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센스] 재계에는 '원로 예우'라는 관행이 있다. 오랜 세월 회사를 일군 창업 공신이나 전직 경영자에게 고문·명예직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공로에 대한 예우인 만큼, 누가 문제를 삼기도 어렵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이 회삿돈을 개인 금고처럼 쓴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은 전력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SK네트웍스가 2026년 4월 2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최신원 전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앉힌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사진=SK네트웍스 제공
릴게임종류 최신원 명예회장은 올해 만 73세다.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나 SKC·SK네트웍스 등을 거친 오너 경영인이다. 그의 이름 앞에는 씻기 어려운 전력이 따라붙는다. 2025년 5월, 대법원 형사3부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의 원심을 확
모바일야마토 정하면서다.
검찰이 그를 재판에 넘긴 것은 2021년 3월이었다. 혐의는 방대했다. SK네트웍스와 SKC, SK텔레시스 등 자신이 운영하는 계열사 6곳에서 총 2,235억 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였다. 개인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SK텔레시스 자금 155억 원을 담보 없이 빌려다 쓴 것, 자신의 유상증자 대금과 주식 양도소득세 납부에
바다이야기고래 회삿돈 280억 원을 끌어다 쓴 것, 가족과 친인척을 관계사 직원으로 올려 허위 급여를 지급한 것, 개인 워커힐호텔 빌라 사용료를 회사에 부담시킨 것이 핵심 혐의였다. 검찰은 이 모든 죄목을 합산해 징역 12년에 벌금 1,000억 원을 구형했다.
1심은 2022년 1월 이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
바다이야기예시 형한 징역 12년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사회적 지위를 감안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일반적인 법정구속조차 하지 않았다. 항소심은 유무죄 판단 일부를 바꿨지만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고, 2025년 1월에야 최 전 회장을 법정에서 직접 구속했다.?
항소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해액은 560억 원이었다
릴게임한국 . 뒤늦게 자금을 변제했다는 사정까지 감형 요인으로 작용했다. 마음대로 회삿돈을 굴리다가 들킨 뒤 일부를 돌려놓으면 형량이 깎인다는 논리였다. 돈이 있어야 변제도 할 수 있고, 변제를 해야 형량이 줄어드는 구조 앞에서 '유전무죄'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웠다.
사진=Gemini 생성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 금액이 560억 원을 넘고, 그 과정에서 내부적인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결정이 SK그룹 내 회장으로서의 지위를 가진 최 전 회장의 단독 결정과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서 책임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대주주 일가가 기업 재산을 유용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고, 쉽게 용인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기업정신과 사회적 가치에도 어긋난다"며 "최 전 회장이 이룬 경제적 성취와 공헌을 고려하더라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025년 5월 최 전 회장과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 확정 석 달 만인 그해 8월, 그의 이름은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올랐다.
이사회는 무엇을 의결했나
사면으로 법적 족쇄가 풀린 지 8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SK네트웍스는 이사회를 열어 최신원 명예회장 선임을 통과시켰다. 의안은 찬성 4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최 명예회장의 아들인 최성환 사장은 이 안건에 불참했다. 이호정 사장(사내이사), 김기동 기타비상무이사, 채수일 사외이사(이사회 의장), 장화진 사외이사(감사위원)은 찬성했다. 반대표를 던진 이문영 사외이사는 "보상 구조에 대한 추가 검토가 요망된다"는 이유를 밝혔고, 장근배 사외이사는 "역할의 범위 및 영향에 대해 판단 보류"라며 기권했다. 사외이사 4명 중 2명이 사실상 제동을 건 셈이다.?
사진=SK네트웍스
회사 측의 설명은 한결같았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경영 통찰과 두터운 국내외 인맥을 회사 발전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AI 중심 사업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원로 오너의 경륜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함께 제시됐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SK네트웍스 회장 재직 시절에도 그룹 안팎에서 숱한 구설을 낳았던 인물에게 'AI 혁신'의 나침반을 기대하는 것이 타당한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명예회장 복귀를 두고 거센 비판이 일자, 회사 측은 법적 절차 완료와 경영 실익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사면복권을 받은 상황에서 기업 경영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명예회장으로 선임한 것"이라며 "재판 당시 당사 관련 혐의 금액은 변제했으며, 내부 통제 프로세스를 강화해 향후 유사 사례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신원 복귀의 의미
명예회장직의 실질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의문은 더 짙어진다. 최 명예회장은 보수를 수령하며 상근직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자문의 대가로 수령할 연간 보수가?최대 50억이라는 설까지?나왔다. 지난해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장의 보수총액은 약 12억 원이었다.?참고로 최 명예회장이 횡령·배임 사건으로 회사를 떠나기 직전인 2020년 SK네트웍스에서 받은 보수는 52억 6000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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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관련해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 명예회장의 역할과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내부 HR 방침에 따라 보수를 지급할 예정"이라며 "과거 재직 당시 보수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시장에 알려진 '50억 원'이라는 수치는 사실 무근이다"고 해명했다. 또한 "지급 보수액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추후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수와는 별개로, 최 명예회장 복귀 의사결정이 이사회를 통과한 것을 두고 이사들은 어떤 근거로 찬성표를 던졌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개정된 상법은 이사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균등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주 충실 의무'를 명문화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회적 물의가 확인된 인물의 복귀를 이사회가 추인했다면, 이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다만 실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개정 상법의 주주 충실 의무와 관련성은 있지만, 명예회장 선임이 주주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했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법이 바뀌어도 책임을 묻는 길이 험난하다면, 결국 이사회 스스로 양심의 문제로 돌아온다.
이사회 결정의 정당성에 대해 사측은 "격변기 속에서 회사 발전과 정부의 사면복권 취지에 부합하는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면밀한 내부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에서도 여러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다양한 논의와 숙고를 거쳐 이사 개개인이 찬반 의사를 밝힌 것이며, 특히 선의의 취지에 걸맞은 역할 수행과 보상 구조에 대한 추가 검토 의견 등이 심도 있게 제시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아이러니는 공시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SK네트웍스는 최 명예회장 선임 다음 날인 4월 6일,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회사는 사흘 전 보도자료에서 최 명예회장이 "경영 노하우와 풍부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 회사의 혁신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채권 투자자들에게 내민 신고서에는 전혀 다른 언어가 담겼다. '핵심 투자 위험' 항목에 최 명예회장의 횡령·배임 전력을 명기하며 "전직 임원들의 법률 위반 혐의가 발생할 경우 당사의 사업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회사의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적시한 것이다. 채용은 했되 투자자에게는 리스크로 고지한 셈이다. 같은 인물을 두고, 주주에게 보낸 보도자료와 채권 시장에 제출한 공시 문서가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한 것이다.
SK네트웍스 투자자들의 한숨
외부에서 보기에 이 선임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SK그룹의 지배 구조를 들여다보면 왜 가능했는지 윤곽이 잡힌다. SK네트웍스의 최대주주는 SK㈜로 지분 43.9%를 보유하고 있고, SK㈜의 개인 최대주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태원 회장에게 최신원 명예회장은 사촌형이다. 최신원의 동생 최창원은 그룹 전체의 최고 의사결정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고, 장남 최성환은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겸 사내이사로 이미 경영 전면에 서 있다. 최신원 명예회장 본인이 쥔 SK네트웍스 지분은 0.05%에 불과하다. 지분으로는 큰 관련 없지만, 혈연으로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는 구조다.
사진=Gemini 생성
이 관계망을 놓고 보면, 이번 선임이 단순한 원로 예우가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버지의 귀환이 아들의 경영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최성환 사장이 AI 전환과 사업 재편을 진두지휘하는 시점에, 창업주 최종건의 직계 혈통이라는 상징성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다. 지분이 아니라 혈연이, 성과가 아니라 가문이 이 자리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려운 이유다.
9만 명이 넘는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회사가 실형 전력자의 가족을 위한 무대로 전용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전체 발행주식의 44.79%에 달하지만, 이사회 문 앞에서 그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주주 경시 비판에 대해 SK네트웍스 관계자는?"상법 등 관련 법령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주주 충실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선임은 회사의 미래 발전과 사회적 기여를 위한 결정인 만큼, 지속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SK네트웍스 종목 토론방에는 "횡령한 사람을 명예회장으로 앉히다니 어이가 없다"는 글이 올라왔고, "주가가 왜 떨어지나 했더니 최대 악재가 터졌다"는 탄식도 이어졌다. 최신원 명예회장 복귀 기사가 수차례 보도된?것을 두고 "기사를 이렇게 많이 내는 것 자체가 지들도 찔린다는 증거"라며 언론 플레이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분 44%를 쥔 9만 5,000여 명의 소액주주들이 이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종목 토론방은 이사회 회의실보다 솔직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법제화되고, 대주주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하나씩 갖춰지는 듯했다. 그 흐름이 옳은 방향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SK네트웍스가 이사회 의결로?실형 전력자를?등기도 되지 않은 자문직 명예회장으로?앉히는 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였다. 법이 바뀌어도 이사회 문 안에서 내려지는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개혁의 언어는 보도자료 밖에 있었고, 현실은 그 안에서 끝내 제자리였다. 수십 년째 이 나라 경제 민주화의 숙제로 꼽혀온 재벌 지배구조 문제가 여전히 미완인 이유를, SK네트웍스가 스스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