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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인수·합병(M&A) 트렌드가 ‘대기업보다는 사모펀드(PEF)가 주도하는 국내 M&A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삼성·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대다수 대기업 그룹이 투자 실패·주력산업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금력이 뒷받침된 사모펀드는 36조원에 달하는 자금(미집행 약정액)이 있어 기업을 인수할 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27일 매일경제 레이더M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을 인수한 거래금액은 약 3조6000억원(16건)에 달한다. 글랜우드PE의 LG화학 수처리사업부 인수(1조4000억원), 웰투시인베스트먼트의 애플 미주제강 주식
아이폰 부품사 에스아이플렉스 인수(4300억원), 어펄마캐피탈의 폐기물업체 CEK 인수(4000억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올해 상반기 국내 대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금액은 약 3조1500억원(총 6건)으로 사모펀드보다 낮았다.
특히 대기업발 기업 인수에선 ‘조 단위’ 거래도 없었다.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인수(9아시아1호 주식
000억원),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8694억원), 웅진의 프리드라이프 인수(8879억원) 등이 대표적 사례다. 세 건 모두 인수 측 입장에선 신사업으로 확장이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사업은 아니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기업이 영업현금 흐름이 잘 나오는 안전한 기업을유비컴 주식
주로 인수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래 신기술 관련 M&A는 위험도가 커서 잘 고려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2020~2022년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10조원),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G마켓) 인수(3조4400억원), DN그룹의 DN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 인수(2조4000억원)와 같은 ‘과감한 베팅’은 정상제이엘에스 주식
요새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특히 SK·LG·롯데·효성 등 석유화학·배터리 부문에서 부진한 대기업 그룹사는 M&A 시장에서 기업을 인수하려고 하기보다는, 계열사·사업부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
일례로 SK그룹은 지난해에만 SK스페셜티(2조7000억원), SK렌터카(8200억원), SK피유코어(4024환경주
억원), SK엔펄스 CMP패드 부문(3410억원) 등을 매각했다.
그 덕분에 SK그룹은 지난해 219개였던 계열사를 올해 5월 기준 198개로 줄였다. 현재도 SK그룹은 SK실트론(3조~4조원), SK에코플랜트 환경 자회사 2곳(2조원), SKIET(1조원) 등을 추가로 매각하려고 하고 있다.
석유화학 부진에 빠진 LG화학도 수처리사업부 매각(1조4000억원)에 이어 에스테틱사업부·BPA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가 주목받은 롯데그룹은 렌터카 1위 업체인 롯데렌탈을 약 1조6000억원에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도 타이어 스틸코드 부문 사업부(1조5000억원)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대기업이 인수자(Buyer)가 아닌 매도자(Seller)가 되면서, 국내 M&A 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못 찾고 있는 양상이다. 매일경제 레이더M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M&A 시장 거래 규모는 30조~40조원대로, 2021년(70조원대)의 50~60%대에 그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모펀드발 매물도 늘고 있다. 기관투자자 자금을 받아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특성상 기업 인수 이후 5~10년 이내에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가 내놓은 ‘조 단위’ 매물로는 DIG에어가스, 클래시스, HPSP,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코엔텍, 앰앤씨솔루션, 홈플러스 등이 있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조 단위 매물은 쌓여만 가는데, 대기업은 삼성·현대차그룹 외에는 현금성 자산이 많지 않아 해당 매물을 받아주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M&A 시장이 순차적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 역할이 계속 줄어들면서 M&A 시장 선순환 고리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M&A 시장은 ‘중소·중견기업→사모펀드→대기업’으로 이어져야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됐다고 평가된다.
자금력이 있는 사모펀드가 중소·중견기업을 인수한 이후 기업가치를 높이고, 자금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이미 업력이 오래된 대기업이 해당 기업을 사모펀드로부터 인수한 이후 더욱 키우면 그만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헬리오스PE는 반도체 테스트 소켓 회사인 ISC를 인수한 이후 이를 2023년 SK그룹에 매각했다. ISC는 M&A 덕분에 SK그룹 계열사가 됐고, ISC 직원도 대기업 직원이 됐다.
또 다른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최종 인수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사모펀드 간 세컨더리 딜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세컨더리 딜 활성화보다는, 대기업이 최종적으로 기업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국가경제 측면에선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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