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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종종준 (25-11-06 22:29)
 조회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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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회사)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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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종종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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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을 살려 일하고 싶은데 권하는 일자리 대부분은 보험 영업과 버스 운전기사뿐이네요.”
지난달 21일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에서 만난 김모(63) 씨는 이같이 말하며 “오늘도 빈손”이라고 허탈해했다. 김 씨는 40년 동안 몸담은 승강기 회사에서 올해 4월 퇴직했다. 국민연금만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웠던 그는, 재취업을 위해 일자리센터와 일자리박람회를 꾸준히 찾아다니며 구직에 나섰지만 아직도 일자리를 못 구했다. 그는 “생전 해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신청 보지도 않은 보험 영업 같은 일을 하고 싶겠느냐”며 “인생 후반기를 그냥 흘려보내기보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은데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A(63) 씨도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에서 가치동행일자리를 권유받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은퇴 전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실무사로 20년 동안 일했다는 A 씨는 “구직하면서 깨달은 건 인터넷대출 지난 세월 동안 갈고 닦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선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가치동행일자리도)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월 57시간으로 제한해 건강보험·고용보험 등 4대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데다 업무 내용도 일회성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집 한 채와 약간의 현금이 자산의 전부인 A 씨는 “우리 세대는 지금 숨만 쉬어도 나가 인터넷사업자 는 고정비용만 월 200만 원이 넘는데 국민연금과 일자리사업 참가 후 받는 돈으로는 생활할 수 없다”며 “앞으로 15년은 더 일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데…”라고 한숨을 쉬었다.
법정은퇴연령인 60세를 훌쩍 넘긴 1세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중 앞선 김 씨와 A 씨처럼 재취업 시장에 뛰어든 이들이 적잖다. 각기 경력은 다르지만 한국장학재단 상환 퇴직 이후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일하면서 삶의 보람을 찾고 월 200만~300만 원 수준의 소득으로 생활하길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화일보가 현장에서 만난 1세대 베이비부머들은 “65세를 넘을 경우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들고, 한 달에 60시간 일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시니어일자리지 2014 군인봉급표 원센터·일자리플러스센터 등을 통해 ‘중장년층 경력 설계’ ‘직무 훈련’ 등 일자리 매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은 중장년 일자리 예산 규모와 사업 참여 인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중장년층이 일하면서 사회공헌과 직업탐색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취지로 ‘가치동행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월 최대 57시간으로 근로시간 제한이 있다. 선발돼도 매월 57만1710원의 용돈을 받는 수준에 그친다. 구직에 나선 베이비부머들은 월 57시간 이상을 일하더라도 한 달에 200만~300만 원을 벌기 원하는데, 공공에서 제공하는 중장년 일자리 대부분은 ‘초단시간 근로자’와 같은 ‘월 근로시간 60시간 미만’으로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일자리를 공급하는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충분한 생산성을 검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령 직원을 고용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등에 따르면,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법적으로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돼 퇴직금·주휴수당·연차수당 등을 보장받지 못한다. 건강보험 등 4대 보험 의무 가입대상도 아니다. 역으로,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고령의 직원을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게 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중장년 직원을 고용한 경험이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비슷한 비용이면 젊은 직원을 쓰거나 해당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자리 미스매치’로 인해 재취업 시장에서 겉도는 베이비부머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한 구청에서 주최한 일자리박람회 행사장은 시작 1시간 전부터 돋보기안경을 쓴 채 게시대에 올라온 취업공고를 확인하는 이들로 크게 붐볐다. 펜을 꾹꾹 눌러가며 이력서를 쓰는 이들의 눈빛에 열정이 가득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운 표정과 함께 행사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지난 6월 퇴직 이후 일자리박람회가 열릴 때마다 방문한다는 B(65) 씨는 “어쩌다 마음에 든 곳을 찾아도 나이를 이야기하는 순간 거절당한 적이 많다”며 “여기에서까지 이런 대접을 받으니 서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람회장에는 15개의 기업이 17개 직군의 채용공고를 게시했고, 연령 제한을 명시한 곳은 없었다. 재취업에 지원했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던 C(65) 씨도 “65세가 넘어가는 순간 (우리를) 써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일자리를 찾으러 와서 구직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현실의 벽을 확인한 후 좌절하는 일자리박람회가 된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노인 일자리사업이 경력을 살리는 직업훈련보다 ‘수당 지급’ 수단으로 관행처럼 굳어진 상황이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사업 예산의 경우, 보건복지부만 해도 올해 기준 배정 예산이 2조 원을 넘고, 제공되는 일자리 숫자도 연간 100만 개 이상이다.
노인 일자리사업은 지난 2004년 일자리 2만5000개 창출을 목표로 4개월간 시범사업으로 시작됐지만, 이후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업이 확대됐다. 관련 예산 또한 2020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긴 후 3년 만인 2023년 2조 원으로 늘었다. 정부 주도로 노인 일자리 수가 늘고 예산 또한 급증 추세지만, 일자리의 질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 주도 노인 일자리의 60% 정도는 공공 일자리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와 지역 정화 활동이 주를 이룬다. 이들 일자리는 월 근무시간이 30시간 정도에 활동비 또한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진 월 30만 원 수준으로 ‘양질의 일자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크다.
노지운·성윤정·정철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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