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센스]?가을 독서의 계절, 무엇을 읽을지 고민이라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선을 빌려보는 것은 어떨까. 연예인의 책 추천이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독서 열풍을 만든다면, 명사들의 추천서는 배경을 바탕으로 한 검증된 선택의 무게가 있다.




사진=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세계적 기업가부터 국내 최고 석학까지,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축적한 경험과 통찰이 녹아든 그들의 책 선택에는 남다른 무게가 있다. 단순한 재미나 위로를 넘어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들이다.
세계적 거부 빌 게이츠의 인생봉차트
을 바꾼 3권
데이터와 합리성으로 세상을 읽다
2025년 8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공개한 인생책 3권은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매년 '생각 주간(Think Week)'을 통해 집중적으로 독서하는 그답게, 선택된 책들은 모두 데이터와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목표가
로 인류 문명을 조망하는 작품들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폭력의 감소와 인류 진화에 대한 거대한 서사를, <팩트풀니스>는 편견을 걷어내고 세상을 데이터로 이해하는 방법을,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는 에너지와 환경을 통해 본 문명의 현실을 다룬다.
기술자이자 경영인, 그리고 인류 문제 해결사로서 그의 관10년10억만들기
점이 오롯이 담긴 선택이다. 빌 게이츠는 "세상과 사회,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통찰과 객관적 시각을 키워주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의 품격 있는 서재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는 지점
40년간 생태학 연구에 몰두하면서도 인문학적 사유를 놓지 않은 최재천 교수의 추천서들은 그 자해저이야기사이트
체로 융합적 사고의 교과서다. 그가 선택한 4권의 책은 과학적 엄밀함과 인문학적 깊이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서는 "연민은 더 이상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민하기를 멈출 수는 없다"며 사회적 고통에 대한 성찰을 주문한다.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는 "식물에 관한 책이라면 이제 이 한 권으로 리딩
충분하다"고 극찬한 식물 인문학서다.
특히 <빅 히스토리>에 대해서는 "누가 세상을 지배할 것인가? 돈, 권력, 기술을 가진 자? 아니다. 바로 역사를 꿰뚫는 자다"라며 거대한 역사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38억 년 우주사를 관통하는 이 책은 과학자다운 그의 시각이 잘 드러나는 선택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균형 잡힌 독서법
장르를 넘나드는 지적 호기심

"책 하나로 인생이 180도 바뀐다면 그 인생은 어쩌면 굉장히 위험하고 부박하다"는 철학을 가진 이동진 영화평론가. 그에게는 '인생책'이 따로 없다. 대신 2만 권의 책을 통해 작은 영향들을 누적시켜 나가는 것이 그의 독서관이다.




사진=B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그럼에도 그가 특별히 힘을 주어 추천한 책들을 보면 탁월한 안목이 엿보인다.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과학적 엄밀함과 서사의 재미를 동시에, <휴먼카인드>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했다.
문학에서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로 과학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기억과 시간에 대한 섬세한 성찰을 만났다. 웹툰 <미생>까지 포함시킨 그의 선택에서는 매체를 가리지 않는 열린 태도가 읽힌다.
의사 정희원 교수가 찾은 마음의 균형
<채근담>, 매년 읽는 삶의 지침서
저속 노화 유행을 가져온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매년 읽는 책'이라고 밝힌 <채근담>. 400년 동안 사랑받아온 동양 최고의 잠언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더 잘 살기 위해 열심히 달렸을 뿐인데 어느새 피폐해진 자신을 발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그는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탁월한 방향키"라고 설명한다.
의료진으로서 수많은 건강과 병, 그리고 환자를 지켜본 그가 매년 다시 찾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서 마음과 생활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면, <채근담>의 지혜가 삶의 균형이 어디서 어긋났는지 점검해 볼 수 있는 훌륭한 시작점"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배우에서 출판인이 된 박정민의 문학적 감수성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마주하고 싶지 않던 감정과의 조우

연기 활동을 잠시 멈추고 출판사 '무제'를 운영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탐구했던?배우 박정민. 그가 '최애 책'으로 꼽은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19년 태국 촬영 중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던 그는 제목만 보고 과학서인 줄 알고 이 책을 선택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이는 예상치 못한 감정적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사진=유튜브 채널 편집자K


"마주하고 싶지 않아 내 안에 잘 감춰뒀던 감정을 들킨 느낌이었다"는 그의 고백에서는 문학이 주는 치유의 힘이 느껴진다. "책을 보면서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는데도 이 책을 읽고는 충격이 컸다"며?미국 단편문학의 깊이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그의 추천서 목록에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부터 <부끄러움>, 까지 문학적 감수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명사들의 책장 엿보기
각 분야 전문가들의 책 추천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관점과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다. 빌 게이츠의 데이터 중심 사고, 최재천 교수의 융합적 관점, 이동진 평론가의 균형 잡힌 시각, 정희원 교수의 실용적 지혜, 박정민의 문학적 감수성까지. 이들의 추천서는 단순한 베스트셀러나 화제작을 넘어선다.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축적한 경험과 통찰이 녹아든,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생의 책'들이다.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싶다면, 이들 명사의 서재에서 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밤, 명사들이 걸어온 지적 여정을 따라가며 새로운 세계를 만나보자. 그들의 책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일 것이다.
김태현 기자 toyo@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