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비 매출 하락·브랜드 훼손 등정량 분석으로 '손해' 입증 나설 듯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진은 홍원식(왼쪽) 전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사장.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예상보다 긴 호흡으로 전개되고 있다. 판결 향방에 따라 M&A(인수합병) 시장 전반의 계약 책임 기준이 재정립될 가 지급보증 능성도 있어 업계 안팎의 관심이 크다.

현재 소송의 쟁점은 '거래 지연이 기업에 실질적 손해를 입혔는가' 여부다. 한앤코 측은 남양유업 인수 과정이 제때 이행됐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손실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홍 전 회장 측은 "통상적인 경영 활동에 따른 비용일 뿐, 인수 지연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TV ◆ 한앤코 "기업 가치 훼손" vs 홍원식 "불가피한 지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는 이달 11일 한앤코가 홍 전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변론재개를 진행했다. 당초에는 올해 7월 24일 1심 판결 선고가 예정돼 있었으나 재판부가 세부 사항을 더 검토하기 위해 신용평가사 판결을 미뤘다.
이번 변론재개에서 원고인 한앤코 측은 주식 양도 지연으로 남양유업의 기업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며 홍 전 회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계약이 지연된 32개월 동안 남양유업의 현금성 자산이 700억원 이상 줄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광고비·판촉비 집행이 과도해 영업이익과 시장 점유율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꿈에론무직자 피고인 홍 전 회장 측은 "광고·판촉비 등은 유제품 업계 특성상 불가피한 지출"이라며 "매출을 유지하려면 비용 집행이 필수적이었고, 이를 손해로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홍 전 회장은 "이미 거래 당시 오너 리스크는 알려진 사실"이라며 계약 지연과 손실 발생 간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현재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시 취업면접 장 점유율 및 매출 하락, 한앤코가 남양유업 투자에 활용한 펀드의 내부수익률(IRR) 하락 등에 따른 손해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법원은 객관적인 비교 지표가 부족하다"며 한앤코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한앤코 측에서는 손해를 정량적으로 증명 가능한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 "정량적 데이터로 '손해' 입증해야"…한앤코, 다음 카드는?

이제 한앤코는 경쟁사 실적과의 비교, 실제 손해 산출 방식에 대한 근거 제시에 더욱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재무제표상 손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손해가 거래 지연 때문에 발생했음을 정량적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경쟁사 대비 실적 하락 비교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의 재무성과가 인수 지연 기간 업계 평균 대비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비교자료가 필수적이다. 매출·영업이익·점유율 등 주요 지표에서 경쟁사인 서울우유, 매일유업과 유의미한 격차가 있었다면, 거래 지연으로 인한 손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동일 기간 경쟁사의 판촉비 대비 매출 기여율과 남양유업의 그것을 비교하면, 비효율적 비용 집행이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다"며 "이는 단순한 '지출'이 아닌 '지연으로 인한 경영 판단 오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너 리스크로 인한 소비자 신뢰도 저하, 불매운동 여파 등 브랜드가치 하락을 수치화한 자료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평판 지표, 온라인 언급량 추이, 제품별 판매 감소율 등을 종합한 리스크 분석 보고서는 비재무적 손해를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 법원, 지연 손해 인정할까…첫 판례에 쏠린 눈
실제 업계에서는 홍 전 회장의 '갑질 논란' 이후 일부 대형 유통사에서 남양유업 제품 취급을 중단하거나 재계약을 미루는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남양 제품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 M&A 전문 변호사는 "브랜드 가치 하락은 손해액 산정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항목이지만, 이번 재판처럼 오너 리스크와 기업 이미지가 직접 연결된 경우에는 의미 있는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며 "법원이 이미 지연 손해를 인정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손해액 추산뿐 아니라 왜 그 손해가 발생했는가를 설명하는 서류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한앤코 측이 일부 손해를 입증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500억원 전액 인용은 쉽지 않겠지만, 거래 지연과 특정 시점의 손해 간에 개연성이 높은 사례가 있으면 일부 배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견해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오는 10월 16일로 정한 상태다. 양측이 제출할 추가 분석 자료를 토대로 본격적인 손해 판단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M&A 계약 지체에 따른 손해를 법원이 어떻게 해석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판례가 될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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