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마리 북디자이너가 자신이 디자인한 ‘난다시편’ 시리즈(난다출판사)를 살펴보고 있다.
김마리 북디자이너에게 ‘마감식(食)’은 탕수육이다. 1년에 30~40권의 책을 디자인하는 그에게는 하나의 마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마감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마감의 순간에 즐거운 기억을 덧입히고 싶어, 일을 끝낼 때마다 탕수육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마감은 ‘행복한 일’이 되었다. 수많은 음식 가운데 왜 하필 탕수육이냐고 묻자 그는 답했다. “웬만하면 맛있으니까요!”
문학동네에서 10년간 일한 뒤 디자인 스튜디오 ‘퍼
바다신2다운로드 머넌트 잉크’를 차려 운영한 지도 어느덧 5년째. 지금까지 그가 작업한 책은 약 450권에 이른다. 그럼에도 북디자인은 여전히 그에게 “너무 재미있는 일”이다.
“북디자인은 작가의 글에 몸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손에 잡히지 않는 글에서 출발해 실제로 손에 잡히는 ‘책’이
릴게임뜻 라는 물성을 만들어내는 전 과정을 지휘하는 일이죠. 작가의 의도와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만나 완성된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느끼는 물성의 감동이 큽니다. 저는 늘 말해요. ‘나는 정말 행복하다’고요.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죠. 그래서 늘 겸손하려고 합니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넘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의 대표작
손오공릴게임 중 하나인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는 각종 매체에서 ‘2020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10만부 기념 에디션도 디자인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맡았던 경험도 기억에 남는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인쇄소에서 감리를 하던 날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어요. 너무 놀랐죠. 이후 ‘아연 소년들’까지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한국판 디자인을 맡았는데, 2017년 작가가 한국에 왔을 때 표지가 너무 아름답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셔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문학 작품을 주로 작업하지만 에세이와 예술서도 적지 않게 맡아왔다. 언젠가 시집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바람도 지난해 이뤘다. 난다 출판사의 ‘난다시편’ 시리즈를 통해 간결하면서 강렬한 시집의 세계를 구축해 냈다
게임릴사이트 .
그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방법이 있다. 의뢰인에게 약 155개의 단어가 적힌 ‘단어 차트’를 보여주고, 작업물과 어울리는 단어를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차트에는 ‘클래식한’ ‘서늘한’ ‘목가적인’ ‘오묘한’과 같은 형용사부터 ‘일상’ ‘직선’ ‘위안’ ‘공원’ 같은 명사와 ‘60년대 미국’ ‘하와이’ ‘레이먼드 챈들러’ ‘쿠사마 야요이’ 같은 고유명사까지 포함돼 있다. 그는 편집자가 선택한 단어들을 바탕으로 책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출판사 편집자나 작가들은 텍스트와 친한 분들이고, 저는 이미지와 친한 사람이잖아요.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 보니 우리 사이에 종종 오해가 있다고 느꼈죠(웃음).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단어 차트를 떠올리게 됐어요. 의뢰인이 고른 단어가 지닌 이미지들을 모으면, 작업물의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그려지더라고요.”
흔히 북디자인이라고 하면 ‘표지’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본문 디자인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독서는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에 가까워서 눈에 거슬리는 요소가 하나라도 있으면 금방 피로해지죠. 그래서 쉼표의 모양, 마침표의 간격 같은 작은 요소까지 세심하게 조정해야 해요. 그런 디테일 속에서도 독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책의 성격과 작가의 의도를 담아내야 하기에 더욱 중요하죠.”
그의 표지 디자인에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너무 앞서가지 않을 것, 유행을 따르지 않을 것.” 그는 시간이 지나도 오래 남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회사 이름에 ‘퍼머넌트’(영원한)가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북디자인을 선택한 이유도 ‘느린 호흡’ 때문이었다. “빠르게 진화하는 다른 디자인과 달리 책은 한번 인쇄되면 수정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기초를 단단히 쌓아야 한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죠. 그런 신중한 과정이 제 성향과 잘 맞았어요.”
그는 오래도록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들이 전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너무 아름답구나’ 혹은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구나’ 하면서 희열을 느껴요. 또 어떤 이야기가 나를 찾아올까 생각하면 기대되고 설레요.”
일 밖의 시간에는 달리기를 한다. 10년 넘게 이어온 습관이다. “천천히 달리면서는 생각을 정리하고, 빠르게 달리면서는 생각을 없애버려요. 일을 오래 하려면 몸의 균형이 중요한데 달리기가 큰 도움이 됐어요.”
지난해 그는 자신의 ‘마감식’에 대한 애정을 담아 침샘 폭발 에세이 ‘어떤 탕수육’(뉘앙스)을 펴냈다. 다음 책은 디자이너로서의 생각과 경험을 정리한 글이다. 올여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과 만날 계획으로 지금 열심히 쓰고 있다.
글·사진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이런 책을 디자인했어요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지금까지 총 7권 출간된 ‘난다시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간결한 디자인에 선명한 색깔이 인상적이다. 7권의 시리즈는 표지색이 파랑·보라·노랑·연두색 등으로 바뀌며 변주된다. 김마리 북디자이너는 “시리즈는 시간이 지나도 의미나 모습에 변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시리즈를 디자인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순, 난다(2025)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동성 연인이었던 피에르 베르제가 50년을 함께해온 연인의 죽음 이후 써 내려간 편지들이다. 김 북디자이너는 “파리에서 이브 생 로랑 박물관과 이브 생 로랑 장례식이 열렸던 성당을 방문한 뒤에 이 책이 나에게 왔다”며 “그런 경험이 더해져 공감각적인 작업이 됐고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피에르 베르제 지음, 김유진 옮김, 프란츠(2021)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쓴 하미나 작가의 신작이다. 논픽션부터 에세이, 시, 희곡, 강연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세상과 인간에 대해 질문한다. 김 북디자이너는 “텍스트에 푹 빠져서 작업했던 책으로 본문부터 한 땀 한 땀 공들여 작업했는데 작가가 말하려는 콘텍스트가 표지에 잘 담겼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하미나 지음, 물결점(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