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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5-08-20 09:39)
 조회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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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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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축산 연제점 전경. <부자비즈>
2010급등주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뻗어간 가성비 고깃집 ‘미진축산’의 전용정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진축산은 요즘처럼 심각한 불황이 오기 전 이미 일반 고깃집의 반값 수준에 가성비 있는 다양한 돼지고기를 제공해 부산 지역에서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부채살, 토시살, 꼬들살, 생갈비살,재야고수
즉석양념갈비살, 꽃대패살, 돼지껍데기, 닭목살까지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데 가장 큰 장점이 있다.
전용정 대표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 교훈을 어떻게 구조화하여 다시 설계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영학적 실험이자 현스피드스탁론
장에서 검증된 기업가정신의 교과서다.
다섯 번 실패가 만든 ‘시스템 경영’
전용정 대표가 처음부터 외식업 창업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다. 군 제대 후 지인의 소개로 100평 규모의 호프집 점장을 맡은 것이 그의 외식업 경력의 시작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단골 고객 관리, 매출iMBC 주식
을 끌어올리는 메뉴 운영, 직원 조직 관리까지 배우며 빠르게 실적을 냈다. 당시 사장은 그의 운영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전 대표는 곧 외식업을 떠나 삼성전자에서 1년간 근무했고, 이후 3년 동안 컴퓨터 대리점을 운영했다. 이 시기 그는 판매·서비스업의 기본 구조와 고객 응대 노하우를 익혔다.
그의 인생에 결정적 변곡점이 찾아온 것은 예전에 함께 일했던 호프집 사장에게서였다. 그 사장은 1000평 규모의 대형 숯불고기집을 인수했는데, 운영을 맡아줄 책임자를 찾고 있었다. 주차장만 400평, 4층 건물, 수백 석의 좌석을 갖춘 거대한 매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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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축산 내부 전경. <부자비즈>
전 대표는 제안을 수락하고 매장을 맡았다. 당시 매출은 1억5000만~2억 원대였는데, 6개월 만에 4억5000만 원대로 끌어올렸다. 그는 메뉴를 전면 개편하고, 지역 대형 업소 모임에서 다른 매장의 특색 있는 메뉴를 벤치마킹해 바로 도입했다.
특히 그는 ‘관계 마케팅’의 힘을 활용했다. 어르신 고객에게는 특별히 예우를 갖추고, 소규모 고객에게도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예식장 인근이라는 입지를 활용해 피로연, 단체 예약을 유치했으며, 단골 고객이 결혼식 피로연을 해당 매장에서 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이 시기 전 대표는 “매출은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하지만 하루 16시간씩 일하는 생활은 10년 이상 이어졌고, 체력적으로 한계가 찾아왔다. 무엇보다 스카우트 당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그는 결심했다. “이제는 내 이름을 건, 내 사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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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축산 고기 메뉴. <부자비즈>
경영학에는 ‘전이 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한 분야에서의 성공 경험이 다른 분야로 그대로 이전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 대표는 대형 매장 운영 경험을 자신 있게 창업에 적용했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다.
첫 직영점은 좋은 성과를 냈지만, 가맹점을 10개, 20개로 확장하는 순간 문제가 터졌다. 매장마다 맛이 달랐고, 식재료 조달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본사가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그는 다양한 아이템을 시도했다.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고깃집, 프리미엄 고깃집, 심지어는 오뎅바까지 운영했다. 그러나 모두 오래가지 못했다. 시장의 반응은 잠깐뿐이었고, 관리 구조는 한계에 부딪혔다.
다섯 번의 실패는 재정적으로도 큰 타격을 줬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시스템이 없으면 확장은 없다.” 운영 표준화, 공급망 통제, 품질 관리가 안 되면 프랜차이즈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었다.
여섯 번째 도전, ‘미진축산’의 설계
2019년 12월, 부산 시청 인근에 미진축산 1호점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2020년 5월,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돌입했다. 불과 4년 만에 가맹점 수는 160개, 2024년 본사 매출은 170억 원에 이르렀다. 2025년 목표는 250억 원이다.
미진축산의 성공 배경에는 단순한 ‘가성비’ 이상의 설계가 있었다. 경영학적으로 보면, 가격 전략과 수익 구조 설계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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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축산 메뉴판. <부자비즈>
첫째, 원가 우위와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 이론은 원가우위와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본다. 그러나 미진축산은 이를 결합해 성공했다. 100g당 4000~5000원대라는 가격은 분명 원가우위 전략이다. 그러나 특수부위 구성, 매장 디자인, 초록색 시그니처 컬러, 유머러스한 슬로건은 차별화 전략에 해당한다. 가격 민감 고객과 경험 중심 고객을 모두 흡수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둘째, 과거 실패의 해법을 표준에서 찾았다.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어디서나 같은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 대표는 과거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모든 메뉴를 표준화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각종 소스는 원팩 형태로 가맹점에 공급했다. 가맹점 주방은 조리라기보다 완성 단계에 가깝게 설계됐다. 이 덕분에 초보 창업자도 빠르게 적응하고, 고객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셋째, SCM 수직 통합이다.
많은 프랜차이즈 본사는 물류를 외부에 맡기지만, 미진축산은 직접 운영을 택했다. 부산 대저와 경기 용인에 물류센터를 두고 고기를 직수입·직배송했다. 이렇게 하면 품질을 직접 통제할 수 있고, 대량 구매를 통해 원가를 낮추며 가격 협상력도 확보할 수 있다. 경영학적으로 이는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의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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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축산 물류센터 전경. <부자비즈>
넷째, 업종 전환을 통한 시장 진입이다.
미진축산의 가맹점 중 40% 이상이 업종 전환 매장이다. 기존 음식점을 운영하던 사업자가 평균 3000만 원의 투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집기와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고, 브랜드 디자인과 아이덴티티를 입혀 통일성을 유지했다. 덕분에 창업 문턱은 낮아지고, 본사는 빠른 점포 확장이 가능했다.
다섯째, 브랜드 에쿼티 강화다.
브랜드 자산은 소비자의 기억 속에 남는 힘이다. 미진축산은 강렬한 초록색을 시그니처 컬러로 삼고, 간판과 포스터, 내부 인테리어에 일관되게 적용했다. 여기에 재치 있는 슬로건을 더해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공유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구전 마케팅’과 ‘SNS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여섯째, 실패를 자산으로 만든 기업가정신이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을 적용하면, 전 대표는 기존 고깃집 시장의 가격·품질·운영 구조를 완전히 재설계했다. 드러커의 ‘체계적 혁신’ 역시 그대로 실천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안을 구조화해 실행에 옮겼다. 다섯 번의 실패가 없었다면, 미진축산의 현재 시스템도 없었을 것이다.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진출
전 대표는 홍콩과 일본에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오는 8월 13일 오사카 혼마치에 150평 규모의 매장이 오픈될 예정이다. 한식 고기문화와 저렴한 가격은 해외에서 강점이지만 현지 물류와 취향에 맞춘 메뉴 개발이 필수다.
또한 부산에 1000평 규모의 대지에 400평 규모 초대형 양식 패밀리 레스토랑 ‘디어밸류’ 개설을 준비 중이다. 부산 지역에 한식 대형 매장은 많지만 양식 대형 매장은 드물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오는 8월 20일 오픈 예정인데 벌써부터 화려한 셰프 라인업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미슐랭 3스타 출신의 구진광 씨가 총괄셰프를 맡았으며 프랑스 3대 명문 요리학교 출신 김무성 셰프를 비롯해 세계광주김치축제 최고상 수상자이자 청담동·이태원 등에서 활약해온 이정석 셰프 등이 참여해 부산 외식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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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정 미진축산 대표. <부자비즈>
미진축산의 성공은 단순히 가격을 낮춘 것이 아니라 가격을 낮추면서도 남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었다. 이는 공급망 통제, 표준화, 브랜드 강화, 시장 진입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많은 창업자가 “싸게 팔면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진축산은 싸게 팔아도 남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차이는 ‘시스템’에 있었다. 외식업에서 가격 리더십은 단기적으로 가능해도 지속 가능한 경영은 쉽지 않다. 하지만 미진축산처럼 ‘가성비’를 가격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설계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다섯 번의 실패를 딛고 여섯 번째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전용정 대표는 이제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진출을 통해 사업 7막을 새로 열고 있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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