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러더스는 1923년 설립 이래 '카사블랑카', '해리 포터', '배트맨' 등 세기를 관통하는 명작들을 배출하며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지탱해 온 기둥이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로 생성한 이미지





실리콘밸리의 기술 자본이 할리우드의 100년 유산을 집어삼켰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합의는 단순한 기업 간의 결합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권력 축이 전통적인 '극장'과 '스튜디오'에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완전히 황금성오락실 이동했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영화'라는 단어의 정의가 재정립되고 있는 지금, 이번 빅딜이 갖는 산업적 의미와 할리우드의 지각변동, 그리고 남은 과제들을 살펴봤다.[편집자주]


넷플릭스, 할리우드의 심장을 사다

[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상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미국 영화 산업의 상징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의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사업 부문을 720억 달러(약 106조 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인수합병(M&A)이자, 콘텐츠 소비 방식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뀌었음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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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워너브러더스 주주들에게 주당 27.75달러를 현금과 주식으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인수를 확정 지었다고 밝혔다. 부채를 포함한 총 기업가치는 827억 달러(약 122조 원)에 달한다. 이번 계약 구조의 특이점은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CNN, TNT 등 뉴스 및 스포츠 케이블 네트워크는 별도 회사로 분할하 바다이야기2 고, 넷플릭스는 알짜배기인 영화·TV 스튜디오와 HBO,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만을 선별적으로 흡수한다는 점이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이번 인수에 놀란 분들도 있겠지만, 전 세계를 즐겁게 한다는 우리의 미션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드문 기회"라고 자평했다. 이를 두고 일 온라인골드몽 각에서는 넷플릭스가 단순한 배급망을 넘어 할리우드 역사 그 자체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넷플릭스





'극장'에서 '거실'로… 영화 산업의 무게중심 이동

이번 인수가 갖는 가장 큰 함의는 '극장 중심 영화 생태계'의 붕괴 가속화다. 워너브러더스는 1923년 설립 이래 '카사블랑카', '해리 포터', '배트맨', '슈퍼맨' 등 세기를 관통하는 명작들을 배출하며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지탱해 온 기둥이었다. '반지의 제왕'과 ‘왕좌의 게임’, ‘빅뱅이론’ ‘소프라노스’ 등 ‘HBO맥스 오리지널 전체작품’ 등의 지식재산권(IP)도 갖고 있다. 그런 워너브러더스가 태생부터 '안방극장'을 표방한 넷플릭스 산하로 들어간다는 것은, 영화의 주도권이 극장 매표소에서 '구독 경제'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과거 영화 산업은 극장 개봉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이후 2차 판권 시장으로 넘어가는 '홀드백(Holdback)' 시스템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이러한 관행을 깨고 스트리밍 직행을 선호해 왔으며, 이번 인수로 워너브러더스의 방대한 지식재산권마저 스트리밍 우선 전략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으로 인해 극장 체인들이 존폐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워너브러더스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동시 공개되거나 홀드백 기간이 극도로 단축될 경우, 관객들이 굳이 극장을 찾을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극장 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으며, 영화라는 예술 장르가 '대형 스크린의 미학'에서 '개인화된 콘텐츠 소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콘텐츠 공룡'의 탄생: 3억 7천만 가입자와 IP 제국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로 약 3억 7000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2025년 초 기준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약 2억 7000만 명 수준이며, 여기에 워너브러더스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맥스(Max)'의 가입자 약 1억 명(2025년 3분기 기준)이 더해진 수치다. 이는 단순 합산만으로도 경쟁사인 디즈니플러스(+)를 크게 앞서며, 전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넷플릭스가 확보하게 된 'IP의 질'이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등 오리지널 히트작을 다수 배출했으나, 디즈니의 마블이나 스타워즈처럼 수십 년간 팬덤을 유지해 온 '레거시 IP'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통해 DC 코믹스(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해리 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그리고 HBO의 프리미엄 드라마(왕좌의 게임 등)를 손에 넣게 되었다.
이는 넷플릭스가 경쟁사인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플TV+ 등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특히 DC 유니버스의 캐릭터들을 활용한 스핀오프 드라마나 영화 제작이 넷플릭스 주도로 이루어질 경우, 기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대항할 강력한 프랜차이즈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100년 치의 고전 영화 라이브러리는 콘텐츠의 깊이를 더해줄 것이다.


넘어야 할 산, 워싱턴의 견제와 반독점 규제

그러나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번 '세기의 딜'이 최종 성사되기 위해서는 미국 법무부(DOJ)와 연방거래위원회(FTC), 그리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까다로운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외신들은 "이 정도 규모의 미디어 기업 합병은 역사적으로 난항을 겪어왔다"며 강도 높은 규제 심사를 예고했다.

특히 정치권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관계자들이 이번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이번 합병을 "심각하게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경쟁사들의 로비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전에서 넷플릭스에 패배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데이비드 엘리슨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아들이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엘리슨 측은 이미 정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넷플릭스의 독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진영의 반발도 거세다.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 거래는 반독점 측면에서 악몽과 같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워런 의원은 "거대 미디어 기업의 탄생은 구독료 인상과 시청 선택권 제한, 그리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법무부의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좌우를 막론하고 형성된 반독점 정서는 넷플릭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다크나이트 포스터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할리우드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기까지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규제 당국의 문턱을 넘는다면, 미디어 산업은 넷플릭스라는 '절대 강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이는 콘텐츠 제작 환경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넷플릭스의 제작 방식이 전통적인 스튜디오의 창작 문화를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워너브러더스는 그동안 크리스토퍼 놀란, 드니 빌뇌브 등 작가주의 감독들을 지원하며 영화적 완성도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철저한 효율성과 시청 시간을 중시하는 넷플릭스 시스템 하에서 이러한 예술적 시도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이번 인수는 기술이 예술을, 플랫폼이 콘텐츠를, 그리고 알고리즘이 직관을 압도하는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라는 거인을 품고 어떤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제국을 건설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