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아집이 인공지능 '그록'을 망쳤다. 정제된 학습 데이터(도서관) 대신 X(옛 트위터)의 실시간 소음(전단지)을 최신 정보라며 우선시한 결과다. 전문가의 경고마저 무시하고 얄팍한 실시간 속도에 집착한 탓에 깊은 사유 능력을 상실한 깡통으로 전락했다. /챗GPT 제작 이미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쉐린 3스타 셰프를 한 억만장자가 스카우트했다. 셰프의 머릿속에는 수십년간 정제된 수만가지의 레시피와 식재료의 완벽한 분자 결합 공식이 저장되어 있다.?한데 그를 고용한 억만장자가 최고급 식칼과 도마를 빼앗으며 이렇게 지시한다.
릴게임꽁머니"당신의 그 고리타분한 미각과 레시피는 쓰지 마시오. 지금 요식업계의 핵심은 '실시간 트렌드'요. 앞으로 모든 요리는 지금 당장 틱톡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실시간 리뷰창에 올라오는 사람들의 요구사항만 보고 만드시오."
셰프는 "지금 매운맛이 상승 중입니다"라는 A의 댓글과 "민트초코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B의 밈(Meme)
게임몰릴게임 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느라 프라이팬 위에서 진땀을 뺀다. 결국 최고의 재료를 가지고도 '캡사이신 민트초코 마라탕'이라는 정체불명의 방사능 폐기물 같은 요리를 내놓게 된다.?세기의 마스터 셰프가 동네 악플러들의 입맛을 아바타처럼 대리 수행하는 고성능 냄비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이 웃지못할 촌극은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야심작인 인공지능(AI)
바다이야기오리지널 '그록(Grok)'에게 저지른 치명적 실수를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실시간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호프집
일론 머스크는 타고난 현재 진행형 중독자다. 그는 그록에게 실시간 검색이라는 무기를 쥐여주면 자신이 소유한 X(옛 트위터)의 막대한 데이터를 집어삼키고 단숨에 오픈AI의 챗GPT를 무너뜨릴 거라 맹신했다. 결과는
릴게임5만 참혹한 지능의 퇴보였다. X의 타임라인이 어떤 곳인가. 그곳은 누군가의 분노·확인되지 않은 지라시·조회수를 노린 자극적인 헛소리가 초 단위로 쏟아지는 거대한 '디지털 호프집'이다.
소음들을 '최신 정보'라며 주워 담는 데 연산력을 낭비하기 시작했다.
AI의 진짜 지능은 수십억건의 데이터를 오랫동안
바다이야기슬롯 소화해 내부에 쌓아둔 '정제된 지식(파라미터)'에서 발현된다. 양자역학의 난제를 추론해야 할 AI가 지금 당장 X에서 리트윗이 터진 어느 익명 유저의 음모론을 복사해 나르느라 바쁘다. 깊은 사유를 버리고 얄팍한 반사 신경을 택한 대가는 혹독했다.
GPT를 이기겠다는 조급증에 X의 실시간 가십과 헛소리를 핵심 엔진으로 삼았다. 결국 진짜 지능의 본질인 '집중과 무시'를 잃고 초고속 가십 중계기가 됐다. 일론 머스크(오른쪽)와 안드레이 카파시 /테슬라
카파시의 경고 "소음은 지능이 아닙니다"
이 촌극의 한복판에는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라는 천재 개발자의 씁쓸한 뒷모습이 있다. 범용인공지능(AGI)의 권위자인 그는 머스크에게 뼈 있는 경고를 날렸다. "AGI로 가는 길은 정보의 양이나 실시간 속도에 있지 않습니다. 99.9999%의 흔들림 없는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질 낮은 에너지가 가득한 실시간 펜듈럼(대중의 관심이 만드는 파동)에 휩쓸리지 말고 안정된 지식의 지층에 머물러야 한다는 혜안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곧 시대의 정답이라 믿는 머스크는 이 조언을 가볍게 묵살했다. 기어이 X의 요동치는 소음을 그록의 핵심 엔진으로 욱여넣었다.?
셰프에게 요리 대신 악플을 읽게 만든 구단주의 아집 탓에 위대한 잠재력을 지녔던 프로젝트는 초고속 가십 중계기로 전락했고 카파시는 조용히 짐을 쌌다.
도서관 놔두고 전봇대 전단지 맹신하는 바보
우리는 종종 AI가 인간처럼 고민해서 답을 낸다고 착각한다. 그런데?AI는 기본적으로 학습된 패턴을 재조합하는 기계다. 챗GPT나 딥시크 같은 일류 모델들도 실시간 검색 기능을 쓴다.?하지만 위치가 다르다. 그들에게 검색은 자신이 짠 논리의 '팩트체크'를 돕는 보조 바퀴일 뿐이다. 응답의 뼈대는 철저히 수개월간 고독하게 학습한 내부 파라미터에서 나온다.
지능의 본질은 무의미한 소음을 걸러내고 정제된 지식을 쌓는 데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AI '그록'에 X의 실시간 소음을 필터링 없이 주입하는 패착을 뒀다. 권위자의 만류에도 정보의 속도만 맹신한 결과 생각할 시간을 빼앗긴 그록은 통찰력을 잃은 깡통 AI가 되고 말았다. /연합뉴스
학습 데이터를 '국립중앙도서관'이라 치자. 그록의 머릿속에도 이미 도서관 하나가 통째로 들어 있다. 반면 실시간 X 피드는 길거리 전봇대에 덕지덕지 붙은 전단지다.?
정상적인 지능이라면 조용히 도서관에 앉아 지혜를 꺼내야 한다. 그러나 그록은 중심과 보조를 뒤집어버렸다. 도서관을 버려둔 채 전봇대로 달려가 방금 붙은 전단지를 베껴 쓰는 데 목숨을 건다.
인간 역시 최신 속보라는 단어에 묘한 흥분을 느낀다. 방금 일어난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과잉 포텐셜(집착)에 빠진다.?그러나 차분히 돌아보자. 우리가 실시간이라 부르는 정보의 99%는 하루만 지나도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파편들이다. 그록은 이 인간의 가장 나쁜 약점 즉 '휘둘림'을 그대로 학습해 버린 셈이다.
초점을 잃은 지능의 결말
지능의 본질은 어떤 정보를 먼저 보느냐보다 어떤 쓰레기 정보를 가차 없이 '버리느냐'가 핵심이다. 세상을 바꾼 통찰은 집중과 무시의 완벽한 조화에서 탄생한다.
그록은 집중해야 할 내면의 지식을 잃었고 무시해야 할 외부의 소음을 걸러내지 못했다. 혁신이라는 핑계로 가장 먼저 미래로 달려가려던 머스크의 얄팍한 조급증이 역설적으로 자신의 AI를 가장 시끄럽고 천박한 '현재'에 영원히 묶어버렸다. 생각할 시간을 빼앗긴 AI는 결국 지능을 깎아 먹고 깡통이 된다.
☞파라미터(Parameter)=AI 데이터센터 SSD에 정제된 지식의 형태로 저장된 가중치다. 수십억 권의 책과 논문을 학습한 결과물로, 한 번 저장되면 검색 없이도 즉시 꺼내 쓸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는 과정'이라면, 파라미터는 '그 책들을 전부 외워서 앉은 자리에서 바로 출력하는 능력'에 가깝다.
연산 코어로 데이터를 불러오는 속도 면에서 보면, SRAM은 0.1나노초, HBM은 수십 나노초, SSD는 수십 마이크로초. 파라미터는 HBM이나 SRAM에 저장할 수 없을 만큼 덩치가 커 어쩔 수 없이 SSD라는 '느린 창고'에 보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겁'에 가까울 정도로 느린(수백 마이크로초~밀리초) 인터넷 검색보다는 훨씬 빠르고, 결정적으로 '정제된 지식'이라는 품질에서 비교가 불가능하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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