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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영 작가가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강성만 선임기자


30년 가까이 ‘나무 의사’로 살아온 우종영(71)씨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2001년 낸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지금껏 10만부 넘게 팔렸다. 한국 산의 생태와 아름다움을 친절하게 알린 책 ‘게으른 산행 1, 2’도 독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금껏 나무의 지혜와 덕목에 초점을 맞춰 글을 써온 그가 이번에는 생태와 관련된 언어의 의미를 탐색하는 에세이를 펴냈다. ‘나무의사 우종영이 전하는 초록빛 공감의 단어’라는 부제가 달린 ‘나는 나뭇잎에서 숨백경릴게임
결을 본다’(흐름출판)이다. 지구, 산, 계절 같은 일상어부터 부엔 비비르(참살이), 움벨트(주변 환경), 비오톱(생물 서식 공간) 등 낯선 말까지 모두 68개의 표제어를 살폈다. 저자를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만났다.



우종영 작가의 최근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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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자신의 명함에 ‘나무의사’를 새긴 게 1995년이다. ‘나무의사’ 제도가 2018년에 공식 도입되었으니 23년 전이다. 2005년에는 정식으로 나무의사 옛 자격증인 수목보호기술자 자격을, 3년 뒤엔 국가유산수리기술자(식물 보호) 자격을 취득했다. 한국의 ‘비공식 나무의사 1호’인 우 작가가 지난 5년 증권사관
모두 500권의 책을 읽고 이번 에세이를 낸 배경에는 ‘기후위기’가 있다. “기후 변화에 가장 불리한 생명체가 나무입니다. 풀은 그래도 나아요. 대부분 단년생이라 씨앗을 원하는 자리로 보내면 됩니다. 작은 나무도 그나마 회복 탄력성이 있죠. 하지만 오래되고 큰 나무는 기후변화에 적응이 쉽지 않아요. 움직일 수 없어 사람처럼 도망갈 수도 없죠.” 그는 최근우리조명지주 주식
몇년 새 기후변화 피해를 직접 겪었다. “제가 35년 동안 강원 화천에서 자작나무를 키우는데요. 요 몇년 큰 자작나무가 많이 죽었어요. 올해 사례를 보니 3, 4월에 이례적으로 눈과 비가 많이 오고 4월 이후 심하게 가뭄이 온 영향이 컸어요. 3, 4월에 비가 많이 오면 잎이 커집니다. 그러다 가뭄이 오니 뿌리가 깊지 않은 자작나무가 큰 지상부를 감당하지검증완료릴게임
못해 죽더군요.” 나무의사의 일은 “기후가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기후변화 현상을 되돌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할까? 머릿속에 떠오른 게 언어였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사람들이 기후변화 현상을 깊게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기후변화 이야기가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겠나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언어였죠. 철학자 비트겐슈타인도 언어가 바로 그 사람의 세계라고 했잖아요. 뭔가를 보면 거기에 대한 적정한 언어가 떠올라야 합니다. 생태 언어가 머릿속에 스며들게 해 생태 감수성을 높여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썼죠.” 그는 이번 책의 한 표제어인 ‘생태언어’에서 나뭇잎 사이로 스미며 내리는 햇살을 뜻하는 일본어 ‘코모레비’처럼 우리도 잎 사이로 반짝이는 빛을 뜻하는 ‘잎새빛’이란 말을 새로 만들어 우리말 사전에 올리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가 만든 말 ‘산결’도 소개했다. “제가 환경단체 회원들 대상으로 야외 강의를 많이 하는데요. 수강생들과 산을 보면서 ‘겹쳐서 달리는 저 산의 결이 참 예쁘다. 앞으론 산결이라고 하자’고 했죠.” ‘흙’에서는 “사물은 아무리 단단하다고 생각되어도 그것은 성긴 몸으로 되어 있다”는 고대 로마 철학자 루크레티우스의 글을 살핀 뒤 “식물의 뿌리가 살기 적당한 흙은 전체 부피의 50% 정도가 비어야 한다. (나무를 위해선) 흙이 다져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책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묻자 그는 오스트리아 철학자 마르틴 부버(1878~1965)의 저서 ‘나와 너’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부버는 인간관계의 두 유형으로 ‘나-그것’, ‘나-너’를 듭니다. ‘나-그것’에서는 깊은 만남이나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요. ‘나-그것’에서 ‘나-너’가 되려면 특별한 계기나 노력이 필요해요. 지나가는 반려견도 내가 그 개를 끌어안고 사랑하면 ‘나-너’가 됩니다. 가로수나 공원의 나무도요. 사람이 동·식물과 ‘나-너’가 되려면 밖에 나가 직접 관찰, 경험하고 또 생태 언어들을 몸으로 체득해야 합니다. 그걸 강조하고 싶었죠.” 그는 ‘나-너’가 되려면 다름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같은 신갈나무도 나무마다 형태가 다 달라요. 나무 주변 환경의 지문이 덕지덕지 묻어서죠. 하지만 나무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다 똑같은 나무라고 생각해요. 신갈나무의 각기 다름을 인정할 때 나무가 ‘너’로 다가오지 않을까요.”기후변화 알리려 책 500권 읽고 생태 관련 언어 깊게 파고들어 “생태 감수성 키우려는 의도 나무가 기후위기에 가장 불리” ‘잎새빛’ ‘산결’ 신조어 제안도 “주변 나무와 ‘나-너’ 관계 맺길”1995년부터 ‘나무의사’로 살아 소년 시절 꿈이 천문학자였던 그의 공식 학력은 중졸이다. ‘색약’ 판정으로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크게 낙담해 고1 때 학업을 포기했다.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 원예 농장에서 도제 생활을 하면서 식물 공부를 시작했다. 이번 책에는 철학이나 과학, 문학 등 동서양 고전을 저자가 폭넓게 공부한 흔적이 스며있다. “어렸을 때부터 철학책과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남들 입시 공부할 때 저는 학교 밖에서 책을 많이 봤죠. 정규 교육을 안 밟은 사람이 제대로 살려면 책 읽는 길밖에 없어요.” “나무 치료는 기능이며 이를 기술로 확장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우 작가는 자신이 10년째 ‘치료’를 맡은 강원 주문진 장덕리의 800년 된 은행나무(천연기념물)와 처음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년 전쯤에 은행나무가 죽어간다는 말을 듣고 자문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주민들이 매년 돈을 들여 나무를 치료하는데 죽어간다고 화를 내시더군요. 그 자리에서 제가 그 나무의 역사적 배경 등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장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이를 계기로 제가 나무 관리를 맡았고 결국 나무는 살아났죠. 나무 의사는 동네 사람들 마음까지도 치료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무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인문이나 사회의 다양한 영역도 공부해야 합니다.” 그는 학연이 없는 게 삶에서 어려움도 있지만 오히려 사고의 틀을 규정하지 않아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10년에 참나무시들음병 방제에 큰 역할을 한 ‘끈끈이 트랩’을 그가 직접 개발했는데 이 역시 독립적인 사고 덕이란다. 2004넌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참나무시들음병은 방제용 끈끈이 트랩이 나오기까지 신갈나무와 같은 참나무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 “일출 무렵 산에 가서 참나무시들음병 병원균을 옮기는 광릉긴나무좀을 잡아 현미경으로 보니, 다리 한마디가 없어요. 광릉긴나무좀은 딱정벌레라 원래 잘 날지 못해요. 그래서 잡기 쉽겠다 생각해 파리 끈끈이 트랩을 만들 생각을 했죠. 이 트랩을 산림청에서 사서 참나무시들음병을 2년 안에 다 잡았어요. 그거 아니면 우리 참나무 다 죽었죠.”



우종영 작가. 강성만 선임기자


그는 일흔이 넘었지만 지금도 산에 자주 간다. ‘나무 공부’를 위해서다. 기후위기가 몰고 온 나무의 위기에 관해 묻자 그는 “지난해 11월30일 한국 소나무들이 어마어마한 사건을 당했다”며 말을 이었다. “그날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습설이 내렸어요. 11월30일이면 소나무의 2년, 3년생 묵은 잎이 빠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12월에 영하 2, 3도로 며칠 기온이 내려가야 빠집니다. 묵은 잎이 덕지덕지 붙어있는데 습설이 오니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무들이 어마어마하게 부러졌어요. 11월30일에 습설이 많이 온 것도 기후변화 현상입니다. 소나무는 또 겨울이 따듯하면 물을 뿌리에서 올려 대기로 내보내는 증산작용을 계속 해야 합니다. 그런데 땅속이 너무 가물거나 얼어 있기도 해 증산작용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이렇게 안 맞으면 나무가 살기 어려워요. 건조기 삼사월 산불에도 소나무가 불쏘시개 역할을 해 많이 탔어요. 한국의 소나무는 기후변화로 1년 내내 살기 힘들어졌어요. 나무 중 생명력이 강한 소나무가 이 정도인데 다른 나무는 어떻겠어요.” 나무 의사로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자 그는 “한 나무를 오래 쳐다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나무를 오래 쳐다보며 교감할 수 있는 순간을 많이 가졌던 게 좋았죠. 가물면 나무에 물을 주려 밤새 스프링클러를 돌립니다. 천연기념물 같은 나무는 며칠씩 돌리기도 해요. 돌리다 보면 지금쯤 물이 나무 어디쯤 도달했겠구나 감이 와요. 그럴 때는 저도 물을 안 마십니다. 제가 목이 말라야 나무의 목마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나무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는 순간 막걸리 한 잔을 해요. 기분이 너무 좋아서요.” 마지막으로 도심의 나무들은 왜 죽냐고 물었다. “대부분 뿌리 문제이죠. 오랜 가로수는 뿌리가 들고 올라오는데요. 이 뿌리를 굴삭기로 잘라 버리고 그 위에 모래를 평탄하게 깔더군요. 그러면 나무가 죽어요. 요즘은 전동 스쿠터를 비롯해 탈 것들이 많아지면서 인도가 평탄해야 하기에 뿌리가 손상을 많이 당합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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