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지난 19일 고색뉴지엄에서 2인전 ‘고요의 지형’을 선보이고 있는 이소윤, 송은지 작가가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나경기자
고요는 무겁기만 한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천천히 들여다볼수록, 그 안에서 작게 번지는 감정에 가깝다. 때로는 무(無)의 진공 상태보다 거친 공간에서 더 또렷해지기도 한다. 공사장의 소음이 가득한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서, 문득 멈춘 그 순간에 나만의 고요의 지형이 펼쳐진다.
수원 권선구에 위치한 고색뉴지엄은 폐수처리장이었던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 전시장이다.
골드몽 콘크리트 벽과 노출된 설비,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어우러지며 화이트큐브와는 또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이달 29일까지 열리는 기획초대전 ‘고요의 지형: Inner Universe Dreamer’s Forest’는 이러한 공간 위에 연필 드로잉과 조형 설치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두 작가의 작업을 펼쳐낸다. 빛이 닿는 자리마다 조형물의 그림자가 벽면
모바일바다이야기 에 드리워지고, 거친 표면과 겹쳐지며 전시는 또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고색뉴지엄에서 만날 수 있는 이소윤 작가의 작품 ‘또바기’. 이나경기자
“생각을 멈추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황금성릴게임사이트 이소윤 작가의 말에 송은지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작업할 때 그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시간이 제일 좋죠.” 두 작가의 대화처럼,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멈춤’과 ‘사유’의 방식에서 출발한다.
수원대 조소과 동문인 두 작가는 몇 차례 협업 전시를 통해 호흡을 맞춰왔지만, 이번 2인전은 의미가 남다르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바다이야기릴게임 두 사람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소윤 작가는 “표현은 다르지만 결국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지점은 닿아 있다”고 했고, 송은지 작가는 “관객과의 접점이 가까운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송은지 작가의 작품 ‘반짝이는 별이 있다’. 이
릴게임5만 나경기자
전시는 ‘고요의 지형’이라는 제목처럼 하나의 감각을 두 가지 방식으로 풀어낸다. 송은지는 연필이라는 도구를 반복하며 내면의 감각을 더듬는다. 그의 화면에서 얼굴은 특정 인물의 외형을 넘어,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시간이 쌓인 하나의 지형이 된다. 그는 “눈코입을 그린다기보다 어떤 덩어리나 표면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연필의 농도와 종이의 질감, 손끝의 압력에 따라 달라지는 선과 점이 겹겹이 쌓이며 평면임에도 우주의 행성처럼 입체감이 느껴지는 화면을 만든다.
특히 신작 ‘내면 우주, 기억의 지표’ 연작은 이러한 축적을 통해 얼굴을 하나의 내면 풍경으로 확장한다. 그는 “얼굴을 그리다 보면 우주의 먼 행성이나 망망대해를 떠올리게 된다”며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적막이 그 안에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형성된 화면은 달의 표면처럼 낯설고 고요한 내면의 감각을 불러낸다.
연필을 활용해 내면의 세계를 그린 송은지 작가의 작품은 우주의 행성처럼 평면임에도 입체감을 드러낸다. 이나경기자
송은지 작가가 자신의 작품 ‘빌린 표정’ 앞에 서 있다. 이나경기자
이소윤은 반대로 공간을 구성한다. 출발점은 눈 덮인 숲길에서 느꼈던 이유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는 그 감각을 붙잡기 위해 나뭇가지와 낙엽을 직접 모으고, 손으로 깎고 다듬어 한 편의 영화 같기도, 동화 같기도 한 장면을 만든다. “그림으로는 잘 표현이 안 돼서 바로 만든다”는 그의 방식은 몸의 감각에 가깝다. ‘Dreamer’와 ‘또바기’ 등 작품은 숲의 감각을 한뼘 크기의 세계로 옮겨 놓으며, 관람자가 머물 수 있는 장면을 만든다. 그는 “숲은 살아 움직이지만 그 안에 들어선 인간은 오히려 멈추게 된다”며 “꿈이 잠시 머무는 쉼의 공간으로 숲을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전시장 안에서 두 작가의 작업은 구체적인 장면으로 드러난다. 송은지의 드로잉은 선의 밀도로 시선을 붙잡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미세한 차이가 감각을 형성한다. 반면 이소윤의 작업은 관람자의 몸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인다. 작가를 투영한 소녀의 익살스러운 표정에서 웃음이 스치고, 자연 재료로 구성된 장면 앞에서는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멈춘다. 이러한 감각은 인공과 자연의 날 것 그대로를 드러낸 공간과 맞물리며 더욱 또렷해진다. 도심 속 고요의 지형이다.
이소윤 작가가 자신의 작품 ‘dreamer’ 앞에 서 있다. 작가는 자신을 투영한 소녀 조형에 자연에서 채취한 낙엽, 나뭇가지 등으로 쉼의 공간을 만들었다. 전시장 천창을 통한 자연광이 숲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나경기자
이소윤 작가는 거대한 숲의 풍경을 조그마한 오브제 안에 담았다. 이나경기자
해맑은 표정이 느껴지는 이소윤 작가의 작품. 이나경기자
전시를 따라 걷다 보면, 무겁거나 암울하기보다 차분하고 편안한 감각이 먼저 다가온다. 익살스러운 표정에서는 가볍게 웃음이 번지고, 멍한 얼굴의 드로잉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여유가 스며든다. 빠르게 흐르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는 순간, 관람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고요의 지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