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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처음으로 내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지난해 10월6일 미국 오리건주 벤드시에서 열린 ‘더슈츠 카운티 시민의회’에 참여한 한 시민의 소감이다. 두 차례 간격을 두고 2~3일씩(9월14~15일, 10월4~6일) 열린 시민의회 주제는 청년 노숙 엔케이바이오 주식
문제였다. 더슈츠 카운티를 포함해 오리건주 중부는 지난 몇년간 노숙인이 꾸준히 늘었다. 2023년 1월 기준, 지역 노숙인은 1647명이다. 이 가운데 24살 이하가 약 330명(20%)에 이른다.
30명 뽑아 청년 노숙 해법 논의
‘더슈츠 카운티 시민의회’를 지원한 시민단체 ‘센트럴 오리건 시민행동 프로젝트’(COCA꽁머니
P)는 지역의 1만2750가구에 초청장을 발송한 뒤,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고려해 30명을 무작위로 선발했다. 16살 고등학생부터 84살 은퇴자까지, 엘크 사냥꾼과 비건 침술사,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이 한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토론했다.
정치적 분열이 극심한 미국에서 시민의회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4년 아일랜드 시민의회 이후야마토 릴게임
유럽은 시민의회 제도를 정책 결정에 활발하게 활용해온 반면, 미국은 2008년 오리건주의 ‘시민 주도 심의’가 첫 실험이었다. 이후 오리건주·캘리포니아주·워싱턴주 등 서부 지역에서 주나 시 단위로 시민의회와 공론화 패널 실험이 확산했다. 선거제도 개혁, 주택·복지, 기후위기 등 주제는 다양했다.
미국의 여러 지방정부와 함께 시민의회를 기황금성공략법
획·운영해온 시민단체 ‘건강한 민주주의(Healthy Democracy) ’의 린 데이비스 프로그램 책임자는 “타운홀 미팅에선 ‘누가 더 크게 말하는지’가 중요하지만 시민의회에서는 서로의 의견을 듣고 논의를 하기 때문에 과정과 결과에서 신뢰가 더 크다”고 말했다. “표면적인 합의가 아니라, 학습과 숙의 그 자체가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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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슈츠 카운티 시민의회는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고려해 30명을 무작위로 선발했다. 16살 고등학생부터 84살 은퇴자까지, 엘크 사냥꾼과 비건 침술사,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이 한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토론했다.


전문가 강의 거쳐 한자리서 토론
이런 숙의 민주주의 원칙은 인구 22만명인 더슈츠 카운티에서 지난해 처음 열린 시민의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참여자 30명은 전문가과 노숙 경험자 17명에게서 청년 노숙 실태에 관해 들었다. 그중 청년 노숙 정책 전문가 에릭 넬슨은 “청년 노숙 문제는 빈곤, 의료, 교통, 정신건강 등 다양한 구조적 요인과 깊이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5일간의 학습과 토론 끝에 참여자들은 18살 위탁양육 종료자를 위한 전환 프로그램 개발과 위험 청년을 위한 중앙 허브와 레크리에이션 센터 설립 등 권고안 22개를 내놨다.
멜러니 케블러 벤드 시장은 “다른 의견을 가진 주민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경험을 공동체가 만들어간 것이 귀중하다”고 말했다. 에릭 킹 벤드시 시티 매니저는 “정책 목표와 예산, 행정 절차 등 현실적 한계로 권고안을 다 수용하진 못했지만, 앞으로는 시민의회의 제안을 더욱 구체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고, 다른 주제에서도 시민의회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슈츠 카운티를 포함해 오리건주 중부는 지난 몇년간 노숙인이 꾸준히 늘었다. 2023년 1월 기준, 지역 노숙인은 1647명이다. 이 가운데 24살 이하가 약 330명(20%)에 이른다. 사진은 노숙인들이 모여 있는 지역의 모습. 건강한 민주주의 누리집 갈무리


시민의회 이후 지역사회에 변화가 일어났다. 숙의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엘리자베스 머리노 오리건주립대 교수(인류학)는 “청년 노숙 경험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응답해주는 ‘지역사회 돌봄 모임’이 새로 만들어졌다”며 “참여자 다수가 사회문제 해결에 계속 관여하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조시 버지스 센트럴 오리건 시민행동 프로젝트 대표는 “세대와 신념이 다른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각자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계도 덧붙였다. “숙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려면 공적 예산 구조 확립과 숙의·답변 시스템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시민의회 참여자들의 소감
한겨레는 청년 노숙 문제를 주제로 한 미국 오리건주 더슈츠 카운티 시민의회에 참여한 3명을 지난달 9~10일 벤드시에서 만나, 참여 경험이 개인의 삶과 지역 사회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들어봤다.



맥스 창


맥스 창(17)·고등학생
친구들이 집을 잃거나, 우리 가족이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주거·노숙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의회가 열린 5일 동안 오직 한 이슈에 집중해 학습과 토론을 하면서, 모두의 목소리를 존중했다. 그래서 나도 자신 있게 의견을 낼 수 있었다.
나는 청소년 노숙이 어른 노숙과 다르며, 보이지 않는 문제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소년은 집에서 쫓겨나더라도 쉽게 노출되지 않아 공식 통계나 행정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종종 놓인다. 위탁가정 시스템도 문제가 많다.
정책 제안과 실행은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럼에도 노숙 관련 기관에 안정적인 예산을 배정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 그리고 몇몇 법안이나 예산 편성에 일부나마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시민의회의 의미 있는 결과라고 본다. 모든 정책 권고안이 현실화된 건 아니지만, 내 목소리가 변화의 작은 씨앗이 되었다는 게 기쁘다.
‘나도 지역사회를 바꿀 힘이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행정과 정책도, 결국 시민들의 실질적 고민과 대화에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앞으로 대학에서 경제를 공부해 제도와 현장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



마거릿 힐


마거릿 힐(71)·은퇴자
지난해 우편으로 ‘시민의회’ 초청장을 받기 전까지 청년 노숙 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참석 전에는 ‘5일이나 써야 할까’ 싶어 조금 망설였지만, 참여해 막상 학습해보니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많은 현장 담당자와 노숙 경험자를 만나면서 청년 노숙의 원인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걸 알았다.
이 과정은 내게 ‘모든 참가자가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잠시 내려놓고 공동의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진정한 민주주의 실험’이었다. 누구든 자기 생각을 말하고, 집단적으로 논의하고 권고안을 만들었다. ‘내 이웃과 이렇게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서로 존중하고 경청했다. 다만 권고안을 다듬을 시간이 부족했다.
시민의회 경험을 통해 이웃과 함께 직접 대안과 신뢰를 쌓는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참여자들과 연락하며 현안 해결을 위한 후속 활동에 참여한다. 뜻깊은 인생 경험이었다.



캐시 쿤드밀러


캐시 쿤드밀러(43)·자영업자
아돌프 히틀러가 국경을 폐쇄하기 직전 독일에서 이민 온 우리 가족에게 시민으로서 참여는 매우 중요한 가치다. 나는 주민자치회 이사회에 참여해 민주적 원칙을 제기했지만 오히려 쫓겨난 경험이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성가시게 여겼다.
그러나 시민의회는 적극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요청하는 자리였다. 특히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 사람도 노숙 아이들을 걱정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고, 그 덕분에 공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원하지만, 실제로 실행하기까지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치인들이 합의에 도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하게 됐다.
아쉬움도 있다. 정보 수집에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지만, 해결책을 만드는 과정은 너무 급하게 진행됐다. 그 권고안을 받은 지방정부가 ‘검토하겠다’는 수준의 답변만 보내왔다.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는데 성의 없는 답변을 받으면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포틀랜드·벤드/정은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기자 ejung@hani.co.kr

갈등과 분열, 불신과 혐오로 흔들리는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다시 시민의 신뢰 속에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한겨레는 오는 10월23일 열리는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의 주제인 ‘민주주의의 미래’를 탐구하려, 미국·유럽·대만 등 세계 곳곳의 민주주의 혁신 현장을 찾았다. 순위투표제와 초당적 협력, 반극우·반차별 시민운동, 디지털 공론장, 시민의회 등 다양한 시도는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확장하려는 전선이다. 각국의 실험을 살펴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와 과제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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