흔히 사이비 종교라 불리는 집단의 이야기가 소재로 사용된 단편 ‘사망 권세 이기셨네’는 불완전한 혹은 거짓된 믿음에 기만당한 삶의 이야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 ‘내가 있어야 할 곳’은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참사를 모티브로 했다. 오랜 세월 캐나다에서 이민 생활을 하던 주인공의 이모가 한국으로 돌아오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품들은 주된 이야기 외에도 삶의 위선과 만용, 부끄러움을 비롯해 우리가 관계 속에서 목도하지만 차마 꺼낼 수 없었던 다양한 감정을 통찰력 있게 그려낸다. 소유정 문학평론가는 책 해설에서 “(인물들은) 어느 한 대목에서는 진솔한 내면을 꺼내 보이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 이것이 백온유 소설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방법”이라고 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