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에도 연기 열정 불태운 '영원한 현역' 이순재 별세. 향년 91세. 연합뉴스


'영원한 현역' 배우 이순재(사진)가 25일 편안히 눈을 감았다. 향년 91세.
바로 직전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로 무대에 섰던 체력이 갑자기 쇠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말년까지 열정 가득한 삶을 보여줬다. 87세이던 2021년 연극 '리어왕'을 열연하며 200분 분량의 방대한 대사량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등 노년까지 배우로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했고 찬사를 받았다.
이순재는 70년 가까운 세월 바다신2릴게임 동안 한국 연기사의 한 축을 묵묵히 떠받쳐 온 '국민 배우'였다. 마지막 순간 직전까지도 새로운 작품과 무대를 향해 몸을 던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생애가 어떤 리듬으로 흐르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스스로를 "배우는 직업 이전에 삶의 태도"라고 정의했던 그는, 은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은 사람이었다.
1934년 함 바다신2게임 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네 살 무렵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해방을 맞은 어린 시절, 그리고 고교 1학년 때 한국전쟁을 겪으며 시대의 거센 변화를 온몸으로 맞았다.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했지만, 그를 끌어당긴 것은 영화와 연극이었다. 영국 배우 로런스 올리비에의 '햄릿'을 보고 배우의 삶을 결심했다고 한다.
1956년 연극 '지 손오공릴게임 평선 넘어'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TV 드라마에 출연하며 브라운관으로 활동을 넓혔다. 1965년 TBC 전속 배우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방송 시대의 초창기를 함께 열었다. 14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고, 단역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30편을 찍던 시절도 있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성실함'과 '노동'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대중에 골드몽게임 게 깊이 각인된 그의 캐릭터 중 하나는 1991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속 '대발이 아버지'였다. 가부장적이지만 인간적인, 시대의 아버지상을 담아낸 그의 연기는 평균 시청률 59%라는 한국 방송사의 기록을 함께 만들었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그를 14대 국회의원으로 이끌 만큼 강력했다. 정치권에 몸담았던 몇 년 동안도 그는 연기를 놓지 않았고, 다시 돌 사이다쿨접속방법 아온 뒤에는 이전보다 폭넓은 작품 세계를 펼쳤다.
1999년 '허준'에서 연기한 스승 유의태는 그를 다시 '사극의 얼굴'로 만든 배역이었다. '상도', '장희빈', '이산' 등에서 보여준 묵직하고 절제된 연기는 한국 사극의 품격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순재는 이미지에 갇히는 대신 늘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탐색하려 했다.
그가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은 작품은 70대에 출연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었다. 엄격한 아버지로 대표되던 그는 이 작품에서 괴팍하지만 유머러스한 한의사로, 때로는 '야동 순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젊은 세대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게 됐다.
이는 그가 얼마나 자기 이미지를 깨는 데 주저하지 않는 배우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 '베토벤 바이러스',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에서 노년의 삶을 깊고 따뜻하게 해석해 또 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열었다.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보여준 모습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구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여행지에서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비행기 안에서도 책을 놓지 않던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이 말하는 '참 어른'의 이미지와 정확히 겹쳤다.
노년의 행보는 특히 연극 무대에서 더욱 빛났다. 연극에 대한 애정은 평생 이어졌지만, 80대 중후반에도 '리어왕', '앙리할아버지와 나',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등 고강도 작품에 몸을 던진 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왔는지를 말해준다.
백발을 날리며 맨발로 무대를 뛰던 2021년 '리어왕'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많은 관객의 기억에 깊이 각인돼 있다.
그는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최근까지 가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우는 배역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며 연기 철학을 전했다.
업계 관행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고, 선후배 배우들에게 늘 '태도'를 강조했다. "연기는 평생 해도 끝이 없다"는 그의 말은 이제는 유작처럼 남았다.
지난해 건강이 악화돼 일부 공연을 쉬어야 했지만, 그는 "반드시 회복해 무대에 서겠다"고 말하곤 했다. 완전한 회복은 이루지 못했지만 2024년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고, KBS 역사상 최고령 수상자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순재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리고 오래 연기했다. 단지 오래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긴 시간을 단 한순간도 헛되이 쓰지 않았기 때문에 '영원한 현역'으로 불렸다. 이제 그는 무대를 떠났지만, 그의 연기의 결, 철학, 태도는 후배 배우들, 그리고 수많은 시청자·관객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 숨쉴 것이다.
그가 남긴 말처럼 연기는 끝이 없다. 그의 삶도 그랬다. 그는 눈을 감았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것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