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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9-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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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배에 탔을 땐 손도 못 댔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한번 만져보실래요?” 부부는 그간 당일 잡은 문어와 장어를 위판장에서 판매해왔지만, 통영 인근의 해수 온도가 높아져 어획량이 줄고 수익도 감소하자 올해 5월부터 라이브커머스 방송으로 새로운 판매 활로를 찾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수수료저렴한증권회사 머리 위로는 전구 불빛이 반짝이고, 거친 바람 소리가 스치는 갑판 위에서 막 잡은 문어와 장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판매까지 하는 독특한 방식에 시청자 반응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시청자로부터 주문받은 그 날 아침 문 어와 장어를 손질해 보내면 다음 날 신선한 상태로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사람들이 곤히 잠들어있을 미니금선물 새벽 2시 무렵 시작되는 실시간 방송인데도 150명에서 200명 정도가 접속해 시청한다. 처음엔 5명이었던 구독자가 늘어 이젠 2000명을 넘었다. “별다른 편집이 필요 없고 카메라만 켜면 되니까 부담 없이 시작했어요. 호기심으로 들어왔다가 캄캄한 밤바다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가 육지에 닿을 때까지 방송을 계속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서로 근황을 주고받는 랜선 단골손님들도 생겼죠. 저희한텐 이분들이 든든한 지원군이죠.” 육지에서 바다로, 회복의 길 귀어 전엔 남편 김씨는 경북 안동에서 농협 직원으로, 아내 곽씨는 간호사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며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으로 살던 부부에게 쌍둥이가 생기면서 시련이 찾아왔다. 출산 후 3년간 하루도 편히 잔 날이 없을 만큼 쌍둥이 육아는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아내 곽씨가 복직한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병원 업무가 크게 늘었다. 당시 남편도 업무량 많은 총무 파트에서 근무하면서 야근을 밥 먹듯 했다. 김창수 씨가 운항하는 배, 다연호의 선실 안 모습. “새벽 출근을 하던 제가 새벽 퇴근을 하던 남편과 교대로 쌍둥이를 봤어요. 한번은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남편이 아이를 안고 출근한 적이 있어요. 그때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기분이더라고요.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탓인지 작은 일에도 울고, 부부 사이에도 감정의 거리감이 생기는데 당장이라도 우리 가족이 붕괴할 것 같았어요.” 매일이 회색빛이던 부부에게 2020년 겨울, 경남 남해로 갔던 여행은 숨통을 틔워주었다. 여행 마지막 날 아내가 건넨 “여기서 살래?”라는 물음에 남편 김씨는 다음 날 곧바로 회사에 육아휴직을 냈고, 다음 해 2월 남해로 귀촌해 1년간 머물며 가족 모두 휴식의 시간을 보냈다. 휴직 이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김씨는 사직서를 내고선 가족이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이 힘든 고비만 넘기면 여행도 다니면서 다시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니 버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경제적으론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 당장 가족이 힘들면 그 후의 삶도 행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촌에서 맺은 고마운 인연 2022년, 퇴사와 동시에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에서 시행하는 ‘어촌뉴딜300사업’ 일환으로 달아마을에서 진행된 ‘집짓기 공모’에 선정되면서 시작된 통영살이. 달아마을에 들어와 뾰족한 경제활동 없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던 부부를 바다로 이끈 건 달아마을 이홍만 어촌계장이다. 김씨가 마을 사무장을 맡아 마을 회의를 주관하고 보고서 작성 업무 등을 자기 일처럼 해내는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고 이 계장은 “배를 한번 타보지 않겠냐”고 김씨에게 제안했다. 해 질 무렵 바다 위에서 어획한 해산물을 정리하는 곽동주·김창수 씨 부부. “처음엔 1주일, 그다음은 한 달간 새벽 어업에 따라 나갔어요. 일도 안 시키셨어요. 그냥 앉아만 있었는데 바다에 나오니 속이 후련하더라고요. 한 달 뒤에 계장님이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는데 하겠다고 했죠. 그 뒤로 1년 동안 차근차근 일을 배웠어요. 나중에 하시는 말씀이 마을에서 같이 살았으면 해서 그런 거라 하시더라고요.” 달아마을 사람들의 속 깊은 온정에 힘입어, 김씨는 2023년 5월 새 배를 마련했다. ‘새 인연에 대한 감사함과 좋은 인연을 이어갈 내일의 기원’을 담아 배 이름을 다연호(多然號)라 짓고 어부로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아내 곽씨가 남편을 따라나선 건 남편이 다연호를 타고 뱃일을 시작한 지 1달 정도 됐을 무렵이다. 부부가 판매하는 주요 해산물은 달아항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바닷장어와 문어다. “캄캄한 밤에 남편 혼자 바다에 나가는 모습을 보니 잠이 안 오더라고요. 바다에선 연락도 잘 닿지 않고, 아직 초보인데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지 싶어 매일 뜬눈으로 밤을 샜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저도 배에 올랐어요. 뱃일이 힘들다고 남편은 오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기다리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삶의 평온을 되찾아준 바다 선배 어부들은 바다에 나가는 게 뭐가 좋냐고 웃으며 말하지만 부부에겐 배를 타는 일이 아직도 여행처럼 설렌다. 남편 혼자 5시간 걸리던 일이 아내와 손발을 맞추며 이젠 2시간이면 끝난다. 망망대해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부부는 이젠 눈빛만 봐도 서로 뭘 원하는지 안단다. “계절과 날씨에 영향을 받다 보니 빈손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성수기가 아닐 땐 수입이 아예 없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저희에겐 바다 위에서의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져요. 바다 한가운데에 둘만 놓일 때 마음속이 깨끗이 정화되는 것 같거든요.” 김창수·곽동주 씨 부부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작업복. 탁 트인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겐 휴식이 찾아온다. 지난날의 시름을 한껏 풀어놓고 비워낸 마음으로 육지로 돌아와 부부는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마을의 궂은일을 마다치 않고 나서는 남편 김씨의 성실함과 남다른 봉사 정신으로 달아마을 주민들과 통영시 사이의 소통 창구 역할을 도맡은 아내 곽씨의 행보는 뜻깊은 성취를 가져왔다. 김창수 씨가 지난해 2024년도 한국어촌어항공단 우수 귀어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 어업허가권을 구매하고 국가지원금을 받아 어렵게 배를 구하고도 많은 이들이 어촌과 융화되지 못해 귀어를 포기하는 현실에서, 이 부부의 행보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처음 달아마을에 와서 큰 태양이 이글거리며 바다 아래로 떨어지는 석양에 온 세상이 저희를 환한 온기로 감싸는 것 같았어요. 이곳에 살면서 그 온기를 매일 느끼고 있어요. 평화롭고 따듯한 달아항에서 좋아하는 뱃일을 하면서 오래도록 머물면 좋겠습니다.” 글 이수정 기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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