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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reelnara.info경기 용인시 최초의 독립서점인 ‘책방 우주소년’을 방문했다. 이 서점은 용인시 동천동 주민들의 마을 만들기 중심 공간으로, 여러모로 감탄할 만한 훌륭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나의 감동은 같이 간 지인이 “왜 하필 ‘소년’이냐, ‘우주소녀’는 없나?”라고 지적하면서 작은 논쟁으로 이어졌다. 나는 페미니즘이 ‘소년’을 ‘소녀’로 대체하는 사유가 아니라고 말했다. 물론 남성 명사가 인간을 대표하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언어를 포함해 모든 명명(命名)은 누군가/무엇인가를 배제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다.
릴게임몰 2924년 3월 12일 서울의 신호등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이준헌 기자
그즈음 지역 문예지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대학의 강의실에서는 ‘페미니즘’이나 ‘젠더’라는 기표 자체가 마치
오션파라다이스게임 ‘얼음땡’ 놀이의 ‘얼음!’ 같은 단어로 작동하는 듯 보입니다. 앞선 단어들이 발화되는 순간 모든 학생이 눈만 크게 뜬 채로 굳어버리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는데요. 이런 상황은 2015년의 페미니즘 대중화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여기의 우리가, 이전보다 나아진 것·그대로인 것·오히려 더 나빠진 것 등을 섬세하게 성찰할 필요를 일깨웁니다.”
황금성오락실성차별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페미니즘’만 모두를 긴장시키는 말이 되었다. 나 역시 대화, 토론 그리고 글쓰기에서 기피하는 주제가 있다. 대개는 여성주의 ‘내부’의 문제들이지만, ‘조국 사태’ 같은 이슈도 되도록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나마 ‘조국 사태’는 여기 지면에 쓸 수라도 있는 주제다. ‘말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알라딘릴게임 없는 문제도 수두룩하다.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관점 차이만 확인하게 되는 대화 소재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금기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플랫]가짜 공동체 ‘메노스피어’, 남성은 보이지 않는 적 대신 페미니즘을 겨눴다
당대 페미니즘은 남녀 간, 세대 간에 가장 첨예한 정치경제학이자
뽀빠이릴게임 대화 주제인데도 실제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대표적 이슈가 아닌가 생각한다. 낙인, 자기 검열, 분노와 긴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몸이 굳어버린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주의에 대한 오해가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누가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생산했을까? 아니, 페미니즘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이 오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여성, 남성, 페미니스트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어차피 대화는 말이 변화하고 유동하는 행위이고 모든 언어는 오염되어 있다. 그러므로 가부장제 사회에서 젠더에 대해 말한다? 투명한 전달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는 불가피
나는 평소 ‘여성’도 ‘학자’도 아니고 페미니스트로서 정체성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여성주의든 민족주의든 나는 그 어떤 ‘ ~주의(主義)’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잠시 작동하는 정체성의 정치의 효능에는 동의하지만, 정체성의 정치 자체에는 반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페미니즘은 정체성의 정치가 아니다.
당연히 나의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도 수많은 여성주의적 견해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동시에 ‘나의 페미니즘’은 내가 가진 많은 가치관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페미니스트가 될 필요도 없고,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시민들이 가져야 할 하나의 교양이나 가치관이지, 한 사람이 가져야 하는 모든 정치적 태도가 될 수 없다.
다만 페미니즘은 모든 타자(他者·the others)들의 사상으로서 그 장점이 분명하다. 페미니즘은 글쓰기와 공부, 인간관계,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1949년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제2의 성(The Second Sex)>에서 여성은 ‘제1의 성’인 남성이 만든 두 번째 성, 이등 시민이라고 주장했다. 동의하지만, 내가 지향하는 것은 남성과 평등한 제1의 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이 목표는 ‘어떤 남성’과 같아질 것인가의 물음 앞에서 불가능한 임무가 된다.
내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은 타인을 자신을 설명하기 위한 부수적인 존재로 동원하는‘백인 남성’의 사고방식을 따라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제2의 성’으로써 또 다른 타자들, 이를테면 ‘제3의 성(아줌마, 난민, 이주민…)’을 만드는 데 동참하지 않는 실천이다.
페미니즘은 세상을 인식하는 다른 ‘눈’이다. 페미니즘은 ‘눈’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도, “보는 것은 곧 아는 것”이라는 시각 감각의 특권을 문제시한다. 이래저래 모순일 수밖에 없는 사유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고 외치지만, 이 말 역시 문제적인 언설일 수밖에 없다. ‘어떤 여성’의 눈으로 볼 것인가? 가난한 여성, 중산층 여성, 장애 여성, 비장애 여성, 이성애자 여성, 동성애자 여성, 나이 든 여성, 여성 난민, 트랜스 여성? 페미니즘은 자신이 어떤 여성인지 사회적 위치성을 드러내고 그 인식의 부분성을 인정하는, 매 순간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과정이다.
이 때문에 개별적으로 몇몇 여성이 남성의 세계에 진입할 수는 있어도, 페미니즘은 ‘주류’ 사상이 될 수 없다. 페미니즘은 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 <가장 느린 정의>(리아 락슈미 피엡즈나-사마라신하 지음, 전혜은·제이 옮김, 오월의봄, 2024)를 원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삶과 경험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보편성이 백인 남성의 삶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기왕의 모든 언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일 뿐이라고 상대화하는 것이다. “네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야, 그러나 그건 네 생각일 뿐이야.”
페미니즘은 보편성의 반대는 특수성이 아니라 차이라고 본다. 보편성은 말 그대로 기준이 하나라는 뜻이다. 보편성의 반대가 특수라면, 즉 보편성으로 포섭되지 않는 특수한 것이 있다면 이미 보편성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 세상사는 보편성으로 포섭, 환원되지 않는 수많은 현실들로 이루어졌다. 차이는 끊임없이 보편을 재구성하므로 보편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배제되는 이들의 목소리에 의해 그 모양을 달리한다. 이것이 다양한 목소리의 화음,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통념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도 없을 것이다. 아니, 이는 오해를 넘어 폭력이다. 민주주의는 배제 없는 세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차이가 여성주의의 자원
페미니즘은 다양성을 지향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의 구호 중 하나는 “페미니즘은 다양성이 아니다!(feminism is not diversity!)”이다. 페미니즘은 다양성을 존중하되, 당파성 없는 다양성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극우, 반동성애주의, 여성 혐오를 다양성이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나와 다른 입장을 상대화하는 태도와 상대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다르다. 상대주의는 자기가 선 자리,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마르크스주의 실현이 ‘실패’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마르크스주의 자체가 가진 억압성 즉 여성과 ‘유색 인종’ 노동자를 배제한 백인 남성 중심의 노동자 모델이 가장 큰 문제였다. 노동자들 사이의 차이(차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비해 페미니즘은 여성들 간의 차이를 핵심 사상으로 한다. 여성들 간의 차이는 보편적 이론으로서 여성주의를 ‘불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여성주의의 가장 큰 자원이자 이론적 근거이다.
여성주의가 혐오, 비생산적인 갈등, ‘손잡고 침묵’하는 집단 무의식을 극복하고 일종의 인식론적 도구로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여성주의는 맥락적 사유라는 점에서 원칙이 없다. 이론도 하나의 담론적 현실이라는 의미에서 이론과 현실의 경계도 없다고 본다. 상황에 맞게 계속 사유하고 매 순간 새로운 언어를 찾아야 한다.
페미니즘은 현실에 ‘적용’하는 이론이 아니다. 나는 “서구 이론을 한국 사회에 적용한다”는 태도 같은 식민주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때 한국 사회는 언제나 서구의 자료, 데이터에 불과하게 된다. 현장, 지역성(로컬리티) 자체가 이론이다.
여성과 남성, 모든 이들의 무지가 해방되기를 꿈꾸는 페미니즘이 갈등과 극도의 긴장 속에서 침묵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페미니즘은 나를 알고 너를 알고 세상을 아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다. 사람들마다 입장에 따라 유효성은 차이가 있겠지만, 페미니즘은 멈춤 없는 사유라는 점에서 상당히 쓸모 있는 ‘아는 방법, 사는 방법’이다.
▼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