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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모두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대학로덕'(대학로 소극장 마니아)과 '대극장러'(대극장 뮤지컬 마니아)의 대화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한쪽은 대학로 소극장 무대 가까이에서 배우의 호흡이 담긴 연기를 보고자 하고, 다른 한쪽은 화려한 장치의 스펙터클을 예찬하며 벅찬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공연 티켓 판매액은 461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르별로는 뮤지컬이 1387억원으로 전체 공연 산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뮤지컬 산업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농협 는 '뮤덕(뮤지컬 덕후)'이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같은 공연을 여러 번 반복해서 관람하는 'N차 관람'이 일반화된 결과다.
뮤지컬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오늘의 뮤덕 세계는 하나의 동질적 집단이 아니라 여러 취향을 가진 세분화된 집단으로 나뉘고 있다. 이들은 선호하는 작품도, 찾아가는 극장도, 관람 형태도 모두 다르다.
무직자1000만원대출 매일경제가 공연 데이터 플랫폼 NOL티켓과 최근 1년(2024년 7월~2025년 6월)간 6회 이상 뮤지컬을 관람한 580여 명 마니아 관객의 구매 행태를 분석한 결과, 뮤지컬 마니아의 유형은 5가지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는 '대극장 다작형'이다. 해외 라이선스 대작이나 오리지널 내한 공연 등 실패 확률이 낮은 학자금전환대출 작품을 선호한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큰손' 관객층이다. 대극장에서 15만원이 훌쩍 넘는 티켓을 구매하며 탄탄한 소비력을 갖춘 40·50대가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극장을 찾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지출이 큰 만큼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오리지널 팀의 내한, 혹은 국내에서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작품을 주로 선택한다. 올해 이들에게 농협대출모집인 가장 화제가 된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단연 '위키드'다.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13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고 일반 관객은 물론 마니아까지 끌어들였다.
위키드 공연 제작을 맡은 에스앤코 관계자는 "위키드는 소위 '머글극'(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관객)으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는 마니아층 역시 위키드를 보러 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뮤지컬 월차 핑계 부흥기였던 20년 전 위키드를 처음 접한 세대가 이제 소비력을 갖추고 다시 극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데스노트'처럼 화려한 무대와 검증된 서사를 갖춘 작품들이 이들의 주요 관람 목록에 오른다"고 말했다. 데스노트는 2015년 한국 초연 이후 올해로 10주년을 맞았고, 10주년 기념 공연이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대극장 충성형'은 한 작품을 3회 이상 반복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으로, 배우 중심의 소비 성향이 뚜렷하다. '대극장 다작형'보다 다소 젊은 30·40대 여성이 주축이며 주로 혼자 공연을 본다. 공연이 없는 날에도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캐스팅 스케줄과 무대 후기를 공유하며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간다.
이들에게는 '김준수의 토드' '홍광호의 지킬' '옥주현의 댄버스'처럼 작품보다 배우 이름이 더 강력한 브랜드로 작동한다.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 등 배우에게 의미 있는 '기념 회차'를 노리는 특징도 두드러진다. 대표작으로 '킹키부츠'가 거론된다. 폐업 위기에 처한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퀸 디자이너 롤라와 손잡고 재기에 나서는 이야기로, 대비되는 성격의 두 인물이 합을 이루며 출연 배우의 매력을 도드라지게 한다. 올해로 11주년을 맞은 투어가 진행 중이며 오는 12월 17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피날레 공연을 이어간다.
이들은 같은 작품의 새 캐스트보다도 좋아하는 배우의 신작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장영실의 비밀을 그린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처럼 낯선 소재라도 선호하는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면 주저하지 않고 공연장을 찾는다. '한복 입은 남자'는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으로 오는 12월부터 공연되며, 장영실·강배 역에 박은태·전동석·고은성, 세종대왕·진석 역에 카이·신성록·이규형이 이름을 올렸다. 초연이지만 이른바 '황금 라인업'으로 주목받는다.
세 번째 유형인 '소극장 다작형'에게는 가격과 접근성이 핵심이다. 10만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에 월 2회 내외로 공연을 본다. 예매 사이트에서 후기를 꼼꼼히 확인하고 타임세일을 노리는 등 합리적인 소비 성향이 두드러진다. 충성도는 비교적 낮지만 입소문을 퍼뜨리는 '흥행 촉매' 역할을 하며 소극장 생태계의 저변을 넓힌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세일 타이밍, 리뷰 큐레이션, 체험단 운영 같은 가격·정보 전략이 효과적이다.
이들은 대학로 창작 뮤지컬 '아몬드' '앤ANNE'처럼 이야기의 신선함과 완성도를 두루 갖춘 작품에 빠르게 반응한다. 동명 청소년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아몬드'는 다양한 할인 혜택을 도입해 다회 관람을 유도했다. 재관람 카드 할인으로 최대 50% 할인까지 제공하고 도서 소지자 할인, 오후 3시 공연 타임세일 등 이색 프로모션을 운영했다.
'소극장 회전형'은 월 2회 이상 공연장을 찾고, 동일 작품을 5회 이상 관람하는 경우가 흔하다. 디테일과 애드리브의 차이를 즐기며 배우 조합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20·30대 여성 비중이 높고, 친구보다 같은 커뮤니티와 함께 '공동체 관람'을 즐긴다.
'데카브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처럼 배우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 회전을 유발한다. 이 관객층은 커튼콜 매너, 퇴근길 질서 등 팬덤 규범에 민감하고, 관람 후기를 통해 추가 관람을 자극한다. 제작사 관점에서는 캐스트 조합과 회차별 변주, 관람 포인트 공개가 회전율을 높이는 장치가 된다. 실제로 '데카브리'는 퇴근길 공지와 현장 운영 인력을 통해 팬 문화에 호응하며 마케팅을 전개했다.
마지막으로 '소극장 충성형'은 "하늘 아래 같은 극은 없다"를 신념처럼 여기는 코어 팬층이다. 한 작품을 20회 이상 반복 관람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매드해터(MAD HATTER)' '비하인드 더 문'처럼 배우 존재감이 강한 작품이 이들의 주요 타깃이다. '비하인드 더 문'은 1인극으로 캐스트마다 극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돼 유준상,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 네 명의 주연이 각기 색을 달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매드해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창작극으로, 두 배우가 100분 내내 무대를 이끄는 구조다.
배역마다 3명씩 출연해 조합이 9가지까지 확장되며, 조합별 결이 뚜렷해 재관람 욕구를 높인다. 이들은 티켓 확보 전략, 굿즈 페어링, 회차별 메모 등 '관람 기술'을 축적해 팬덤 생태계를 만든다. 전체 마니아 중 약 15%를 차지하는 이들의 충성도는 제작사의 흥행 유지력과 직결된다.
공연계 관계자는 "이제 공연의 흥행 여부는 초반 티켓 파워보다 재관람층의 유지력에 달렸다"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극장형 뮤지컬'이냐 '소극장 마니아형 뮤지컬'이냐를 구분해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N차 관람 문화는 뮤지컬·연극을 넘어 오페라·국악·무용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장르를 불문하고 재관람 수요가 공연 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뮤지컬을 중심으로 퍼져 나온 'N차 관람' 코어 팬 문화가 공연예술 전반의 체질 개선과 저변 확대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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