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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5-08-15 09:46)
 조회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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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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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3년을 거친 지금, 그래서 언론계는 AI에 대해 어떤 답을 내렸을까. 당장의 고민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영향은 어떤 것일까. 기자협회보는 이 ‘잠정적 결론’을 듣기 위해 언론사 가장 앞단에서 AI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인 실무자들과 1일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이광TIGER금속선물(H) 주식
빈 연합뉴스 AI콘텐츠부장, 김현지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강종구 한국일보 AI&데이터팀장은 그간 프로젝트 경험과 정부의 AI 정책 평가, 저널리즘과 언론산업의 미래를 오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AI가 뉴스, 언론사, 기자의 사회적 의미·역할에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는 데 이들은 동의하며, 언론계에 만반의 대비를 촉구했다.
주식시장정보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의실에서 (왼쪽부터) 강종구 한국일보 AI&데이터팀장, 이광빈 연합뉴스 AI콘텐츠부장, 최승영 기자협회보 차장(사회), 김현지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이 좌담회를 진행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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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언론사에서 AI 업무를 하고 있는데 소속 부서와 본인 역할을 소개해 달라.
이광빈 연합뉴스 AI콘텐츠부장=2024년 11월부터 AI콘텐츠부에서 일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챗GPT 시대 이전 AI 관련 부서를 통해 자동기사 솔루션(로봇기자)에서 앞서 나간 측면이 있었다. 그러다 생성형 AI 시대가 되며 새로 에스에너지 주식
설계를 할 필요성이 커졌고 기존 관련 팀을 부로 승격하고 인원도 새로 세팅했다. 현재 기자, 개발자, 디자이너, IT베이스 기획자 등이 모인 하이브리드 부서가 됐고, 연합뉴스의 AX(AI Transformation)를 담당하는 별동대로 보면 된다. 편집국 지원을 위한 사내 AI 솔루션 개발이나 교육부터 회사 전체적인 AI 전략, 사업제휴 등등까지 AI 관련바다이야기게임다운
모든 일에 관여한다고 보면 된다.
강종구 한국일보 AI&데이터팀장=제가 속한 팀은 AI 전략, 그리고 데이터 기반의 회사 미디어 전략을 전반으로 다룬다. 개인 커리어의 많은 부분이 데이터 저널리즘과 관련 있는데 AI의 재료가 데이터다보니 자연스럽게 AI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은 AI에 천착해 일하고 있다. AI 저작권 문제 같은 AI 정책을 맡고 있고, ‘하이’(H.AI·한국일보가 만든 AI 서비스 총칭)라는 AI 서비스도 만들고 있다.
김현지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제가 소속된 부서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란 경영 전문지를 발간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 사업도 하는데 미션은 동아일보의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경제산업 쪽을 취재하며 산업 트렌드에 관심을 가져왔고 데이터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2022년 챗GPT 3.5 론칭 후 폭발적 반응이 일어나면서 스터디를 했고 응용 가능성을 봤다. DBR 데이터를 학습시켜서 챗봇을 구현하자는 아이디어가 생겨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사업에 넣어 ‘애스크비즈’를 개발한 게 벌써 3년이 됐다.
1일 좌담회에 참석한 이광빈 연합뉴스 AI콘텐츠부장. /박지은 기자
-그동안 해왔거나 현재 진행 중인 대표적인 프로젝트엔 어떤 게 있었나.
강종구=하이라는 브랜드 밑에 여러 제품이 있고 현재는 기자들을 위해 내부용으로 만든 게 주요하다. 가장 많은 공이 들었고 또 원리와 기술에 대해 개발자들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던 프로덕트로 ‘대화형 검색’이 있다. 상용 LLM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활용했는데 RAG(검색증강생성, 언어모델이 응답 생성 전 학습데이터 소스 외부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참조해 답변을 생성하도록 하는 기술)와 같이 써서 환각을 막고 구성원들이 믿고 쓸 수 있는 검색 도구를 만들고자 했다. 개발자들이 스스로 아이디어 빌딩을 해서 개발을 하고 해커톤에 나가 상도 받으며 올초 베타테스트를 거쳤다. 6월 정식 버전을 출시하고 CMS에 붙인 상태다.
베타 테스트 기간 구성원 피드백을 반영해 결과물을 만든 과정 자체도 의미 있었던 것으로 평가한다. 하반기엔 대화형 검색을 한국일보닷컴에 붙여 독자용으로 제공하는 게 핵심 과제다. 프롬프트 조정을 많이 해서 (LLM의 허위정보) 창작을 최대한 막고 드라이하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주도록 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이광빈=LLM 시대 대응은 좀 늦게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기획, 개발한 ‘베트남어 AI 뉴스 서비스’를 11일 론칭한다. 기존 훌륭한 국문 기사를 요약 형태가 아니라 그대로 외국어로 번역해 옮겨주는 게 핵심이다. 베트남인 에디터를 통해 AI 번역을 검증하고, 다시 AI가 이를 검증하고, 마지막에 데스크가 송고하는 삼중 검수 장치로 할루시네이션(환각)을 완전히 걸러내는 외국어 AI 서비스가 첫 발을 떼는 것이라 평가한다.
베트남은 한국 교역 3대 국가이고, 국내에서 거주민만 27만여명인데 상대적으로 간과돼 있었다.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외국인도 많지만 베트남인들은 생존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정보 수요도가 높다. 특히 한국 거주 베트남인들의 취업, 비자, 외국인 이주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연합뉴스 플랫폼에서 볼 수 있도록 해서 다문화 사회와 외국인 노동자 정착, 나아가 사회적 통합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현재 베트남인 에디터는 채용이 된 상태다. 번역과 검수 프로세스는, 이 단계를 모듈화해서 다른 언어로도 찍어낼 수 있게 하고 기존 AI 번역 서비스와 차별화하려 한다.
김현지=올해는 멀티 모달을 활용한 영상분석 시스템 ‘디비디오마인드(D-video Mind)’를 준비하고 있다. 채널A에 파견돼 방송기자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영상의 경우 검색 시스템 자체가 텍스트 위주로 돼 있어서 검색이 굉장히 힘들다. 사람이 영상을 보며 무엇에 대한 영상인지, 출연자가 누구인지 등 메타 데이터를 일일이 사람이 다 손으로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AI로 그 작업을 다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자동으로 메타 데이터가 태깅되면 필요한 영상을 더 빠르고 풍부하게 찾아 쓸 수 있게 된다.
여기에 DBR 기사를 방송용 스크립트로 만드는 기능도 포함했다. 제가 속한 미래전략연구소에선 DBR 아티클을 기반으로 리더십이나 경영전략 등 교육 영상을 만들어 기업에 납품을 하는데 아티클과 방송용 스크립트는 구성과 말이 너무 달라서 그때마다 기자들이 일일이 만들어야 했다. AI에게 아티클을 주고 몇 분 짜리 방송 스크립트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초안만 제공돼도 기자들 수고를 훨씬 덜 수 있다고 봤다. 이 두 개를 결합한 시스템을 올해 진행 중인 상황이다.
-AI 관련 시도를 진행해온 과정 안팎에서 체감한 고민,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김현지=고민이라면 제가 진행했던 챗봇이나 영상분석 시스템 등은 모두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사원으로 선정돼 진행이 됐는데 이런 지원이 끊기면 그대로 끝나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챗봇의 경우 1·2년차는 언론재단 지원을 받아서 했는데 3년차인 지금은 계속 기사 데이터만 집어넣고 있고 기술적인 어떤 영양분은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RAG 기술, LLM 모두 변화가 있고 하다 못해 LLM API라도 갈아줘야 하는데 상용 LLM이 진보하는 걸 보다가 우리 챗봇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이광빈=팀이 연합뉴스에서 AX에 특화된 조직인데 기존 레거시 조직들이 있는 상황이다. 안정성에 기반한 레거시 조직들이 이미 있는데 AX 조직을 따로 둔 건 신속성, 그리고 기존 조직이 못하던 것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인데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듯 싶다. 현재로선 ‘프로젝트별 기동전’을 상정하고 있다. 기술, 개발, 사업, 전략 등 면에서 빠르게 결과물을 내고 작은 기동전에서 낸 성과가 각 영역에 쌓이게 된다면 결국 진지가 형성될 거란 판단 하에 추진하고 있다. 조금씩 프로젝트별 성과가 나기 시작하는데 이 조직이 연합뉴스 AX의 성공을 위한 기반을 얼마나 다졌는지 성패가 연말쯤 드러날 거라 본다.
강종구=이 기술과 사회 변화가 우리 저널리즘, 우리 뉴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무슨 툴을 어떻게 만들까 이런 것보다 6개월, 1년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AI 파장에 따른) 사회적인, 산업적인 룰들이 아직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니까 어떻게 될까라는 게 가장 걱정이다. 무엇보다 이 기술이 도입되고 반영되고 합의되는 과정에서 뉴스를 만드는 구성원들의 긍지나 자부심이 훼손되거나 깎이지 않고 저널리즘이 더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어렵다고 느낀다.
1일 좌담회에서 발언 중인 김현지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박지은 기자
- 언론계로서도 AI 관련 고민이 성숙할 만한 시간이 흘렀는데 지금 AI가 언론사나 기자, 뉴스 산업군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무엇을 우려하나.
김현지=최근 MCP(Model Context Protocol, AI 모델이 외부 데이터 소스, 도구, 시스템과 표준화된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술)를 처음 해보면서 클로드에 네이버 뉴스 API를 연결해서 이런 기사 10개를 알려달라고 해봤는데 언론사 편집권이 MCP 소유자에게 넘어가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MCP에 ‘오늘 국내외에서 AI 관련 뉴스 조회 수 많은 순으로 10개를 긁어와 줘’라고 하면 얘가 웹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기사를 긁어오는 건데, 자기 관심사가 반영된 기사 편집 또는 큐레이션을 개인이 하는 시대가 온다는 의미다. 대중화되면 레거시 미디어가 큐레이션해서 보여준 뉴스를 찾는 니즈가 있을까. 유통은 포털에 일단 뺏겼는데 이제 편집권도 넘기는구나 생각이 들면서 우린 어디에 서야 할까 고민이 많이 들었다.
이광빈=올해와 내년이 저널리즘 미디어 생태계의 중요 기로란 생각이 든다. 제로 트래픽이 몇 년 안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그럼 언론사 수익을 떠나 저널리즘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도 각자도생 흐름은 나타나지만 저널리즘의 힘이 미디어 시장에서 생존에 미친 계약 사례도 꽤 보이는데 국내엔 전혀 그런 흐름이 형성되고 있지 않다.
일단 저희는 AI 솔루션 지원, 사업제휴, 전략수립 등에서 저널리즘에 대한 지원을 중심에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기본 솔루션 제공에서 나아가 AI를 활용하는 기자에게 도움을 줘서 기사의 정확성이나 심층성을 높이고 진짜 저널리즘을 지원하고, 그렇게 결국 대중에게 도움이 되는 게 맞는 활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 독자 AI 파운데이션. 소버린 AI란 기조, 시대 흐름 속에 이런 논의는 전혀 안 보인다. 저널리즘이 휩쓸려 갈지 아니면 건강한 또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낼지 기로다.
언론계 고민이 크지만 과연 전체 생태계 방향에서 시장 논리가 중심이 된다면 저널리즘이란 변수에 얼마나 신경을 쓸지엔 회의적 생각도 든다. 최근엔 정말 다행인 일도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데이터 허브를 만들고 LLM 기업들이 쓰도록 해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발표를 했는데, 여기 방송영상은 포함됐지만 언론사 기사는 빠졌다. 좋은 저널리즘이 LLM에 들어가 좋은 결괏값을 시민에게 주는지, 아니면 (여러 데이터 중) ‘원 오브 뎀’으로 줄세우기나 파워에 따라 LLM에 입력된 걸로 시장이 형성될지 기로다. 후자의 경우 저널리즘 생태계에 굉장히 악영향을 미칠 거라 저는 판단하고 있다.
강종구=AI에 대한 고민의 차원이 높아지고 주제가 AI로 달라졌지만 사실 그동안 없던 고민이 아니란 생각이 많이 든다. ‘어떻게 돈 벌 건데’란 고민을 비롯해 언론이나 기자 역할이 무엇인지도 온라인 뉴스환경에서 계속 나오던 얘기이지 않나. 다만 10여년 전 막연했던 고민이 이젠 기술 실체가 보이고 AI가 분명 사회를, 사람들 행태를 변화시키는 상태여서 그 질문을 더 맞닥뜨리게 된 것 같다.
특히 업무 프로세스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세상에서 우리 역할이 뭔지 고민이 한동안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기자가 AI에 대체된다’ 이런 일차원적인 얘기가 아니라 ‘그럼 AI한테 뺏기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지금까지 광고 비즈니스 말고 어떻게 생존할지’ 같은 복합적이고 본질적인 고민이 지금 AI라는 키워드 밑에 펼쳐져 있고 우리에게 던져졌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언론사 내 기자들의 업무는 AI가 없어도 가능하다. 툴을 제공해도 기자들이 잘 안 쓴다는 고민도 나오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강종구=당연히 만들어 놓은 자체로 폭발적으로 사용한다거나 업무 프로세스에 혁신적인 변화 이런 게 일어나진 않는다. 외부에 훌륭한 툴들이 많은데도 사실 저흰 고집스럽게 계속 직접 만들어 보고 있는데 그런 퍼포먼스가 따르면 좋겠지만 사실 우리가 고민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은 것도 있다.
어떻게 해야 이걸 많이 쓰게 할 수 있을지에 답은 없지만 직접 만들어봐야 사람들이 왜 안 쓰는지를 알 수 있고, 그걸 쓰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지 않겠나. 구성원들도 기사 쓰는 과정에서 그게 눈앞에 있어야 ‘나는 이걸 왜 안 쓰지’ 같은 고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장기적으로 경험자산을 쌓는 측면에서 직접 도구를 만드는 것의 가치를 그렇게 설정하고 계속 활용을 좀 하려 하고 있다.
김현지=간단하게는 ‘프롬프트를 이렇게 넣으면 더 잘 나오더라’ 같은 노하우를 좀 공유해도 좋을 것 같다. 프롬프트가 조금만 달라져도 답변이 정말 풍성해지고 달라지는데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교육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일 텐데 이미 AI를 잘 쓰는 사람과 잘 못 쓰는 사람 차이가 꽤 크다고 저는 생각한다.
이광빈=기자들이 알리지 않은 채 알음알음 쓰고 있는데 LLM과 관련해 각 기업이나 언론에 특화된 툴 종합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하면 결국 사용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써보면 기자가 작업을 할 때 편의성이나 효율성을 높여주는 건 분명해서다. 다만 편의성이나 효율성 차원을 넘어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선 좀 더 어드밴스드(진전) 된 툴들이 있어야 하고, 그 툴을 활용한 실질적인 액션이 나오거나 기사가 생산돼야 기자들이 ‘아, 나도 저런 저널리즘을 하고 싶어’란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1일 좌담회에서 답변 중인 강종구 한국일보 AI&데이터팀장. /박지은 기자
-국내외에서 AI 기업과 언론사 간 여러 협업, 갈등이 진행형인데 어떻게 보나.
김현지=오늘 아침 아마존이 뉴욕타임스와 최대 연 2500만 달러 규모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기사를 봤다. 한국에서도 네이버-브릴리언트코리아, 조선일보-업스테이지, 네이버-KBS의 협약 체결 등 소식이 있었다. 네이버와 저작권 소송을 진행 중인 언론사, 단체도 있는데 이건 결국 단일 대오가 형성이 안 되는 문제다.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는데 포털에 뉴스 유통권을 다 넘겨줬을 때 양태가 지금 그대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업이 언론사들을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협상해서 각개격파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되면 과거와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회사마다 이해관계가 매우 다르지만 언론이 생존기반의 위기를 야기할 문제를 두고도 합의가 안 되는 걸 보며 너무 답답한 생각이 든다. 회사에 따라 ‘우린 네임 밸류가 있으니까 더 돈 많이 받을 수 있어’, ‘작은 회사와 동급으로 대우받을 수 없지’ 그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기 회사 뿐 아니라 전체 언론계를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 중지를 모아야 할 텐데 그런 자리가 지금 너무 없는 거 같다.
강종구=주변 선배들도 포털은 20년 전이랑 똑같다고 한다. 하나하나 개별 협상을 해서 이걸 무너뜨려서 현재 형태를 마련했다는 거다. 다 같이 모여 주장을 했으면 좋겠다. 돈을 달라가 아니라 저널리즘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같이 마련하고 지금까지 잘못 끼워온 단추를 이번 기회에 바꿔보자는 주장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사가 기술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 자체를 마냥 나쁜 거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 기술 회사가 아니고 한계가 있으니 우리와 잘 맞는 곳과 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데 안타까운 건 이 결정이 아주 진지한 고민 하에 나온 게 아니란 인상을 많이 받는다는 거다. 그런 파트너십엔 조바심도 한몫했다고 보는데 이 자체를 막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충분히 고민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저널리즘과 뉴스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뭔지 함께 고민하고 나눠서 건강한 레퍼런스를 만드는 식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좋은 저널리즘’이 AI 산업이나 사회 전반에 설득력을 지닐 수 있나.
이광빈=해외 LLM과 미디어 간 계약현황을 보면 주류든 지역언론이든 잡지든 특화된 매체든 좋은 콘텐츠, 좋은 저널리즘을 만드는 곳이 LLM 기업과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가고 있다는 게 저희 연구결과다. AI기업 입장에선 그런 뉴스가 플랫폼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왜 아마존은 거액을 들여서 뉴욕타임스를 선택했을까, 만일 뉴욕 포스트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간단한 질문이 답을 주지 않나 생각이 든다.
달리 보면 이건 좋은 저널리즘이 확대될 수 있고, 좋은 LLM을 통해 시민, 대중에게 더 좋은 효용을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조급하게 국가대표 LLM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론사 콘텐츠를 헐값에 플랫폼 기업에 넘길게 아니라 좋은 저널리즘의 경쟁을 통해 시민에게 좋은 효용을 주는 플랫폼의 경쟁으로 나아가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 저는 생각한다.
김현지=지금 문제는 좋은 기사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 않나. 우리가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면 LLM 회사가 좋은 값을 쳐주고 그게 다시 우리 콘텐츠 생산에 재투자되고 이런 선순환이 되면 좋은데 지금 좋은 저널리즘에 대한 고려, 기준, 보상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LLM 회사와 손을 잡는 건 좋은 콘텐츠와 좋지 않은 콘텐츠를 도매금으로 헐값에 넘기는 게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강종구=그 체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로선 탁월한 3000자짜리 기사와 보도자료 발 1000자짜리 기사 3개가 똑같은 토큰값을 갖고 같은 값을 받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저널리즘을 어떻게 더 낫게 구현하는지가 언론이나 기자의 노력 여하가 아니라 기술 기업에 주도권이 있다는 게 새삼 어려운 지점으로 다가온다.
- 기술 기업 출신 인사가 새 정부 AI 정책이나 부서에 많이 포함됐는데 언론계에서 우려할 점은 없을까.
김현지=네이버를 비롯한 기술 기업 출신이 많이 포함된 영향은 추경 같은 데서 이미 드러나고 있지 않나 싶다. 현재 국가대표 AI 회사를 선발해서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하는데 아마도 상당한 예산이 투입될 거고 조 단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에 책정된 예산은 100억밖에 안 된다. 언론만이 아니라 모든 데이터를 다 포함한 금액이다. 데이터는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노동력이 투입이 돼서 만들어진 것인데 여기 100억원을 책정하고 나머지 수천억원은 GPU를 사는데 쓴다고 하면 엔비디아 주머니를 불려주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나.
강종구=그래픽 카드를 사는 건 중요하지만 AI를 기술이라고만 생각해서 모든 게 기술 기업 논리대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크다. 100억이란 금액이 우리한테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라 그 비중이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거다. 기술 기업이 있으면 거기에 재료를 공급하는 사람도 있는 거고 활용하는 사람도 있는 거고, 그렇게 AI가 사회 현상 같은 게 된 건데 여전히 그런 확장된 사고가 부족하고 너무 기술이란 인식에 갇혀 있지 않나란 생각이다.
이광빈=소버린 AI가 성공하더라도 한국 국민이 국내 기업 플랫폼을 쓸지, 해외 빅테크 LLM을 선택할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좋은 '기사'를 본다는 의미를 떠나서 한국 사회의 방향성에 있어서든, 정말 교육적인 측면이든, 본인의 소양이든, 좋은 결괏값이 나오는 LLM을 선택을 할 때 이미 사람들은 한국 것인지 외국 것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미 언어 장벽은 무너졌다. 그걸 감안하고 우리는 관련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 현 시점에서 AI 분야와 관련해 국내 언론에 제언을 한다면?
강종구=지난해 출장으로 영국 런던에 가서 해외 유수 매체들의 AI 관련 고민이나 시도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10여년 전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나왔을 때 ‘우리가 진짜 뒤처졌구나’ 하는 충격이 컸는데 새 시대가 온 지금 그동안 좌충우돌을 거치며 이젠 그런 매체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구나 느낀 것도 사실이다.
2022년 말~2023년 초 GPT가 대중 서비스로 공개된 후 버전과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지만 GPT가 등장한 급의 패러다임 체인지는 이후 없다. 사회변화 측면에서 보면 소강 상태로 볼 수도 있다. 이 기간 우리 업계가 소프트웨어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조직문화를 최신 기술과 사회 변화에 맞추는 것일 수도 있고, 수익모델에 대한 점검, 단일 대오에 대한 합의일 수도 있다. 이 정의를 내리고 조직 전반과 구성원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보면서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시점이 오기 전에 치열하게 대비했으면 한다. 더불어 굉장히 많은 사회적 압박이 가해진 다음 네이버 같은 포털 뉴스에 새 장치가 도입되는 일도 있었는데 플랫폼의 사회적 책무에 책임을 묻는 일은 계속 있어야 할 것 같다.
김현지=저는 우리가 상품 구성을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큰 영향력을 갖게 된 역사는 짧다. 윤전기가 150년, 라디오와 TV가 나온 게 100년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언론산업이 발전해 왔고 이걸 제외하고선 우리가 이 산업의 당위성을 말하긴 어렵다. 저널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 우린 살아남았다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우린 지금도 콘텐츠 얘기만 하고 그 콘텐츠가 당위성이지만 그게 우리의 존립을 설명하진 못한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될지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되는 시기다.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어떻게 수익을 가져올지 구성을 다시 해야 한다.
어떤 상품에 사람들이 주머니를 열까라는 부분에서 저도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데 커뮤니티 기반의 뭔가가 아닐까 싶다. 언론이란 게 공론장의 운영자가 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건데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언론은 정보를 주고 사람들의 의견을 교환하는 그런 장을 마련해온 것 같다. DBR에서도 기사를 읽고 토론하는 커뮤니티를 꾸리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놀라고 있다. 단순한 콘텐츠 소비가 아니라 의견을 나누는 장을 필요로 하는 거다. 비용이 드는 문제인데 여기 AI를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저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이광빈=국가별 미디어 소비자 특성에 따라 콘텐츠나 서비스 특성도 많이 달라진다. 북유럽에선 롱폼과 심층 분석에 대한 수요가 높고, 그래서 음성 서비스가 터지는 경우도 나온다고 한다. 국내에서 우리 독자와 저널리즘 특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접목해야할지, 관련 솔루션은 어때야 하는지 하나 둘 시도를 하면서 물줄기를 만드는 데서 서비스 방향성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좋은 콘텐츠 경쟁을 할 기회일 수도, 생태계가 파괴될 위기일 수도 있는데 장밋빛 전망을 하기 쉽지 않다. AI를 활용한 좋은 저널리즘의 결과물이 좋은 LLM에서 시민들 효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생태계는 작동한다, 아니 작동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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