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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는 날 집 아닌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는 일이 일상이 된 요즘입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그런 평범한 일과는 평생 한 번도 해본 본 적 없는 특별한 선물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두 번의 장기 기증으로 생면부지 이웃에게 새 생명을 안겨주었지만, 정작 자신과 가족에게는 제대로 된 쉼을 준 적 없는 ‘숨은 영웅’ 이태조(67) 목사가 그랬습니다. 이 목사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기기증 기관에서 올쌈바
    저를 추천해 주시고 기업이 후원해주셔서 지난 5월 말 처형댁이 있는 부산으로 모처럼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며 “98세 장모님께서 광안리 산책을 마치고 들어간 커피숍에서 ‘이런 데서 차 마셔보기는 처음이다. 우리 사위 덕분에 멋진 바다도 보고 너무 좋다’고 말씀하셔서 울컥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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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조 목사와 그 가족이 지난 5월말 부산 광안리에서 찍은 사진. 이랜드가 사회공헌자인 이 목사에게 여행을 선물했고, 이 목사는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목사 제공


    이 목사는 정부가 지정한 생명나눔주간인 9월 두 번째 주 첫날인 오는 8일 보건복지부로젬백스 주식
    부터 ‘생명나눔 유공자 표창’을 받습니다. 1993년 말기 신부전증 환자에게 신장을, 2005년엔 말기 간암 환자에게 간 절반을 이식하며 생존 시 두 차례 장기기증을 실천한 일 덕분입니다. 뇌사상태에 이뤄지는 일반적인 장기기증과 달리,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 일부를 떼어내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국내 장기기증자 중 생존 시 기증자는 전체 10% 미만이기도배당정책
    합니다. 이 목사는 “다른 장기 기증인이나 장기 기증 희망자, 장기 기증 기관에서 일하는 분들은 모두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게 돼 머쓱하다고 했습니다.



    2005년 간기증 수술 당시 이태조 목사의 모습. 이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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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시 신장과 간을 기증한 이들의 모임인 새생명나눔회 회원들. 이태조 목사 제공


    그가 생명 나눔을 결심한 때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독교단체에서 전도사로 활동하면서 장애인시설에서 만났던 17살 아이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겨울이라 잘 씻지 못하는 남자아이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는 봉사를 하던 중이었어요. 선생님이 중구라는 친구가 목욕탕엘 같이 가지 못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어 신장투석을 받아야 하는데, 행여 상처 부위가 감염될까 봐 그런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곤 병원에 투석을 함께 하러 다니면서 신장을 기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누가 중구에게 신장을 나눠주면 저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곧바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장기기증 등록 신청을 했어요. 조직 등이 맞아야 제 신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제 신장은 1993년 다른 맞는 분께 기증되었고 중구는 그 이듬해 하늘나라에 갔어요.”



    이태조 목사가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된 17살 중구가 하늘나라로로 떠난 뒤 이 목사가 남긴 일기. 이 목사 제공


    그는 2003년 10월 또 한 번 간 이식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마른 체격이 좋지 않다’는 오해 때문에 일부러 찌운 살로 지방간이 됐고, 수술 당일 이식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망연자실한 채 병실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면서 오늘 이식을 받아야 했을 환자를 찾아다녔다”며 “창밖을 보면서 울고 계신 그분께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망연자실하신 그분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고 말했습니다.



    1992년 장기 기증을 결심하며 이태조 목사가 쓴 일기. 이 목사 제공


    2년간의 식이 요법과 운동 끝에 그는 2005년 9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간 이식 희망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해 11월 10일 50대 간경화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목사는 지금까지 헌혈도 250차례 넘게 하며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1993년 첫번째 간 기증 수술 당시 이태조 목사의 모습. 이 목사 제공






    헌혈 200회를 기념하며 사진을 남긴 이태조 목사와 그의 아들. 이 목사 제공


    이 목사는 넉 달 전 예상치 못한 여행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는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헌신하는 이들에게 회복의 시간을 제공하는 이랜드재단의 ‘히어로 포레스트’가 이 목사를 부산 켄싱턴호텔로 초대한 겁니다. 이랜드 관계자는 “실제로 많은 사회공로자가 타인을 위해 삶에 온 정신을 쏟아내느라 본인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며 “최근 10년간 여행 경험이 전혀 없던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랜드재단과 이랜드파크는 23년간 사회공로자 등 7454가정에게 3박 4일간의 휴식을 선물하며 1만2402객실을 지원했고 숙박은 물론 조식·석식, 교통비, 환영 편지와 선물까지 마련해왔습니다.



    이태조 목사와 그 가족이 지난 5월말 부산 광안리에서 이랜드가 제공한 사회공헌자 여행을 즐기는 모습. 이 목사 제공






    이태조 목사와 그 가족이 지난 5월말 부산 광안리에서 이랜드가 제공한 사회공헌자 여행을 즐기는 모습. 이 목사 제공


    이 목사는 “여행 선물을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추천이라는 말에 감사히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이 목사는 지난 5월 26일 아내와 장모님과 함께 그가 청년 시절 살았던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1993년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첫 신장기증을 한 날과도 우연히 겹쳤습니다. 지역에서 목회하는 자신을 돕느라 그동안 고생한 아내와 장모님에게 쉼을 선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좋았다고 이 목사는 웃었습니다.
    이 목사는 경북 상주의 예일교회에서 목회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시골 교회는 15년 전부터 교회 인근 지적장애인시설 입소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레 지적장애인이 모이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장애인 15명과 인솔교사, 가족 등 30여명이 주일 예배를 함께 드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목사는 대한장애인배드민턴협회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친구들이 찬양을 참 좋아하는데요. 어떻게 들으면 그냥 고함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다른 성도님이 그런 부분을 불편해하시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우리 친구들을 교회에서 내칠 순 없었지요. 그들은 이미 사회의 많은 곳에서 그런 이유로 차가운 시선을 받았을 거거든요. 우리 교회는 수년째 매번 같은 찬송가를 불러요. 처음엔 못 외워도 100번 부르다 보면 우리 친구들도 찬송가를 외울 수 있거든요. 세례 교육도 어렵다고 했는데 천천히 해주었고, 2년 전 모두 세례를 받을 수 있었어요. 조금 더디어서 그렇지 다 할 수 있습니다.”



    이태조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의 성도들. 이 목사 제공






    이태조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의 성도들이 세례증을 들고 있다. 이 목사 제공


    이 목사는 “장기 기증 자체가 세상에 알려져야지, 저라는 사람이 드러나면 안 된다” “모든 장기 기증인, 관련 기관이 더 알려져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그런데도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에 대해선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저를 통해 조금이라도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전거 국토종주와 그랜드슬램(국토종주, 4대강종주, 동해안 종주, 제주 종주) 자전거 국토종주를 한 이태조 목사. 그는 "생존시 장기기증을 하면 몸이 약해지거나 나빠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깨기 위해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 제공


    생존 시 간과 신장을 기증한 기증인들의 모임인 새생명나눔회의 전국 회장을 맡은 이 목사는 “부끄럽지만 주변에 적극적으로 제가 장기 기증을 한 사실을 말한다. 누군가는 자랑한다고 수군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제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장기기증에 관한 관심을 가지면 그걸로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아직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4만명에 이른다”며 “생존 시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힌 이들이 세상에 더 많은 사랑을 흘려보낼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되고, 더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크든 작든 이웃을 위하는 일에 정성을 다해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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