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주말 아침, 다정하고 친근하게 한국 정치 이면의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갈등과 분노가 아닌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15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광복절 특사로 출소하며 대국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불미스러운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당이 민주적이지도, 혁신적이지도 않아 당의 미래가 없어 보인다."

장영승 전 조국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 7월 탈당계를 제출했다가 반려 됨.

다빈치
지난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12석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조국혁신당이 창당 1년 6개월 만에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돌아온 '조국'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성 비위 사건이 당 전체를 집어삼킨 모습입니다. 지지율은 2%(한국갤럽 9월 2주 차)로 바닥을 헤매고 있고, 당의 개국공신들마저 등을 돌리며 탈당 러시황금성용가리
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도약의 무대로 삼아야 하는 내년 지방선거 전에 당의 존립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발단은 지난해 발생한 두 가지 사건이었습니다. 조국혁신당 당직자 A씨로부터 10개월간 지속적인 신체 접촉과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가 경찰에 A씨를 고소하고, 당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미온적 대응에 그쳤다는 게 피해자 측 주중국주식종목
장입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징역 2년형이 확정된 지난해 12월 회식 장소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한 강미정 전 대변인은 "당이 피해자의 절규를 외면했다"고 폭로하며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쉬쉬했던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다"(이규원 전 사무부총장)는 등 노골적인 '2차 가해'에 급급한 당권파의 태도는 성난 여론에 기름릴게임 무료충전게임
을 부었습니다. 피해자뿐 아니라 은우근 전 공동창당위원장 등 창립 멤버들까지 실망 속에 당을 떠났습니다.

성 비위 파문에도 "조국 지켜야"... '1인 정당' 한계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과 서왕진(오른쪽) 원내대표가 7일 서종합 릴게임
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 기자회견에서 '당내 성 비위 사건' 관련 지도부 총사퇴를 밝히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결국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카드'로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했습니다. 혁신당은 7일 전임 지도부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면서 비대위 체제로 급속 전환했고, 당의 운명은 다시 조 위원장의 손에 달렸습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강미숙 여성위원회 고문이 말했듯 "혁신당은 좋든 싫든 조국의 당"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입니다. 통상적인 '비상 상황'에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거나, 중립적인 외부 인사가 전당대회 전까지만 한시적으로 당을 지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조국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다는 게 내부 전언입니다.
선출 과정이 수월하진 않았습니다. 3일 연속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선 '조국 조기 등판'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첫 의원총회에선 찬성과 반대 의견이 6 대 6으로 갈릴 정도로 팽팽했다고 합니다. 다만 반대론에는 "조국의 평판을 지켜야 한다"는 당권파의 의견이 컸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조 위원장이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면 어떡하냐",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지금은 나서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라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의원총회에서는 비대위 출범이 시급한 만큼 "적절한 외부 인사를 찾지 못하면 결국 조 위원장이 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합니다. 한 의원은 "꼭 조 위원장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보단 대안이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컸다"고 전했습니다. '조국 1인 정당'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죠.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 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끝까지 반대한 '소신파'들이 있어 만장일치 추천으로 가진 못했습니다. 소수 의원들은 조 위원장 임명이라는 메시지가 성 비위 피해자들에게 과연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우려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수감 중인 조 위원장에게 10장이 넘는 손편지를 보내 사태를 알렸지만 해결 의지를 느낄 수 없었고, 사면 이후에도 피해자들과의 만남을 지역 순회 일정 뒤로 미뤘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조 위원장은 당초 "사태를 몰랐다"고 했다가 "(수감 중엔) 비당원신분이라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고 발을 빼기도 했습니다. 조 위원장 임명에 반대했던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일말의 책임이 있는 내부 인사가 비대위원장이 되는 건 절대 찬성할 수 없다"고 단호히 호소했지만, 결국 다수 의견에 밀렸습니다.

재창당 준하는 쇄신 필요... 비대위 인선 시험대
어렵게 임명된 조 위원장의 앞길은 첩첩산중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조 위원장의 '위선' 내지는 '내로남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말 바꾸기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던 점은 통렬히 반성하고, 자신과 가까운 당권파 인사일지라도 '육참골단'(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의 자세로 가해자와 2차 가해 인사들을 영구제명까지 고려해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선 15일 출범 예정인 비대위 인선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왕진,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제16차 당무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는 물론 당내 부족한 성 인지 감수성 부재도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조 위원장은 선출 이후 '1호 조치'로 "성 비위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지시를 내렸습니다. 아예 성 비위 가해자와 2차 가해자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도 착수할 계획입니다. 다만 피해자들과 만나 응어리를 풀고 실질적인 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강 전 대변인은 조 위원장의 복당 요청에 "정중히 사양한다"고 거부하고 선을 긋고 있어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특히 이른바 '1인 사당'(私黨)에서 벗어나 재창당에 준하는 정비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선 대여 강경 투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선 '야당' 역할도, '범여권'에서의 우군의 입지도 모호한 상황입니다. 최대 어젠다인 검찰개혁에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고, 지지율 정체로 정기국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조 위원장으로서도 오는 11월 전당대회까지 쇄신에 성공해야 당대표로 바통을 이어받고 지방선거를 지휘할 수 있습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선 여전히 조 위원장을 "잠재적 우량주"로 평가합니다. 조 위원장은 과연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요. 조 위원장과 조국혁신당의 정치적 생명이 앞으로 남은 두 달에 달려 있습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