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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봄날 함께 길을 걷던 지인이 내게 물었다. “우리나라는 화단에 왜 이렇게 촌스러운 색깔의 식물을 많이 심는 거야?” 그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는 붉은 꽃을 피운 영산홍이 있었다. 영산홍은 일본에서 도입된 재배 품종으로 진달래, 철쭉, 산철쭉과 더불어 로도덴드론속 ‘아잘레아’(진달래)류에 속하는 식물이다. 이들은 봄이면 쨍한 원색 꽃을 피우며, 지인의 말처럼 우리나라 도시 화단에 가장 널리 심어지는 식물 중 하나다.
    그동안 나는 영산홍과 진달래, 산철쭉을 포함하는 아잘레아의 색에 대한 불평을 자주 들었다. 일반인뿐만 아33머니
    니라 식물을 다루는 조경가, 원예가로부터도. 화단에 아잘레아를 심는 미감이 심히 걱정스럽다거나 이 식물들이야말로 도시 미관을 해치는 문젯거리라고도 말했다.
    식물을 잘 모르는 경우에는 식물의 색과 형태에 불평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해되지 않는 지점은 식물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비판이다.
    식물이라는 바다이야기 먹튀
    생물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식물의 색이 갖는 의미를 떠올릴 줄 알아야 한다. 꽃색은 관상 도구인 것만이 아니라 식물이 지구에서 살아남아 지금 우리 눈앞에 존재하는 이유, 식물의 생애와 역사다. 아잘레아는 약 7천만 년 전 백악기에 나타나 진화를 거듭했다. 많은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봄, 경쟁 식물들 사이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벌과 같은 매개 동물의 선자산주테마
    택을 받기 위해 이들은 안토시아닌을 주요 색소로 함유한 붉은색 꽃을 피우게 되었다. 따라서 꽃색이 문젯거리라고 말하는 건 식물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과 같다. 우리는 자연현상을 앞에 두고 평가하기 전 수용의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흔히 아잘레아의 꽃색을 등산복 색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원래 의도와는 조금 다른 이유로 나는 이 비유가 적절주식매수
    하다고 생각한다. 매개 동물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아잘레아 꽃색이 붉게 진화했듯, 산에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 사람의 시야에 빨리 인식되는 빨강·보라·파란색 등산복 디자인이 발달해 왔기 때문이다. 산에서 인간은 아잘레아 꽃색의 진화 원리와 동일한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셈이다.
    인간은 식물을 바라보며 어떤 식물은 세련됐바다이야기 공략법
    고 또 어떤 식물은 촌스럽다고 평가하지만, 붉은 산철쭉 꽃이든 노란 라넌큘러스 꽃이든 그저 각자 번식에 용이하도록 진화했을 뿐이다. 게다가 인간은 마음 기저에 세련된 미감을 갖고 있다고 여기는 유럽 선진국민들이야말로 아잘레아를 포함한 로도덴드론속 식물들을 너무나 사랑해 이들을 ‘로디’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유럽 각지에 로도덴드론속 식물만이 식재된 정원과 식물원을 조성해 왔다.
    독일 브레멘에 있는 브레멘 로도덴드론 공원도 그중 하나다. 이곳엔 2000종 이상의 아잘레아와 만병초가 있는데, 이 공원에서 특히나 기억에 남는 종은 표찰에 ‘코리아 로도덴드론’이라고 적힌 식물이었다. 이 식물은 우리 모두가 아는 진달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던 진달래를 독일에선 왜 그리 오래 들여다봤는지 모르겠다. 외국에서 고향 친구를 만난 기분도 들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진달래는 흔히 코리안 로도덴드론, 코리안 아잘레아라고 불린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자라며 붉은색 꽃 1~3송이가 모여 피는 참꽃나무. 제주도의 도화로 사랑받는다.


    옛사람들은 진달래와 철쭉을 가리켜 참꽃과 개꽃이라 불렀다. 식물 이름의 ‘참’은 진짜 중의 진짜, ‘개’는 쓸모없다는 의미를 담는다. 우리는 먹을 수 있는 진달래를 참꽃이라 부르고,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는 철쭉은 개꽃이라 불러 왔다. 식물의 진짜와 가짜는 효용성 기준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된바, 진달래에도 소량의 독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잘레아는 낙엽성으로 가을에 잎을 떨구고 겨울을 나는 반면 만병초는 상록성으로 잎을 매단 채 겨울을 난다.


    봄 화단에서 아잘레아를 본 사람들은 두 가지의 질문을 던진다. 앞서 언급했듯 왜 이렇게 촌스러운 색깔의 식물을 많이 심느냐는 질문과 함께 진달래와 산철쭉, 철쭉, 영산홍 등의 형태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이다. 이들은 꽃이 피는 시기도, 꽃의 색과 형태도, 꽃이 피는 모습도 다르다. 진달래는 잎이 돋기 전 꽃을 피워 가지에 꽃만 매달고 있다면 철쭉과 산철쭉, 영산홍은 진달래보다 꽃이 늦게 피고 잎이 난 상태에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가지에 잎과 꽃이 함께 매달려 있다. 잎도 다르다. 진달래와 산철쭉, 영산홍은 비슷한 피침형인 데 반해 철쭉은 달걀형이다. 이들 외에도 제주도 한라산에는 진분홍색 꽃의 참꽃나무가 분포한다. 이들은 암술대에 털이나 돌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아잘레아는 꽃이 오랫동안 피어 있다. 꽃이 진 후에도 회양목과 사철나무처럼 인간이 원하는 수형으로 고정하기 쉬워 인도와 차도 사이에서 동선을 유도하거나 화단 가장자리에서 공간을 구획하는 역할을 도맡는다. 또한 내한성·내건성·내음성·내공해성이 강하여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생육이 가능하다.
    그런 아잘레아가 지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올봄에도 누군가는 이들 꽃을 보고 촌스럽다 말할 것이고, 나는 늘 그랬듯 꽃색이 붉게 진화한 이유를 말하는 것으로 내 의견을 대신할 것이다. 사람 사이의 논쟁이 무색하게도 시간은 흐르고 꽃은 시들어 가 진보라색 꽃은 라일락 빛으로, 진분홍색 꽃은 옅은 분홍빛으로 바뀔 것이다. 이 봄, 나는 아잘레아가 보여 주는 이 다채로운 변화를 만끽하기에도 벅차다.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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