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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5-09-05 13:23)
 조회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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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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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선생님)은 우리만의 놀이라고 했어요. ‘내가 널 부른 게 아니라 네가 찾아온 거라 말해야 한다’고 입단속을 시켰고요. 엄마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요.”
씩씩하던 아이들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누구보다 잘 따랐던 교사로부터, 그런 몹쓸 짓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꼭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이 지난달 31일 한국일보와 만나 30대 음악교사 A씨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피해 사실 탓에 2학기 개학 후 학교 가는 게 두려웠던 두 친구가 서로 고민을 나누다 용주무따
기 내 부모에게 털어놓으며 사건이 드러났다. 학부모 2명이 지난달 25일 A씨를 고소했고, 현재 충남경찰청과 시교육청이 조사 중이다.
학교 내에서 사건이 알려지면서 피해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인터뷰 자리에 스스로 나온 학생만 5명. 아이들이 온라인 단체대화방 등을 통해 파악한 피해자는 1학년에만 20명이 넘고, 2학년과 3학년에서도 신고를주식시작하는법
고민하는 학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본보는 A씨의 성추행 관련 내용에 대해 피해 학생들과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보도한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낱낱이 알려달라”고 말했다.
친근감으로 다가가 성추행… "가스라이팅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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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성추행은 지난 1학기 내내 이어졌다. 중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 학생들은 기프티콘도 보내주고 간식도 잘 사주는 A씨를 ‘성격 좋은 쌤’이라고 여겼다. 대화도 잘 통해 금방 마음을 열었다. A씨가 엉덩이와 허벅지를 툭툭 두들기거나 허리를 끌어안을 때는 불쾌하기도 했지만,주식처분
친한 사이라서 쉽게 표현하지 못했다.
A씨의 행동은 점점 더 수위가 올라갔다. 교실과 다른 건물에 떨어져 있는 음악실이 주요 범행 장소였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씨는 상담, 청소 등을 구실 삼아 아이들을 음악실로 부른 뒤 자신의 무릎에 앉으라고 요구했고, 아이가 거부하면 몸을 끌어당겨 강제로 앉혔다고 한다. 그러고는 “살쪘는지 보자”며 국순당 주식
뱃살을 만지거나 어깨와 팔을 더듬었다. 실수인 척 가슴에 손을 대고,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특정 과목 수업 때는 미리 쉬는 시간에 학생을 호출한 후 해당 과목 교사에게 온갖 핑계를 대면서 수업에 들여보내지 않는 일도 많았다.
A씨는 사적인 메시지도 자주 보냈다. 밤 시간에 학생의 셀카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평소 피해 학생들을 “OO번째 여자친구”라고 불렀고, 스킨십을 피하는 학생에게는 “배신자”라며 막말을 했다. ㄱ양은 “선생님이 ‘너는 내 보물 1호’라고 하셨는데, 어쨌든 저에 대한 호의적 표현이라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교사한테 성추행 피해를 당한 학생이 쓴 진술서 일부 내용. 피해자 측 제공
A씨는 성적인 발언도 많이 했다. 워낙 수시로 한 탓에 아이들은 스스로 피해 입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A씨가 수업 시간에 마이크에 대고 사탕을 빨아 먹으면서 “이게 키스할 때 나는 소리”라며 음담패설을 한 적도 있다. ㄴ양은 “사람이 많은 복도와 교실에서도 선생님이 친구들에게 스킨십하는 모습을 많이 봐서 ‘성추행이라고 느끼는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그런 식으로 우리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담당한 동아리 학생, 여리고 순한 학생에게는 더한 악행도 저질렀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는 교복 안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고, 하의 속옷 안에도 손을 집어넣었다. 아이들은 이런 피해까지는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다가 경찰 조사에서 처음으로 털어놓았다고 한다. ㄷ양은 “그땐 충격에 몸이 얼어붙어 도망치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이들은 두려움을 혼자서 견뎠다. A씨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며 강하게 입막음을 했기 때문이다. 혹여 불만을 얘기했다가 A씨 귀에 흘러들어가면 수행평가 점수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도 됐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한 아이가 음악실에 불려 가면 다른 친구들이 일부러 따라가면서 서로를 보호하는 것밖에 없었다.
심지어 남학생도 피해자였다. 동아리 연습 때 남학생만 불러내 줄자로 주요부위 크기를 재거나 남학생 유두와 가슴을 꼬집는 모습을 수많은 학생이 목격했다.
A씨는 2022년 이 학교에 부임했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생활지도, 학교폭력 담당으로 소개돼 있다.
피해 고발 학생들에게 '교권 침해' 교육한 학교
게티이미지뱅크
피해 학생과 부모들이 볼 때 학교 측 대응은 안일했다. 학부모들은 피해 사실을 들은 직후인 지난달 25일 월요일 수업 시작 전 학교에 연락해 A씨를 즉각 분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부모가 신고를 위해 학교에 찾아갔을 때 A씨는 멀쩡히 수업 중이었다. A씨는 교장 면담 중이던 학부모를 찾아와 “아이들이 먼저 달려와 무릎에 앉았고, 아이를 떼어 놓으려다 불가피한 스킨십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수업에서 배제됐지만, 끝까지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 ㄹ양은 “그날도 선생님이 갑자기 불러서 ‘나랑 있었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며 “나중에서야 친구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신고 당일 학교 측은 학부모 요구로 피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성폭력이 아니라 ‘학교폭력’ 경험을 물었다. 피해를 고발한 아이들조차 “친구한테 맞은 적은 없어서” ‘없다’고 썼다. 잘못된 조사를 지적한 학부모에게 학교는 “아이들이 제대로 답을 안 한 것”이라고 변명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창의체험 수업 시간에는 남학생이 여교사를 성추행하는 내용이 담긴 교권 침해 예방 영상을 틀었다. 꿋꿋했던 학생들도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학교 교감은 수업 의도에 관한 질의에 “연초에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차, 3차 가해는 계속됐다. 어느 교사는 최초 신고 학생을 불러 “허위 사실 유포하면 벌 받는다” “무혐의 나오면 네가 책임져야 한다”며 압박했다. 또 다른 교사는 “네가 말을 흘렸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남학생들이 “음악쌤 보고 싶다”며 장난 아닌 장난으로 여학생들을 괴롭히는데도 학교 측은 손을 놓고 있다.
교사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충남 서산 한 중학교에서 올린 사과문. 학교 홈페이지 캡처
피해 학생들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친구가 가볍게 톡톡 건드리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음악실 근처를 지나가는 것도 겁난다. 악몽도 꾼다. ㅁ양은 “선생님 핸드폰 사진첩에 학생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이 저장돼 있다”며 “다른 데 악용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 경찰이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국일보와 만난 학부모들은 “학교 측 대응을 보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그 많은 피해 학생을 다 전학시킬 수도 없고, 아이들이 앞으로 안심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겠냐”고 성토했다. 이어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투명하게 진상을 알리고 아이들이 더는 상처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교는 3일 재단 이사회를 열어 A씨에 대해 ‘직위해제’ 결정을 내렸다. 교감은 “해임이나 파면 등 최종 징계는 교육청 조사와 판단을 거쳐 결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2일에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시행을 약속했다.
A씨는 본보와 통화에서 ‘성추행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뒤 끊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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