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랑하는 가족을 갑자기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네, 6.25 전쟁이 낳은 이산가족 이야깁니다.
지금까지 정부에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약 13만여명..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이제 생존자는 3만여 명만이 남았는데요.
재회를 위한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며 이산가족 1세대 생존자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간절한 시간과 남겨진 기억을 표현한 전시회에 정미정 리포터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수
바다신2다운로드 많은 가족을 갈라놓은 전쟁.
긴 세월이 흘렀지만, 넘지 못하는 선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철조망 너머, 끝내 닿지 못한 고향, 부르지 못하는 이름을 그리워하는 얼굴들.
이산가족 1세대 김재삼 어르신의 초상화입니다.
[박순철/화가 : "기억들이 되살아났을 때, 또 가슴 속에 묻어놓
바다이야기5만 았던 것들을 들춰냈을 때 나오는 표정 그런 느낌을 받았었어요."]
가슴 속 응어리진 기억을 풀어내기 시작한 어르신에게 헤어짐의 순간은 평생의 미안함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박순철/화가 : "가족들이 내려올 수 있었는데 그 아들이 올 때까지 좀 기다리느라고 부모님이 오히려 못 내려오신 것에 대한 어떤 미안함 그런 아픔이 있
바다이야기게임장 는 것 같았습니다."]
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칠십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산의 아픔을 담아낸 작품들이 전시된 이 현장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분단의 역사와 평화의 염원이 교차하는 임진각 민방위 대피소에서 열린 전시.
바다이야기오락실 절절한 이별의 사연들이 예술 작품 60점의 소재가 됐습니다.
수십 년 만에 자식을 만난 어느 어머니의 모습은 50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전시장에 걸렸습니다.
조각의 이면엔 전쟁의 참상들이 가득합니다.
[하종구/전시 총괄 기획자 : "기억의 파편이라고 우리가 이야기하잖아요. 이 장면 하나하나가 우리가 겪
바다이야기오락실 은 시간의 증거들이거든요."]
무채색의 산과 하늘이 장엄하게 펼쳐진 작품, 사람이 죽어 묻히는 곳을 뜻하는 '북망산천'을 그린 그림입니다.
작가는 실낱같은 상봉의 희망마저 내려놓은 이산가족의 마음을 담담히 담아냈습니다.
[박승원/화가 : "'죽어서나 뵙겠구나' 이런 마음으로 사시는 것 같아요. 인터뷰해 보니까 그 마음이 북망산천에 가서 그냥 만나실 수 있겠다 이렇게 하는 마음이시더라고요, 다들."]
'그리운 얼굴 프로젝트'는 작가가 이산가족 1세대를 직접 만나 그들의 구술을 채록하고, 작품으로 남겨 또 하나의 유산으로 이어가는 작업입니다.
[조영임/화가 : "(고향의) 이야기를 저한테 들려주시면서 내 머릿속에 있는 풍경을 좀 그려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렸는데..."]
이산가족의 이야기는 때로는 만나지 못한 얼굴로, 때로는 닿을 수 없는 북녘 정겨운 고향의 풍경으로, 화폭 위에 되살아납니다.
[조영임/화가 : "조그만 초가집에서 살았었는데 마을 쪽에 쭉 길을 따라가다 보면 큰 기와집이 있었는데 자주 갔던 기억이 나고 그 뒤에 뒷산이 있고 강물이 금진강이라고 아주 예쁜 강이 있었대요."]
제네바협정, 포로, 빨간 옷...
이산가족의 기억은 이제 파편처럼 짧은 단어로 남았고, 주름진 얼굴 위론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스쳐 지나갑니다.
어머니를 업은 백발의 노인에게선 절절한 그리움이 전해집니다.
해마다 줄어드는 1세대 이산가족 생존자들.
[하종구/전시 총괄 기획자 : "전쟁의 기억을 갖고 계실 나이쯤으로 해서 보면 90세 전후이신데 그분들이 지금 인터뷰에 응해주고 그러실 분들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2017년 이후 줄곧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하종구 대표는 이제 세상을 떠난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전시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별세한 김경재 남북이산가족협회장이 남긴 편지들입니다.
[하종구/전시 총괄 기획자 : "북에 생존해 있는 부모 형제들과 친척들과 주고받은 편지가 한 1,300통이 있어요. 근데 그 편지들이 너무 애절하고 우리한테 던지는 메시지가 너무 강해서 그 편지들을 주제로 해서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고 김경재 회장은 1991년 북녘의 누이동생과 극적으로 연락이 닿았다고 합니다.
이후 오간 편지엔 가족의 안부와 깊은 그리움이 빼곡히 담겼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보면 중간중간 얼룩이 보이거든요.) 눈물이죠. 끝내 북녘의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한 설움."]
작가들은 그 비애의 역사를 작품에 투영해 이어가고자 합니다.
[조영임/화가 : "후손들이 그때 그 아픔을 기억하면서 잊지 않고, 같이 공감하면서 그 아픔을 같이 끝까지 갖고 갔으면 좋겠어요."]
사연을 남긴 이산가족 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도 많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이들의 이야기, 기다림의 기록을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열두 살 무렵, 북녘의 고향을 떠난 소년은 어느덧 여든다섯이 됐습니다.
잠깐이라 여긴 피란길은 한평생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이 된 겁니다.
[박성재/이산가족 1세대/85세 : "우리는 먼저 떠났고, 소달구지에 싣고 오니까 같이 오는 걸로 생각했으니까 헤어진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남동생과 어머니가 고향인 황해도 황주에 남겨졌습니다.
실향민으로 가난과 모멸을 겪으며 자리를 잡아갔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따로 있었습니다.
[박성재/이산가족 1세대/85세 : "어렸을 때 막 피란 나가니까 뭐 피란 거지라는 소리도 들었고 그땐 먹을 게 없으니까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 빼놓고는 가족들이 궁금한 거죠. 가족 걱정하는 거죠."]
그에게 남은 소망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박성재/이산가족 1세대/85세 : "마음대로 왔다 갔다는 못하더라도 허가받더라도 가고 허가받더라도 가족들이 오고, 저만 바라는 게 아니라 실향민 전체가 다 그런 거죠."]
전 세계 어디든 바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에, 북녘 가족의 소식을 듣거나 안부를 전할 길은 여전히 가로막혀있습니다.
[박성재/ 이산가족 1세대/85세 : "미국 사람 소식도 알고 중국 사람 소식도 아는데 딱 우리 이북 사람 소식만 우리 실향민들만 소식 을 모르는 거예요."]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모두 134,518명..
이 가운데 10만 명이 넘게 세상을 떠났고, 생존자는 34,145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이래, 2018년까지 총 21차례의 대면 상봉과 7차례의 화상 상봉이 이루어졌지만 만남이 가능한 시간은 속절없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장만순/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 "마지막 남은 소원이 뭐냐 하면, 죽기 전에 자기 고향 땅이라도 한번 밟아보는 것이 소원이에요. 초고령 이상 되신 분들의 바람이 이제 그런 것들이에요."]
이제는 상봉이 아닌 귀향이 된 이산가족의 마지막 꿈 그들의 애타는 기다림 속에 우리는 어떤 길을 찾아가야 할까요.
[하종구/전시 총괄 기획자 : "평화와 통일이죠. 그러니까 궁극적으로 우리는 궁극의 목표는 하나가 되는 거잖아요. 평화를 통해서."]
아득해진 세월 속에서도, 이산의 기억을 선명하게 간직한 이들.
이들의 시선은 여전히 북쪽의 가족과 고향을 향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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