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4,200선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입사 3년 차 회사원 윤모(26)씨에게 '코스피 4,000 시대'는 남의 일이나 다름없다. 중위 소득(1인 가구 기준 월 239만 원·올해 기준)보다 많은 월급을 받고 있어도, 월세를 내고 학자금 대출까지 갚고 나면 투자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윤씨는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면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나' 고민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달 초 모바일릴게임 사상 처음 4,200선을 돌파한 뒤 급락했던 코스피 지수가 다시 고공행진을 보이자 2030 사이에선 "불장(상승장)에서 나만 소외될 수 있다"고 느끼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팽배하다. 인공지능과 테크(기술) 관련 우량주가 이끄는 미국 주식 상승세에 뛰어든 '서학 개미'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영 골드몽게임 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구매가 어려워진 젊은 세대들이 너도나도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날(25조9,917억 원)보다 소폭 오른 26조97억 원을 찍었다. 이 수치는 지난 5일 2021년 9월 이후 약 4년 만의 최대치인 25조8,224억 원까지 치솟은 바다이야기룰 뒤 사흘 연속 추가 상승세를 보이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보유한 주식 등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대표적인 '빚투' 지표로 꼽힌다.
국내 개인투자자가 지난달 순매수한 해외주식이 총 68억1,000만 달러로 9월(27억7,000만 달러)보다 2.5배 가까이 급증 야마토연타 했다는 국제금융센터 보고서도 얼마 전 발표됐다. 이 중 미국 주식이 68억5,000만 달러로 대부분이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추이. 그래픽=이지원 기자


특히 젊은 세대들의 경우 사회 초년생이라 시드 머니(종잣돈)가 릴게임야마토 적은 만큼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만들어 빚투를 감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그간 모은 돈 3,000만 원과 마통의 5,000만 원까지 모두 8,000만 원을 미국 주식에 털어넣었다. 남들보다 취직이 늦은 걸 어떻게든 만회해보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결혼도 못할 것 같아 불안해서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최근 인공지능(AI) 거품 논란 이후 주가가 크게 꺾여 초조하다"고 토로했다.
재테크 공부를 최근 시작한 공기업 직원 A(30)씨 역시 국내·외 주식 투자를 위해 마통 상품을 알아보는 중이다. 투자금 마련이 시급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껏 다달이 부어온 청년도약계좌와 주택청약통장 등을 해지하긴 아깝기 때문이다. A씨는 "'이 시기에 적금을 하는 건 바보'라는 직장 상사 얘기를 들었을 땐 좀 씁쓸했다"며 "(상승장이 온) 타이밍이 얄궂게만 느껴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국 주식을 주로 사들이던 30대 B씨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대까지 올랐을때 미장(미국 증시)은 전부 정리하고 지금은 국장(국내 증시)에 '올인'하고 있다"며 "이번에 만든 마통 잔액이 1,000만 원인데 이를 모두 투자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원 강릉시 강남축구공원에서 2026년도 환경관리원 신규 채용 체력 시험이 열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빚투 열풍은 이번 상승장이 '사실상 마지막 자산 증식 기회'라고 느끼는 젊은 세대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전엔 '비록 지금 가난해도 국가 경제는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고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경제적 자립의 기반도 존재했다"며 "그러나 지금 청년들은 대표적 자산인 부동산 구매는 꿈도 꿀 수 없는 데다가 주식 투자금을 모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 최근 연구 결과에서도 MZ세대가 "가장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느낀 분야는 '자산'이었다. 지난달 2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를 보면 2023년 기준 Z세대(1996~2010년 출생)가 꼽은 불평등 지수 기여도는 자산이 44.7로 소득(40.2)을 앞질렀다. M세대(1981~1995년생)에서도 자산이 43.8로 소득보다 5.7포인트가량 높았다.
그러나 돈을 빌려 투자하는 행위는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도 여전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워낙 상승장이라 진입하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상승세가 꺾이면 (대출로 인해) 자산이 되레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 위험하다"며 "주식 가격이 떨어져도 소득을 낼 수 있을 만큼 비교적 안정적인 적금이나 ETF(상장지수펀드) 등에도 투자금을 적당히 배분해야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